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독기 바짝,추 자신감 업,박 친화력 굿
세인트루이스 오승환이 2월 18일(현지 시간) 플로리다 주피터 스프링캠프에서 훈련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허구연 위원과 이대호는 늦어지고 있는 비자 발급에 대한 얘기를 나눴고, 이대호는 “일단 훈련에 합류하라는 시애틀 구단 측의 연락을 받고 서둘러 미국으로 들어왔다”는 말을 전했다. 허 위원은 “주위에선 메이저리그 로스터 진입과 관련해 이런저런 말들이 많지만, 내가 얻은 정보에 의하면 시애틀에서 대호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이대호 또한 “열심히 하는 것밖에 없는 것 같다. 독한 마음으로 도전에 나섰고, 그걸 증명해 보이겠다”는 각오도 내비쳤다.
이대호는 시애틀 매리너스 훈련장이 친근하다. 1월부터 롯데 자이언츠 선수들과 함께 롯데 스프링캠프지에 합류해 훈련했는데, 그곳이 바로 시애틀 매리너스 캠프장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때와 지금 이대호가 갖는 마음가짐은 천양지차다. 그때는 메이저리그를 목표로 열심히 몸을 만드는 상황이었고, 지금은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에 초청돼 시애틀 선수들과 경쟁을 벌이기 때문이다.
시애틀 이대호(왼쪽)와 미네소타 박병호.연합뉴스
최근 미국 스포츠전문매체 ESPN은 아메리칸리그에서 로스터에 포함되지 않은(Non-Roster, 메이저리그 계약이 아닌 상태에서 스프링캠프에 초청된 선수) 선수 중 지켜봐야 하는 선수를 선정했는데 그 리스트에 이대호의 이름이 올라가 있다. 시애틀과 1년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었고, 스프링캠프를 통해 좁은 문을 통과할 경우 옵션 포함 최대 400만 달러를 받는 것으로 알려진 이대호에 대해 ESPN은 “33세의 1루수 이대호는 지난해 일본에서 타율 0.282 31홈런을 기록했다”고 소개한 뒤 “아담 린드의 플래툰을 두고 헤수스 몬테로와 경쟁을 벌일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즉, 시애틀에서 이대호를 ‘버리는 카드’가 아닌 ‘와일드카드’로 사용하며 메이저리그로 끌어 올려 경쟁시키겠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지난 18일, LA 다저스 스프링캠프지인 캐멀백 렌치 입구에 노란색 택시가 들어섰다. 정문을 통과한 그 택시에서 내린 사람들은 4명이고, 언뜻 가족들처럼 보였다. 아내와 두 아이들을 데리고 내린 이는 바로 다저스 신임 감독인 데이브 로버츠였다. 그런데 때마침 출근 중이었던 류현진과 로버츠 감독이 클럽하우스 입구에서 만나게 된다. 지난 1월, LA에서 열렸던 구단 팬 페스트 행사 때 인사를 나눈 바 있는 두 사람은 반갑게 악수하면서 안부를 물었다.
기자하고도 인사를 나눈 데이브 로버츠 감독의 첫 인상은 푸근함, 그 자체였다. 다저스에서 신임 감독을 뽑기 위해 인터뷰를 할 때 데이브 로버츠 감독의 인성과 선수들을 아우르는 리더십을 높이 평가했다는 기사가 나올 만큼 로버츠 감독의 인상은 한마디로 ‘호감형’이었다.
LA 다저스는 2월 21일부터 공식 훈련을 시작했다. 이미 1월부터 애리조나에 입성, 개인훈련을 소화했던 류현진은 오랜만에 반가운 동료들을 만나 회포를 풀며 공식 일정에 돌입했다.
추신수(왼쪽), 류현진
2월 15일, 추신수는 가족들이 있는 댈러스에서 혼자 애리조나로 이동했다. 스프링캠프 준비를 위해 일주일 정도 먼저 애리조나로 들어가 훈련을 시작한다는 계획이었다. 댈러스에서 매일 경기장으로 출근하며 몸을 만들었던 그는 애리조나에 호텔이 아닌 하우스를 렌트해 한 달 보름 동안 머물 예정이다.
캠프 시작하기 전 만나본 추신수는 어느 해보다 몸을 잘 만들었고, 캠프를 앞둔 자신감이 대단했다. 지난 시즌 초반 극심한 부진을 겪다가 후반기 극적인 반등을 해보이며 팀의 지구 우승은 물론 포스트시즌 진출에 앞장섰던 그는 올 시즌에도 팀의 주전 우익수는 물론 한국인 메이저리거들 중 가장 확실한 풀타임 주전 선수로 분류된다.
어느 해보다 한국인 메이저리거들의 숫자가 부쩍 많아진 상황에 대해 추신수는 “모두가 잘 됐으면 좋겠다. 자주 보지는 못해도 멀리서 진심으로 응원하겠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플로리다 캠프에는 피츠버그의 강정호를 제외한 3명이 모두 메이저리그 ‘신인’들이다. 먼저 플로리다 주피터에 위치한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스프링캠프지의 오승환은 팀의 주축 선수들과 미리 인사를 나누며 일찌감치 훈련에 돌입했다. 오승환이 세인트루이스란 팀을 선택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가 된 포수 야디에르 몰리나와의 만남은 두고두고 잊지 못할 장면이다. 몰리나는 오승환을 반기면서 “당신에 대해 이미 많은 걸 알고 있다”는 얘기를 전했고, 오승환은 자신이 이 팀과 계약한 이유에 몰리나가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는 후문이다. 세이트루이스의 ‘끝판 대장’인 트레버 로젠탈과도 만난 오승환은 “나보다 체격이 훨씬 커서 놀랐다”면서 “선수들과 하루 빨리 친해지고 싶다”는 소감을 나타냈다.
세인트루이스의 현지 언론들은 오승환에 대해 “세인트루이스에서 가장 눈에 띄는 영입”이라고 평가했다. 이미 불펜피칭을 시작한 오승환은 주특기인 돌직구와 고속 슬라이더에 이어 스크루볼처럼 들어오는 체인지업까지 선보이며 시선을 모으고 있다.
포트 마이어스에 위치한 미네소타 트윈스의 박병호의 상태도 ‘맑음’ 그 자체이다. 친화력이 뛰어난 박병호의 성격이 스프링캠프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이미 빅리거 선배인 강정호로부터 “한 달간 몸으로 부딪히면 답이 나올 것”이라는 조언을 들은 박병호는 오버 페이스 하지 않고 컨디션 조절하면서 스프링캠프를 치러낼 것이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넥센 히어로즈 시절, 외국인선수와 대화하는 걸 주저하지 않았던 박병호는 현재 스프링캠프에서도 특유의 친화력을 바탕으로 선수들과 다양한 주제로 얘기를 나누고 있다고 한다.
볼티모어 김현수(왼쪽)와 피츠버그 강정호. 사진제공=리코스포츠
플로리다주 사라소타의 볼티모어 오리올스 스프링캠프는 KBO리그에서 넘어온 김현수에 대한 기대로 가득 차 있다는 전언이다. 19일은 김현수가 스프링캠프 입성 후 처음으로 현지 언론 및 국내 기자들과 인터뷰를 가진 날이었다.
김현수는 사라소타로 넘어가기 전에 미국 LA에서 구단 레전드 외야수 출신 브래디 앤더슨 부사장과 개인훈련을 한 것이 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캠프 입성 전, 미국의 훈련 방법을 처음 경험한 셈이었다.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김현수는 언어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그보단 야구에 먼저 적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타순과 포지션은 감독이 결정할 부분이라 자신은 감독이 정해준 자리에서 치고 달리고 수비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벅 쇼월터 감독은 MLB닷컴과의 인터뷰에서 “볼넷을 고르는 선구안, 삼진을 당하지 않는 능력이 좋다”면서 김현수의 위치를 2번 좌익수에 놓았다.
사라소타에서 차로 20여 분 거리에 위치한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스프링캠프의 강정호는 더 이상 외로움을 호소하지 않고 있다. 근거리에 김현수가, 차로 1시간 30분을 이동하면 박병호와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겨우내 몸을 만들어온 만큼 강정호는 예상보다 빠르게 그라운드에 복귀할 전망이다. 현재 가벼운 러닝과 타격, 기본적인 수비 훈련을 하고 있고, 송구 연습까지 시작했다. MLB닷컴은 강정호가 스프링캠프 이후 개막전에 복귀할지 여부를 피츠버그 3대 궁금증으로 지목했다. 현지 언론은 강정호의 복귀시기를 4월 말로 점치고 있다. 닐 헌팅턴 피츠버그 단장도 “강정호가 4월에 돌아오기를 기대한다”며 복귀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메이저리그 시범 경기는 3월 1일부터 시범경기에 돌입한다. 7명의 한국인 메이저리거들이 시범경기에서 어떤 활약을 펼치느냐에 따라 정규시즌 포지션이 결정될 전망이다.
미국 애리조나=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
시카고컵스 권광민을 아시나요 “제2의 추신수 될래요” 지난해 8월, 서울에서 입단식을 가진 시카고 컵스의 권광민을 아시나요? 장충고 3학년이었던 권광민은 시카고 컵스와 계약금 120만 달러를 받고 미국행에 올랐다. 좌투좌타인 그는 고교 시절 3년 동안 타율 0.339 1홈런 22타점 13도루를 기록했다. 초고교급 선수들의 성적과 비교해 떨어지는 성적일 수 있지만 잠재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다. 정교한 컨택 능력과 파워, 빠른 발을 인정받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이렇듯 마이너리그에서 시작하는 한국인 선수들의 메이저리그 입성은 하늘의 별 따기에 비유될 정도로 어렵고 힘들기만 하다. 그러나 애리조나에서 기자와 만난 권광민은 “자신있다”고 말한다. 그는 지난해 8월 애리조나 교육리그를 한 달 여간 경험했고, 지난 1월 애리조나에 들어와 탈장 수술을 받은 후 재활 훈련 중이었다. “아직은 교육리그밖에 경험하지 못했지만 위축되거나 내 실력이 이곳 선수들보다 뒤떨어진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오히려 훈련을 받으면서 자신감이 생겼고, 충분히 해볼 만하다고 느꼈다. 올 시즌부터 본격적으로 마이너리그 생활에 돌입하면 내가 어디까지 닿을 수 있는지 가늠이 될 것이다.” 권광민은 시카고 컵스 입단식에서 3년 안에 메이저리그에 올라가겠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이 얘기가 지금도 유효하냐고 묻자, 권광민은 “당연하다”고 대답했다. “물론 길고 짧은 건 대봐야 하겠지만, 내가 갖고 있는 파워와 기술 등이 이곳에서 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미국에서 생활하면서 자꾸 부딪쳐 보려 한다. 아직은 절망보다는 가능성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반드시 해보이고 말겠다.” 권광민의 목표는 ‘제2의 추신수’가 되는 것. 그는 이 목표를 가슴에 새기고 야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