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한국을 찾아 한솔코리아오픈대회에 참가한 샤라포바.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국빈이 따로 없네
이번 대회에 참가하는 선수 중 경호를 받는 선수는 샤라포바가 유일했다. 주최측에서는 샤라포바가 참가 조건으로 경호 문제도 거론했기 때문에 더욱 신경을 쓸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경호는 최경주, 박세리 등 스포츠 스타들의 경호를 전담한 바 있는 엠세트(대표 김성철)에서 수행팀(10명), 숙소팀(4명), 호송팀(6명) 등 총 3개조, 20명이 담당했다. 경호팀에선 한 달 전부터 샤라포바의 이동 시나리오를 작성 후 그 동선을 따라 현장답사했고 요일과 시간대까지 똑같이 맞춰 예행 연습까지 마쳤다. 샤라포바를 호송하는 차량도 경호원이 직접 운전했는데 이동할 때에는 전후로 한 대씩의 경호 차량이 붙어 세 대가 함께 움직였다. 여자 경호원은 모두 두 명이었고 샤라포바가 시합할 때에는 사복을 입은 경호원이 관중석에서 노출되지 않은 상태로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기도 했다.
경호원 늘어난 사연
샤라포바의 경호를 맡은 수행팀의 숫자가 당초 5명에서 입국 다음날 10명으로 긴급 확대된 데는 특별한 사연이 있었다. 공항에서부터 숙소인 신라호텔과 훈련장까지 끈질기게 따라붙는 한 사람의 얼굴이 확인됐기 때문. 다른 종목에 비해 테니스 스타는 광적인 팬들의 표적이 되기 쉽다 보니 경호를 맡은 엠세트에서는 7명의 예비(?) 스토커 얼굴까지 확보해 밀착 경호했다는 후문.
블랙리스트에 오른 이들 7명의 후보들은 팬사인회와 대회장 등 그녀가 가는 곳마다 어김없이 나타났지만 다행히 별다른 사고는 없었다.
민족이 대이동하는 추석에 대회를 치른 이유는 빡빡한 일정 때문이었다. WTA의 공식일정은 전년도 US오픈이 끝나면 일단 발표되었다가 이후 수정되는 것이 관례인데 이번 대회는 지난 4월에 일찌감치 확정됐다. 한솔코리아오픈이 신생대회이다 보니 기존 일본과 중국에서 벌어지는 대회 일정을 피해야 했고 더군다나 국내에서는 10월에 있는 전국체전으로 결국 한가위 연휴와 겹칠 수밖에 없었던 것. 주최측에서는 진정까지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한다.
실제 관중은 얼마
주최측에서는 대회 총 비용을 넉넉하게 14억원 정도로 예상했다. 지출 내역을 살펴보면 대회 총상금이 14만달러(약 1억7천만원)와 샤라포바를 초청하는 비용으로 20만달러(2억4천만원)에다 방송중계권료로 2억원, 삼성 등 스폰서 비용이 2억원으로 손해는 안 볼 거라는 자신이 있었던 셈. 원래 샤라포바의 초청비는 8만~10만달러(1억원 내외)로 얘기가 오갔지만 섭외를 추진하는 중에 윔블던 우승이라는 수식어가 붙으면서 두 배로 몸값이 뛰고 말았다.
주최측에서 기대를 걸었던 부분은 관중수입. 그러나 생각보다 저조한 바람에 다소 실망한 눈치다.
이번 대회의 총 관중수는 2만5천여 명. 이 중 유료관중은 1만 명 내외이고 총 입장 수입은 1억7천만원 정도로 집계됐다.
기아 울고 포드 웃고
샤라포바를 위한 국내 의전용 차량은 포드세일즈서비스코리아가 제공한 링컨 에비에이터. 샤라포바의 큰키(183cm)에 맞춰 차체 높이가 1,815mm 되는 럭셔리 SUV로 국내 판매가격은 7천5백50만원대다. 하지만 포드보다 먼저 의전차량 기회를 잡은 건 기아자동차였다. 주최측은 기아자동차에 홍보 대가로 차량과 스폰서 비용 일부를 요구했는데 기아에서 제때 답변을 주지 못하는 바람에 결국 스포츠마케팅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인 포드코리아 쪽으로 급선회하고 말았다.
삼성 인맥 통했다
샤라포바는 대회 공식지정숙소인 잠실 롯데호텔이 아닌 신라호텔 스위트룸에 여장을 풀었다. 이것은 대회 초청 조건으로 샤라포바가 특실을 요구한 것과도 무관하지 않지만 롯데호텔 특실이 리노베이션 관계로 조건을 만족시킬 수 없어서 부득이하게 다른 호텔을 물색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주최측인 조동길 한솔그룹 회장이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조카라는 관계 때문에 신라호텔로 무난히(?) 결정되었는데 샤라포바가 묵은 스위트룸은 하루 숙박비만 6백만원대로 특급호텔 내에서도 세 손가락 안에 드는 럭셔리 룸이라고.
김남용 스포츠라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