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스모의 최고봉 ‘요코즈나’ 출신 아케보노와 대결 여부로 관심을 모으는 최홍만. 그는 이미 아케보노의 경기를 철저히 분석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
오는 3월19일 서울에서 개최되는 K-1월드그랑프리 대회서 데뷔전을 앞두고 1월24일 서울 조선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최홍만은 씨름선수일 때와는 달리 수많은 스포트라이트 속에서 강한 자신감으로 K-1대회의 성공적인 데뷔를 약속했다. 공동 기자회견 후 이어진 개별 인터뷰조차 K-1측의 사전 허락이 있어야만 가능할 만큼 최홍만은 어느새 인터뷰하기 어려운 선수로 업그레이드돼 있었다. 기자를 알아본 후 이전 ‘취중토크’ 때의 일화가 생각난 듯 잠시 미소를 머금던 그는 특유의 솔직함과 낙천적인 성격으로 지루한 인터뷰를 지루하지 않게 풀어 나갔다.
이영미(이): 오랜만이죠? 씨름선수로 만나다가 이렇게 다른 종목의 선수로 다시 만나니까 기분이 새롭네요. 최홍만 선수의 데뷔전을 놓고 많은 기대와 우려가 있어요. 특히 일본의 아케보노(스모 선수로 요코즈나 출신)와 맞붙을지에 대해 관심이 아주 뜨겁더라구요.
최홍만(최): 가장 많은 질문을 받고 있는 부분이에요. 아직 제가 누구랑 싸울지 잘 몰라요. 그러나 천하장사란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만큼 ‘후진’ 상대를 만나면 좀 그렇잖아요. (K-1측에서) 어느 정도 비중있는 선수를 붙여 줄 것 같아요. 이상하게도 아케보노 경기를 가장 많이 봤어요. 분석도 철저히 했고. 충분히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표현하면 건방져 보이겠죠? 각각 씨름과 스모에서 최고에 올랐던 선수들인 만큼 양국의 자존심을 걸고 붙어봐야죠.
이: K-1 진출을 선언한 후 곧장 부산으로 내려가 한 달 동안 훈련에만 매달렸다고 했는데 무슨 운동을 그리 열심히 한 건가요?
최: 복근 강화 운동이요. 아마도 1년치 할 거를 이틀 동안 다 해치웠을 걸요?
이: 여전히 최홍만 선수의 K-1 진출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들이 많아요.
최: 아직 뚜껑을 열어보진 않았잖아요. 그래도 솔직히 부담이 되는 게 사실입니다. 못하면 얼마나 많은 욕을 들을까 걱정되기도 하고.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여론에 대해 크게 신경쓰지 않고 있어요. 참고는 하지만 제가 제 자신을 믿기 때문이죠. 물론 질 수도 있지만, 지더라도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 오는 3월 서울에서 열리는 K-1 월드그랑프리2005대회를 앞두고 지난 24일, 천하장사 출신 최홍만(오른쪽 세 번째)을 비롯한 참가 선수와 대회 관계자들이 기자회견을 한 뒤 포즈를 취했다. | ||
최: 일본에서 K-1대회를 본 적이 있어요. 그 넓은 경기장에 관중들이 꽉꽉 들어찬 모습을 보고 정말 놀랐어요. 전 관중들에 따라 기분이 좌우되는 스타일이거든요.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운동을 하고 싶었습니다. 사람들의 관심이 그리웠던 셈이죠.
이: 씨름 얘기 꺼내기가 참 조심스러워요. 그래도 (씨름과 관련해서) 뭔가를 물어야 할 것만 같은 그런 기분이 들어요.
최: 또 무슨 얘길 하시려고…. 이젠 씨름에 대해 말하고 싶지 않아요. 단, 씨름하면서 매스컴의 무관심에 대해 무지 실망했어요. 오늘 많은 기자분들이 오신 걸 보니 참 기분이 묘해요. 씨름이 K-1처럼 적극적인 스포츠 마케팅을 펼쳤더라면 상황이 많이 달라졌을 거예요.
이: K-1 선수들 중 모델로 삼는 선수는.
최: ‘배틀 사이보그’라 불리는 제롬 르 배너나 밥 샙 등이 아주 인상적인 스타일이라고 생각해요. 밥 샙의 괴팍함을, 배너의 펀치를, 레미 본야스키의 발차기를 두루 취합한다면 아마도 제가 K-1 최고의 선수로 등극하지 않을까요? 꿈인가요? 하하.
이: 네티즌들에 대해 꽤 신경 쓰시는 것 같던데.
최: 채팅을 많이 해요. 주로 여자분들한테 친절하게 답글을 해주는 편인데요, 여자분들은 격투기하면 무섭고 폭력적인 운동이라며 끔찍해 하시더라구요. 그래서 K-1은 프라이드FC와 달리 신사적인 운동이고 살도 많이 빠진다며 열렬히 홍보하죠. 모든 일에는 명암이 존재하잖아요. 절 좋아하기도, 싫어할 수도 있기 때문에 네티즌들에게 관심은 많지만 휘둘리고 싶진 않아요.
이: 예전 인터뷰 때 술보다 춤을 더 좋아한다고 하셨는데 지금도 나이트 자주 가세요?
최: 시간이 없어요. 여유도 없고. 안정이 되면 취미 생활을 즐겨야겠죠.
이: ‘테크노 춤’으로 인기를 끌었는데 K-1 무대에서도 그 ‘뭔가’를 보여주실 건가요?
최: 물론 준비하고 있습니다. 분위기에 맞게 다양한 모습을 보이고 싶어요.
인터뷰가 끝나고 최홍만에게 사인을 받았다. 사인 밑에 쓴 ‘천하장사’라는 단어가 유난히 눈길을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