박근혜가 직접 ‘지원 사격’ 나서나
박근혜 대통령이 진박을 지지하기 위해 대구에 방문할 것이라는 추측이 돌고 있다. 2015년 9월 7일 박 대통령이 대구 서문시장을 방문해 상인들을 격려하는 모습. 연합뉴스
평의원 신분임을 강조하면서도 자신의 지역구 선거가 아니라 부산, 경남, 대구, 경북에다 수도권까지 돌며 ‘진박’ 예비후보 지지에 나선 최 전 부총리 행보는 서막에 불과하다는 평가다. 본격적인 작업은 지금부터란 얘기다. 정치권 사정에 밝은 여권 인사는 이런 이야기를 들려줬다.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플랜B’로 가장 회자하고 있는 시나리오가 박 대통령의 대구 방문이다. 설 연휴 직전에는 박 대통령이 민생탐방을 명분으로 대구의 전통시장을 방문할 것이란 이야기가 퍼졌다. 최 전 부총리가 찍은 새누리당 예비후보를 박 대통령이 ‘진실한 사람들’ 발언을 통해 힘을 실어주면 대구 여론이 달라질 것이란 논리였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지난 5일 인천 서구 정서진 중앙시장을 방문하면서 대구행 시나리오는 쏙 들어갔다. 정치권에서는 굳이 대구까지 찾아와 민생탐방을 하게 되면 정치적 수로 읽혀 역효과를 낼 것이라 판단했을 것이란 말이 돌았다. 그렇게 대구행은 없던 일이 되는 것 같았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TK 방문 이야기는 다시 거론된다. 이번에는 명분도 그럴 듯하다. 바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즉 ‘사드(THAAD)’ 배치다.
설 연휴에 정부가 사드 배치를 전격 발표하면서 어디다 둘 것인가가 논란이다. 그러면서 경북 칠곡과 대구 동구을 이야기가 나왔다. 동구을은 바로 유승민 의원의 지역구이고, 유 의원은 지난해 원내대표 경선에서 당선된 뒤 사드 배치 문제를 공론화했다. ‘경제는 진보 안보는 보수’라는 기치를 내걸면서다.
새누리당 한 관계자는 “사드를 두고 님비(NIMBY, Not In My Back Yard)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하지만 사드 도입을 주장한 유 의원의 지역구라면 다를 수도 있는 것 아니냐”며 “하지만 대구 동구을의 K2 공군기지 이전은 유 의원이 수년간 만들어간 최대 공약이어서 민심이 어디로 튈지 가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문제는 왜 동구을이냐는 것을 정부가 설득적으로 제시해야 한다는 점”이라는 부분도 강조했다.
새누리당도 TK 배치는 조심스러운 눈치다. 역풍으로 작용할 경우엔 총선의 안전판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원유철 원내대표는 TK 배치설에 대해 “특정 지역이 논의되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최종결정이 안 됐다. 지금 특정 지역이 거론되는 건 군사적 효율성을 높이는데도, 국익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사드 배치가 결정되지 않더라도 현장시찰 명분의 TK 방문은 가능하다. 하지만 안보 문제와 결부돼 전략적 요충지를 공개할 수 없기 때문에 박 대통령이 상인들이나 주민들과 공개적으로 만나기는 어려울 수 있다. ‘유승민 죽이기’를 위한 행보로 해석되면 대구 민심이 어디로 튈지도 가늠키 어렵다. 효과가 긍정적이냐 부정적이냐에 대한 주판알 튕기기가 한창일 것이란 이야기는 그래서 나온다.
일각에서는 새누리당 공천제도특별위원회가 미처 다 만들지 못한 공천룰을 공천관리위원회가 정하게 되는데, 이곳에서 작업이 있지 않겠느냐는 말도 있다. 일명 ‘표적 낙천룰’을 만들어서 밀어붙이는 경우다. 정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차일피일 미뤄지는 선거구 재획정에 맞게 공천룰 디테일 확정 작업에 나선다면 언론의 조명을 좀 피해갈 수 있지 않겠는가”라며 “이한구 위원장이 우선추천지역, 단수추천지역 등을 거의 매일 거론하는 것도 심상찮게 보인다”고 말했다. 몇 배수까지 본선에 보낼지, 저성과자의 기준을 어떻게 정할지 등을 주시해야 한다는 말이다.
또 총선을 앞두고 현역 물갈이 방법 중 하나로는 ‘표적사정’도 가능하다. 팩트(Fact·사실)에 기반하지 않더라도 소문이나 설을 흘려서 여론재판에 내보낼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는 현 정부의 청와대 출신이나 장관 등 고위직 출신이 얼마든지 작업할 수 있다는 말도 들린다. 사실이 아니더라도 망신을 주거나 흠집을 내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구에서 각종 회자하는 소문의 진앙으로 한 청와대 출신 예비후보가 지목되기도 했다.
선거법 위반 논란 시나리오도 가능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총선을 앞두고 선거구민에게 금품을 제공하면서 사전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박찬우 전 안전행정부 차관과 김영호 전 감사원 사무총장 등 31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이 중 김 사무총장은 친박계 핵심 실세와 적대적 관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무총장은 경남 진주을에 출마했는데 지난 1월 지역의 식당 세 곳에서 선거구민 30여 명에게 60만여 원 상당의 음식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밥을 얻어먹은 선거구민들에게는 50배의 과태료도 부과된다.
총선까지 두 달. 진박 예비후보 감별까지 마친 친박계가 어떻게 움직일지 정치권이 주목하고 있다. 최 전 부총리의 행보 뒤에도 대구 여론이 동요하지 않고 있다는 각종 보도가 나오면서 플랜B가 곧 가동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최 전 부총리가 아닌 친박계 핵심 의원의 TK행이 곧 이뤄질 것이란 말도 들린다.
이정필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