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리즈에 진출한 외국인 선수들은 모두 결혼을 한 안정적인 상태여서 그런지 한국의 문화에 빨리 적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외국인 선수들이 처음에 고생한다는 음식에 대한 적응도 빨라 로페즈는 비빔밥을, 브룸바는 라면을 특히 좋아했다. 몇 달 지나지 않아서는 오히려 매운 음식을 먼저 찾는 정열적인 모습을 보이기까지 할 정도.
하지만 그들의 천직인 야구에서만큼은 ‘시행착오’를 거칠 수밖에 없었다. 시즌 초반에는 상대해야 할 국내 선수들의 장단점을 파악하지 못해 시련기를 보내야만 했다. 브룸바는 “지난해 시즌 초반 한 달 동안은 한국 투수들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다 보니 타이밍 잡는 것조차 힘들었다”면서 “동료들이 이 정도밖에 안 되는 선수였나는 시선으로 바라볼 땐 정말 견디기 괴로웠다”며 올 시즌 최고 타자로 오르기까지의 마음고생을 털어놓았다.
피어리의 경우는 무릎 부상으로 잡혀있던 등판 기회마저 미뤄져 지난 6~7월을 가장 잔인하게 보냈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는 이후 한 달 동안 5연승을 거두며 방어율 0.99를 기록해 한 스포츠신문에서 제정한 월간MVP에 외국인 선수로는 처음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피어리 역시 이때가 가장 인상적인 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호지스는 지난 5월에 있었던 현대와의 경기를 가장 아쉽게 생각하고 있었다. 호지스는 “8과 1/3이닝 동안 무실점으로 막았는데 결국 연장전에서 팀이 패하고 말았다”며 상대투수였던 마일영 투수의 이름까지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로페즈에게는 뭐니뭐니해도 팀을 한국 시리즈에 진출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플레이오프에서 MVP에 선정되었던 순간이 평생 잊을 수 없겠지만 한국시리즈에서의 부진 때문인지 유독 말을 아꼈다.
[용]
온라인 기사 ( 2024.12.08 18: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