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4년 7월17일 열린 K-1 월드그랑프리 경기에서 아케보노(왼쪽)와 중국의 장칭준 선수가 맞붙었다. ‘빅맨’ 아케보노가 3대0으로 완패. 로이터/뉴시스 | ||
그렇다면 그동안 일본 격투기 시장에는 ‘빅맨(bib man)’들이 없었을까? 물론 많았다. 하지만 몇 명을 제외하곤 빅맨에 걸맞은 ‘빅 히어로’가 되지 못했을 뿐이었다. 지금부터 항상 ‘다윗’과 맞붙어야 하는 ‘골리앗’들의 면면을 살펴보자.
현재 활동하고 K-1 선수 중 기량면에서 최고의 ‘빅맨’은 단연 밥 샙(31·미국)이 꼽힌다. 사실 밥 샙은 키만 보면 200cm로 여느 K-1 선수들에 비해 ‘엄청나게 크다’는 인상을 주지는 않는다. 그러나 몸무게가 무려 160kg이나 나가며, 풋볼 선수답게 어깨와 흉근, 복근이 발달했다. 말 그대로 ‘떡 벌어진’ 어깨를 자랑한다.
▲ 밥 샙 | ||
지난 2002년 12월, K-1월드그랑프리 결선에서 ‘세계최강’ 어네스토 후스트를 맞아 2회 KO를 거둔 것이 최고의 승리. 그러나 밥 샙은 너무 초반부터 오버페이스를 하다 체력이 급격히 떨어져 2라운드 이후 몸을 가누지도 못하는 모습을 여러 차례 보였다. 또 목 부위와 안면에 대한 맷집이 너무 약해 상대 선수들이 이 부분을 향해 집중적으로 펀치와 하이킥을 날리는 장면이 자주 연출된다. 후스트를 꺾으며 연승가도를 달리던 지난 2003년 3월, 미르코 크로캅에게 왼주먹 스트레이트 한방에 나가떨어진 모습은 밥 샙의 ‘전형적인 패배’ 스타일이다.
K-1 데뷔 이후 단 1승도 올리지 못하고 있는 아케보노 타로(36·일본)는 203cm, 220kg의 ‘항아리형 몸매’를 가지고 있다. 현재 6전 6패에 머물고 있는데 데뷔시절에 비해 입식타격에 대한 ‘감’이 많이 향상됐다는 평가다. 지난 2003년 12월 ‘K-1다이너마이트’ 대회에서 역시 ‘거구’인 밥 샙과 붙어 화제가 됐으나 결과는 1라운드 2분28초 만에 KO패.
지구력 부문에서는 ‘근육질’의 밥 샙보다 오히려 뛰어나 3라운드 경기 내내 크게 지치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워낙 스피드가 느려 상대에게 유효타를 날리지 못한다는 치명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다. 최홍만이 “아케보노는 자신있다”고 말한 것도 아케보노의 ‘느린 동작’을 염두에 뒀기 때문이다.
▲ 버터 빈 | ||
그러나 정작 버터 빈을 유명하게 만든 매치업은 같은 해 12월, K-1 룰이 아닌 종합격투기룰로 일본의 격투스타 스도 겐키와 붙은 이벤트 경기였다. 70kg에 불과한 스도 겐키를 버터빈이 ‘깔아뭉갤 것’이라고 공언했지만 막상 결과는 정반대. 스도 겐키가 2라운드 41초에 힐훅(상대의 발 뒷꿈치를 돌려 무릎인대에 압박을 주는 관절기)으로 거대한 버터 빈에게 항복을 받아냈다. ‘힘과 기술의 대결’에서 기술이 승리한다는 것을 보여준 K-1의 대표적 명승부로 꼽힌다.
이준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