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내년 1월18일 축구협회장 선거를 앞둔 시점에 축구협회에 부담이 되는 두 단체의 출현을 놓고 정몽준 현 회장을 겨냥한 정치적인 목적이 내재돼 있다는 해석도 분분하다. 폐쇄적이고 불투명한 축구협회의 개혁세력인가, 아니면 정치적 목소리를 높이려는 시도인가. 그 내용을 알아본다.
지도자협의회가 김호 전 감독을 비롯한 지도자들의 모임이라면 한국축구연구소는 일종의 브레인 역할을 담당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연구소 관계자는 “한국 축구의 모든 현안에 대해 축구협회에 문제점을 제시하겠다”고 연구소의 목적을 밝히고 있다.
이 관계자는 문제 제기에는 성역이 있을 수 없다고 못박고 있다. 예를 들어 한·중·일 3개국 중 가장 먼저 프로축구리그를 시작한 한국이 가장 낙후된 리그를 운영하고 있다. 개선 방안이 있는지 공문으로 묻겠다는 것이다. 또 대표팀 코칭스태프 선임에는 정략적인 평가보다는 개인적인 친밀도가 더 중시되는데 개선책을 제시해보라는 식이다.
축구협회로서는 당혹스러울 정도로 공격적인 질문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축구협회가 연구소와 협의회를 보는 시각은 냉담하다. 공식적인 반응은 “순수한 의도로 축구발전을 논의한다면 환영한다”이다. 축구협회의 한 고위 관계자는 “10일 연구소 출범식에 축하 화환도 보내고 실무진도 가서 축하인사를 건넨 사이”라며 갈등관계로 비춰질 것을 우려했다.
하지만 축구협회 내부에서는 어이없어 하는 분위기가 대부분이다. 한 관계자는 “축구협회 내에 브레인 역할을 담당하는 기획실이 존재하는데 외부에서 왜 간섭을 하려하는지 모르겠다”며 정치적인 의도라고 해석했다. 내년 축구협회장 선거를 앞두고 축구협회에 반 감정을 지닌 인사들이 모여 다른 후보를 옹립하려는 정치적인 시위라고 폄하한다.
▲ 신문선씨(왼쪽), 김호씨 | ||
이번에는 친 축구협회 인사들이 대거 참여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축구협회 산하단체 회장과 친 축구협회로 알려진 인사들이 대거 포함돼 있다. 축구연구소의 자문위원단에는 오완건 OB축구회 회장, 이종환 문정식 대한축구협회 부회장 등이 참여했다. 지도자협의회 관계자는 “축구인들은 지금을 한국축구의 위기로 생각하고 있다”는 반증이라고 확신했다.
김호 전 감독은 “한국축구에 대한 비판이 축구인들에게만 집중됐다. 하지만 잘못의 상당부분은 축구행정의 실수에서 시작됐다”며 축구협회의 ‘야당’ 역할을 천명했다.
이들이 가장 문제 삼는 부분은 축구협회를 장악하고 있는 일부 인사의 독점적인 권력이다. 연구소측 관계자는 “불투명성과 폐쇄성의 원인은 소수의 인사가 협회를 정 회장의 사유 단체로 독재화시키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정몽준 축구협회장 주변에 인의 장막이 둘러져 있어 축구계 내부의 목소리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선거를 얼마 앞두지 않은 상황에서 오해를 살 수 있지만 단체를 구성한 이유는 개혁을 더 이상 미룰 수 없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정 회장이 1993년부터 12년 동안 장기집권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비판과 지적의 목소리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특히 연구소와 협의회의 지적에 대해 축구협회가 침묵할 경우에는 ‘힘의 논리’로 맞설 수밖에 없다는 결의를 다지고 있다. 연구소 관계자는 “힘의 논리가 무엇인가. 충돌이다. 이제는 축구협회도 무시만 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단정했다.
축구협회가 야당을 자처한 연구소와 협의회의 의견을 겸허히 수용할지 아니면 충돌의 모습을 보일지 축구계와 팬들의 관심이 주목된다.
변현명 스포츠투데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