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디브에도 합류한 고참 선수들 중 일부가 어느 사석에서 본프레레 감독에 대한 불만을 털어놨다.
이 선수는 “언론에는 얘기 못할 내용도 있다. 선수들 사이에서 본프레레 감독의 지도력에 대한 불만이 상당하다”고 전했다. 히딩크 감독과 비교를 할 수밖에 없는데 히딩크 감독은 밀고 당기면서 선수들을 장악하는 반면 본프레레 감독은 일방통행식 밖에는 없다는 것. 그는 “(홍)명보형도 히딩크 감독 앞에서는 꼼짝하지 못했다. 강력한 카리스마로 선수들이 열심히 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반면 본프레레 감독은 색깔이 없다”고 덧붙였다. 특히 경기가 끝난 뒤 선수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태도는 팀워크를 훼손한다며 감독의 변화를 요구했다. 히딩크 감독은 잘 치르지 못한 경기라도 “좋은 경기였다. 나아지고 있다”며 언뜻 들으면 접대성 발언을 했지만 본프레레 감독은 책임지지 않으려는 듯한 모습이 역력했다고 한다.
몰디브전 출전명단을 접한 축구관계자들의 반응은 한결같이 “월드컵 이후 대표팀 명단은 거의 고정된 것처럼 보인다”고 평가했다. 본프레레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가 K리그 경기를 관전하고 다니지만 새로운 얼굴을 발탁하기보다는 월드컵에 출전했던 선수들과 해외파를 무조건 포함시키고 있다. 물론 객관적으로 검증된 선수들이지만 선수간 경쟁을 유도하기보다는 기존 명성에 의존하려는 듯한 모습이 느껴진다는 것.
축구협회의 한 관계자는 “참 쉽게 간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리그에서 별다른 활약이 없어도 당연히 대표팀에 뽑히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선수 선발과 관련해 불만을 쏟아냈다. 특히 코치들과의 대화에도 이상징후가 포착되고 있다. 이번 몰디브전 출전명단 작성을 두고 감독이 이유있는 코치진의 의견을 묵살해버렸다는 것. 대표팀의 한 코치는 “김상식의 발목상태가 좋지 않아 이번 명단에는 제외하자고 건의했으나 얘기를 듣지 않았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물론 감독이 선수선발의 최종권한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한국 선수들에 대한 주위의 조언에 귀 기울지 않는다면 팀 분열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축구협회 기술위원 A씨는 “몰디브전 이후 대표팀에 대한 대대적인 수술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지금까지는 본프레레 감독의 권한에 대해 기술위원회에서 별다른 개입을 하지 않았지만 3월 최종예선도 지금처럼 치른다면 월드컵 본선은 요원할 것이란 위기감이 작용한 듯하다. 그는 “쿠엘류를 대신해 본프레레가 온 뒤 많은 자율권을 줬다. 그러나 어느 정도의 간섭은 필요하다는 것이 우리들의 판단”이라고 말했다.
쿠엘류 감독을 경질시킨 축구협회가 최종예선을 앞두고 본프레레 감독을 재차 경질하기는 부담감이 너무 크다. 하지만 이대로 놔둔다면 더 큰 화를 불러올 것이란 분석이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그러나 본프레레 감독이 협회의 개입을 간섭으로 생각하고 반발이라도 한다면 일은 더욱 꼬일 수도 있다. 따라서 몰디브전 이후 허심탄회하게 생각을 교환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겠다는 것이 축구협회의 계획이다.
변현명 스포츠투데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