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지현 선수 | ||
이원희뿐만 아니다. 이번 올림픽을 통해 깜짝 스타로 발돋움한 선수들 대부분이 계속되는 ‘외도’에 심신이 지쳐있는 상황. 코앞에 다가온 전국체전에도 참석하지 못하는 이들이 상당수일 정도다.
이원희가 방송 은퇴를 선언한 바로 그날 레슬링 금메달리스트 정지현은 미국행 비행기에 올라탔다. LA 한인타운에서 열리는 ‘미주 한국인의 날’ 행사에 참가하기 위해 출국한 것. 현재 몸 상태가 극도로 나빠 10월8일 열리는 제85회 전국체전에도 불참할 예정인 정지현이 이번에는 재미 교포를 위로하기 위해 미국으로 떠났다는 사실이 아이러니일 수밖에 없다.
정지현의 외부 스케줄을 담당하고 있는 한국체대의 김용호 코치는 “올림픽을 준비하며 서너 번을 감량했다. 체급에 맞추기 위해 매번 6~7kg씩 감량했으니 건강 상태가 정상일 리 없다”면서 “섭외 요청이 너무 많다. 열 개 중 한두 개 정도만 소화하고 있는데 이것도 지현이가 해결하기 힘든 수준”이라고 얘기했다.
정지현 역시 귀국 후에는 본업에 복귀할 예정. 김 코치는 “지현이는 빨리 다시 운동에 집중하고 싶어 한다. 나한테 ‘방송이 훨씬 힘들다’고 얘기할 정도”라면서 “2~3주의 충분한 휴식을 취한 뒤 한 달 정도는 몸을 만들어야 이전의 상태로 돌아올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역도 은메달리스트 장미란(21·원주시청) 역시 올림픽 이후 가장 바쁜 일정을 소화해냈다. 평소 좋아하던 권상우와의 공개 데이트를 시작으로 각종 행사와 방송 일정으로 정신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모든 외도를 중단하고 태릉선수촌에서 전국체전 준비에 돌입했다.
▲ (왼쪽부터)유승민,이원희,장미란 | ||
아테네에서 돌아온 이후 계속된 방송과 행사 일정으로 현재 장미란의 몸 상태는 쓰러지기 일보 직전. 오 감독은 “팬들의 열렬한 응원이 큰 힘이 된 것은 사실이지만 갑자기 유명세를 얻어 생활이 불편해지는 바람에 힘들어 한다”고 설명했다.
올림픽 이후 가장 바빠진 선수 가운데 한 명인 탁구 금메달리스트 유승민(22·삼성생명). 그 역시 지난 17일로 모든 행사와 방송을 중단했다. 17일 이천에서 가진 팬 사인회와 이천 시장 초청 만찬에 참석한 것이 마지막 공식일정.
귀국 이후 바쁜 스케줄로 훈련량이 절대 부족하지만 전국체전에는 반드시 참가할 계획. 소속팀인 삼성생명의 강문수 감독은 “이번 주부터 매일 2시간씩 기본 훈련을 시작했고 다음 주부터는 정상적인 운동에 돌입하는 만큼 더 이상의 외도는 없다”며 “추석 때문인지 방송 섭외가 지금도 쇄도한다. 내가 거절한 것만도 14번이나 된다”고 하소연했다.
바쁜 스케줄 탓에 유승민과의 통화는 밤 10시가 다 돼서야 이뤄졌다. 너무 힘들겠다는 기자의 위로에 유승민은 “힘들고 부담도 크지만 이겨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더 큰 성적을 내기 위한 과정이라고 받아들이고 있다. 전국체전에서의 성적은 크게 신경 쓰지 않을 것이다. 그저 최선을 다하고 싶을 뿐”이라고 새로운 의지를 다졌다.
최근 세계 랭킹 2위에 오르며 관심이 집중된 사격 은메달리스트 이보나(23)는 비교적 외도를 줄이고 소속팀인 상무에서 연습에 열중하고 있는 편. 훈련 도중 계속 휴대폰 전원을 꺼놓고 있던 이보나는 저녁 시간 친구와 함께 찾은 극장에서 기자의 전화를 받았다.
“방송에는 단 한번 출연한 뒤 훈련에 집중하고 있다”는 이보나는 “이보나라는 선수보다는 사격에 대한 많은 관심을 부탁한다”는 말로 ‘반짝 관심’과 ‘반짝 인기’는 사절하겠다는 당찬 생각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