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천정배 ‘돌풍’ ‘눈치작전’ 고건 추락
▲ 이명박 서울시장의 기자회견 모습(위), 강금실 전 장관의 출마 기자회견 모습. | ||
이번 조사에서 정치부 기자들은 차기 대통령감으로 이명박 서울시장을 가장 선호(23.0%)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5·31 지방선거와 관련한 서울시장 후보 선호도 조사에서는 강금실 열린우리당 예비후보가 34.0%를 얻어 ‘대항마’로 떠오른 오세훈 한나라당 예비후보(18.0%)보다 상대적으로 높게 평가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정치부 기자들의 ‘속내’ 속으로 들어가 보자.
정치부 기자들은 차기 대선 주자로 거론되는 인물들 중 이명박 서울시장을 가장 좋게 평가(23.0%)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 뒤를 이어 손학규 경기도지사(14.0%), 김근태 열린우리당 최고위원(13.0%), 고건 전 총리(12.0%), 천정배 법무장관(11.0%)이 근소한 차이로 2~5위에 꼽혔다.
이는 여당보다는 야당 후보군에 대한 평가가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난 것이다. 최근 ‘황제 테니스’ 논란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서울시장이 다른 후보군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어 주목된다. 이러한 결과는 이 시장의 경제 문제 해결 능력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고 전 총리는 일반 국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 시장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수위를 달리고 있다(지난 3월 말 SBS 여론조사에서는 고건 전 총리가 23.7%로 1위, 이명박 서울시장이 21.1%로 2위, 그리고 박근혜 대표가 19.3%로 3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정치부 기자들로부터는 4위권으로 ‘저평가’되고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이번 정치부 기자 여론조사에서 가장 주목해볼 필요가 있는 부분이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이에 대해 “고 전 총리는 그동안 꾸준하게 국민들로부터 안정적 리더십을 인정받아 여론조사에서 1~2위를 차지하고 있다. 국민들은 노무현 대통령에게서 찾지 못한 지도자의 신뢰감을 고 전 총리를 통해 찾으려고 하는 보상심리 때문에 그를 여전히 지지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정치 현장에 있는 기자들의 경우 적극적으로 자신의 길을 개척하기보다는 추대되기를 바라는 듯한 고 전 총리의 소극적인 행보 때문에 후한 점수를 주지 않는 듯하다. 지금까지 어떤 대권 주자들도 소극적인 정치 행태로 집권한 사례를 보지 못했다는 점에서 정치부 기자들은 그의 경쟁력을 낮게 평가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 그래픽=장영석 기자 | ||
또 한 가지 눈에 띄는 부분은 여권 후보군 가운데 김근태 최고위원과 천정배 장관이 상대적으로 높게 평가받은 점. 여권의 ‘수위 주자’인 정동영 당의장에 대한 선호도가 4.0%에 머문 것과 대조적이다.
그러나 기자들은 ‘여당의 차기 후보가 될 것으로 예상하는 인물’로는 절반가량(49.0%)이 정동영 당의장을 꼽아 정치 현실과 인식의 차이를 드러냈다. 그 뒤를 이어 고건 전 총리가 21.0%로 2위, 천정배 장관이 10.0%로 3위에 올랐다. 정 의장의 경우 정치부 기자들의 낮은 선호도에도 불구하고 과반수 정도가 여당 후보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는 점이 특이사항이다. 고 전 총리는 여당 단일 후보로서라기보다는 국민중심당이나 민주당 등 다른 정치세력과의 연대를 통한 출마 가능성이 높다는 인식이 그 저변에 깔린 것으로 볼 수 있다.
야당(한나라당)의 차기 후보를 예상하는 질문에는 압도적인 비율(63.0%)로 이명박 서울시장을 꼽았다. 이는 기자들 사이에서도 ‘이명박 대세론’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음을 간접적으로 나타내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 다음은 박근혜 대표(23.0%), 손학규 지사(4.0%), 고건 전 총리(3.0%), 원희룡 의원(1.0%)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고 전 총리가 후보로 언급된 것은 한나라당의 영입 가능성이 여전히 상존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편 정치부 기자들은 차기 대통령이 갖추어야 할 가장 중요한 자질과 능력으로 ‘경제성장과 균형발전’을 1순위로 응답했다(36.0%). 그 다음으로 ‘국가 비전 제시’(29.0%), ‘사회통합과 갈등 해소’(14.0%) 등의 순이었다.
서울시장 예비후보에 대한 선호도를 묻는 항목에서는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이 34.0%로 가장 좋은 평가를 받았다. 오세훈 전 한나라당 의원은 18.0%로 2위를 차지했고 그 뒤를 맹형규 전 의원(14.0%), 이계안 열린우리당 의원(12.0%), 홍준표 한나라당 의원(6.0%), 김종철 민주노동당 후보(3.0%) 순으로 이었다.
일반인 여론 조사에서는 강 전 장관과 오 전 의원이 박빙의 선두 싸움을 벌이고 있지만 정치부 기자들 사이에서는 ‘강풍’이 ‘오풍’을 여유 있게 앞서고 있는 것으로 조사된 점이 특이하다. 또한 이계안 후보도 만만찮은 지지를 얻어 그의 정책 중심 선거 운동이 기자들 사이에 일정 부분 공감대를 얻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그래픽=장영석 기자 | ||
노 대통령의 국정 수행 능력에 대한 기자들의 평가를 5점 척도를 기준으로 환산한 결과 평균 2.60점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이를 다시 100점 만점 기준으로 환산했을 때 평균 55.8점으로 집계됐다. 보다 구제척으로 보면 60점(26.0%)과 70점(18.0%), 50점(12.0%)으로 평가한 의견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고 가장 높은 점수는 90점(2.0%), 가장 낮은 점수는 0점(2.0%)인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우리나라 정치부 기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정당으로는 민주노동당이 1위(26.0%)를 차지했다. 그 다음으로는 한나라당(21.0%), 열린우리당(19.0%), 민주당(2.0%)의 순으로 나타났다. 선호 정당이 ‘없다’는 답변 유보층도 32.0%나 돼 정치부 기자들의 기존 정치권에 대한 불신을 읽을 수 있었다.
한편 차기 대선의 가장 큰 이슈를 예상하는 질문에는 ‘일자리 창출 및 경제 활성화’에 대한 대답이 53.0%로 가장 많았다. 역시 정치부 기자들도 현재의 불확실한 경제 상황과 실업 문제에 대한 우려를 가장 많이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그 뒤를 이어 ‘사회 양극화 및 빈부격차 해소’(38.0%), ‘부정부패 척결 및 정치개혁’(3.0%), ‘사회복지 개선’(2.0%)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정치부 기자들은 다음 정부가 정치개혁보다는 경제 활성화에 정책 기조의 우선 순위를 둘 것을 제안하고 있는 셈이다.
마지막으로 차기 대선 주자에 대한 항목별 평가를 살펴보면 ‘전반적 국정 수행 능력’ 부문에서는 이명박 시장(76.2점)과 고건 전 총리(75.8점)가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고, 그 다음으로는 손학규 지사(71.6점), 이해찬 전 총리(67.6점), 정동영 의장(67.2점) 등의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경제 정책 수행 능력’ 부문에서는 역시 이 시장이 80.8점으로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 다음으로 손학규 지사(76.2점), 고 전 총리(69.8%), 이해찬 전 총리(65.8%) 등의 순이었다.
또한 ‘외교·군사·안보 대처능력’ 부문에서는 통일부 장관 경력이 긍정적으로 평가된 정동영 의장이 70.0점을 얻어 고 전 총리(68.6점)를 제치고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 다음으로 손학규 지사(64.4점), 박근혜 대표(63.8점), 이명박 시장(63.6점), 김근태 최고위원(63.6점)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반면 ‘사회·복지 문제 해결 능력’ 부문에서는 김근태 최고위원이 보건복지부 장관 경력을 바탕으로 76.4점의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 뒤를 이어 손학규 지사(70.2점), 고건 전 총리(69.0점), 이명박 시장(68.2점)의 순으로 평가됐다. 총점에서는 이명박 (288.8점) 고건(283.2점) 손학규(278.8점) 김근태·정동영(266.6점) 순이었다.
‘일요신문’은 지난 2002년 대통령 선거를 몇 달 앞둔 시점에서 정치부 기자를 대상으로 대권 주자 선호도 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당시 민주당 노무현 후보는 후보 교체론에 시달릴 정도로 지지율이 저조했었다. 하지만 정치부 기자들은 ‘대세론’에 편승해 있던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가 아니라 노무현 후보를 차기 대통령감으로 꼽았고 결국 그 ‘예언’은 적중했다. 정치인들과 가장 접촉할 시간이 많은 정치부 기자들. 과연 그들은 다가오는 5·31 지방선거와 내년 12월 실시되는 제17대 대통령 선거에서도 ‘족집게 예언’을 할 수 있을까.
성기노 기자 kin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