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보다 헤어로 확 떠…열광 반 조롱 반
산자야는 오디션을 통해 다양한 헤어스타일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특히 ‘톱 10’ 무대에서 선보인 모호크 인디언 스타일(작은 사진 오른쪽 아래)로 묶은 그의 헤어스타일은 단숨에 미 대륙을 강타했다.
지역 예선 통과자들이 경합을 벌이는 할리우드 라운드. 산자야는 드리프터스의 ‘Some Kind of Wonderful’을 불러 통과했지만 누나는 탈락했다. 눈물을 흘리며 샤이아밀리를 껴안는 산자야의 모습은 시청자의 심금을 울리며 미전역에 방송됐다.
이후 그는 승승장구했다. 심사위원들은 대체적으로 그의 노래 실력이 그렇게 수준 높지 않다며 비판적이었지만, 조금씩 분위기는 바뀌어갔고 독설로 유명한 사이먼 코웰마저 산자야가 시청자들에게 매우 인기 있는 참가자라는 사실만큼은 인정했다. ‘톱 11’ 무대는 반전의 계기였다. 그는 영국 그룹 더 킹크스의 ‘You Really Got Me’를 불렀는데, 랜디 잭슨과 폴라 압둘의 호평을 받았다. 특히 그가 노래를 부를 때 방청석에 있던 애슐리 펄이라는 13세 소녀는 펑펑 눈물을 흘렸고 산자야는 객석으로 내려가 그 소녀 앞에서 노래를 부르기도 했는데, 이 장면은 크게 화제가 되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소녀는 다른 참가자가 노래 부를 때도 눈물을 흘리던 상습범(!)이었지만, 그 사실은 중요하지 않았다. 산자야는 어느새 ‘소녀를 울리는 가창력의 소유자’가 된 것이다.
이때까지만 해도 산자야는 너덜거리는 헤어스타일을 지닌 약간 독특한 참가자 정도였을지 모른다. 하지만 ‘톱 10’ 무대는 결정적이었다. 드디어 강렬한 쇼가 시작된 것이다. 그는 노 다우트의 ‘Bathwater’를 불렀는데, 그의 헤어스타일은 단숨에 미 대륙을 강타했다. 여러 갈래의 포니 테일 머리를 만든 뒤 그것을 묶어 ‘포우호크(fauxhawk) 스타일’, 흔히 ‘베컴 머리’로 알려진 모호크 인디언 스타일로 묶은 그의 헤어스타일은 진정 깨는 스타일이었지만 대중은 그 과감함에 열광했다. 사회자인 라이언 시크레스트는 산자야의 스타일에 대해 ‘포니호크’라는 신조어를 만들었고, 다음 날 쇼에 직접 가발을 쓰고 등장해 산자야를 패러디하기도 했다. 전대미문의 헤어스타일로 등장해 머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노래 부르는 산자야의 모습에, 사이먼 코웰도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산자야, 이젠 우리 얘기가 더 이상 중요한 것 같진 않지만… 넌 너만의 세계가 확실히 있는 것 같구나. 그래도 사람들이 널 좋아해준다면… 행운을 빈다.” 코웰의 멘트였다.
산자야가 노래를 부를 때 방청석에 있던 13세 소녀가 대성통곡해 크게 화제가 됐다.
산자야 말라카는 <아메리칸 아이돌> 역사상 가장 많이 회자된 인물이었다. 안티도 많았다. 어느 네티즌은 산자야가 떨어질 때까지 단식 투쟁을 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한편에선 서포터즈가 결성되었고, 급기야 공식 팬사이트가 생겼다. 사이먼 코웰은 이후 어느 인터뷰에서 “만약 산자야가 우승했다면 ‘시즌 7’부터는 심사위원을 하지 않으려 했다”고도 말했지만, 산자야는 컬트적 현상의 주인공이었다. 중복 투표가 가능한 제도 속에서 산자야에게 300표를 투표한 시청자도 있었다. 그가 노래 부를 때 눈물을 흘렸던 소녀의 모습은 SNL에서 패러디가 될 정도였다. 탈락한 뒤 그가 고향인 워싱턴 주의 페더럴 웨이 시티로 돌아갔을 땐 대대적인 환영 행사가 열렸다. 수많은 인파가 모였고, 시장인 마이클 박까지 나와 산자야를 맞이했다. 그는 사람들 앞에서 “산자야의 카리스마 넘치는 개성, 전염성 강한 미소, 긍정적인 태도 그리고 꿈에 대한 열정은 본받아야 할 덕목들”이라며 치켜 올렸고, ‘산자야 말라카 데이’가 지정되기도 했다.
백악관 초청으로 조지 W. 부시와 만찬을 나눈 산자야는 뉴욕에서도 초청을 받았다. 이때 산자야의 사인을 받은 후 너무나 기뻐하던 뉴욕 주지사 엘리엇 스피처의 모습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시사 주간지 <타임>부터 대중 연예지 <피플>과 10대 잡지 <틴>까지, 다양한 매체에서 ‘산자야 현상’을 특집으로 다루고 그를 인터뷰했다. 그리고 가장 놀라운 일이 연말에 일어났다. <타임>은 인터넷 투표로 ‘2007년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을 선정했는데, 산자야 말라카가 3위를 차지했다. 그가 <해리 포터> 시리즈의 작가 J.K. 롤링이나 록 밴드 U2의 리더 보노나 스티브 잡스보다 더 높은 순위에 오를 거라고 그 누가 예상했을까? 물론 오로지 인터넷 투표에 의한 것이었고 1위가 한국의 가수 비(정지훈)로 선정되었다는 사실이, 이 순위의 신빙성을 조금은 떨어트리지만 말이다.
김형석 영화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