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듀스 101’, 일본 걸그룹 AKB48 총선거 시스템 표절 논란
피라미드 무대 방식이 유사한 일본 걸그룹 AKB48 총선거 시스템(위)과 엠넷 <프로듀스 101>. 사진 출처 : 온라인 커뮤니티
AKB48은 130여 명으로 구성된 일본 걸그룹이다. AKB48은 싱글이나 음반이 발매되면 ‘총선거’를 통해 16명의 선발 멤버를 정한다. 이 선발 멤버들이 AKB48을 대표해 방송 활동을 하는 것이다. 이외에 언더걸스(17~32위), 넥스트걸스(33~48위), 퓨처걸스(49~64위), 업커밍걸스(65~80위) 등을 선발한다. 투표권은 AKB48 팬클럽 회원 및 싱글 구매자 등에게 주어진다. <프로듀스 101>은 이와 비슷한 서바이벌 방식으로 이미 제작 초기부터 ‘AKB48 총선거 시스템’을 베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실제 방송이 시작된 뒤 논란은 더욱 확대되는 분위기다. 시스템은 물론이고 방송의 세부적인 부분까지 표절했다는 주장이 불거지고 있는 것.
우선 무대 구도를 살펴보면 둘 다 피라미드 형태를 하고 있다. AKB48 총선거의 배치 구도는 피라미드형으로 1위는 맨 윗자리에 혼자 앉는다. <프로듀스 101>의 좌석배치도 역시 피라미드형이다. 여기서도 1위 자리는 맨 윗자리로 시청자들의 주목을 받을 수 있게 구성돼 있다.
팀별 색깔도 같다. AKB48의 멤버들은 A팀, K팀, B팀, 4팀으로 나뉜 4개의 팀 중 하나로 들어가서 활동한다. 각 팀은 독립된 공연 세트리스트가 주어진다. <프로듀스 101> 역시 멤버를 A등급, B등급, C등급, D등급, F등급으로 나눴다. 드래프트 형식으로 팀이 결정되는 AKB48과는 달리 심사를 통해 멤버의 역량별로 등급을 나눈다는 것은 차이점이다. 여기서 네티즌들은 <프로듀스 101>이 AKB48의 팀별 색깔까지 표절했다고 주장한다. AKB48은 팀 고유의 색깔이 주어진다. A팀은 분홍색, K팀은 초록색, B팀은 파랑색, 4팀은 노랑색이다. <프로듀스 101> 역시 A등급 멤버들은 분홍색, B등급은 노랑색, C등급과 D등급은 각각 파랑색과 초록색의 옷을 입고 활동한다. AKB48과 같은 색깔들이다.
분홍, 초록, 파랑, 노랑 등 조별 색깔도 비슷한 AKB48(작은 사진)과 <프로듀스 101>(큰 사진). 사진 출처 : 온라인 커뮤니티
이에 네티즌들은 “흔한 색깔이긴 하지만 정확하게 이 4개의 조합으로 떨어지는 것이 과연 우연인가”라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프로듀스 101>에는 4가지 색 외에 회색 옷을 입은 F등급이 있지만 이들은 무대 위가 아닌 바닥에서 춤을 춰 주목도가 떨어진다.
프로그램 에피소드 내에서도 표절 의혹이 있다. 2월 19일 방송된 <프로듀스 101> 5회에는 멤버들이 독감 예방주사를 맞는 장면이 나왔다. 단체합숙에 들어가기 전 안전을 위해서였다. AKB48 역시 악수회를 앞두고 독감 접종을 받는다. 악수회란 팬미팅의 일종으로 AKB48 멤버와 팬들이 악수를 하고 대화를 나누는 행사다. 악수회에는 사람들이 많이 몰려서 독감 등을 예방하기 위해 예방주사를 맞는 것이다. AKB48 멤버가 독감 예방주사를 맞는 장면은 소속사에서 제작한 다큐멘터리나 TV방송 등 여러 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네티즌들은 5회에 나온 몰래카메라 장면도 표절이라고 주장한다. <프로듀스 101>에서 방송된 몰래카메라의 내용은 스태프가 실수로 3000만 원 상당의 카메라를 부순 뒤 연습생들의 반응을 살펴보는 것이다. 지난 2010년 방송된 니혼TV의 <AKBINGO> 84회에는 AKB48 멤버 가운데 한 명이 고가의 기타를 실수로 부숴 다른 멤버의 반응을 살펴보는 내용이 나왔다. 네티즌들은 “누군가 실수로 중요 물건을 부수고 이에 대한 반응을 살펴보는 것까지 흡사하다”며 “의리 테스트를 가장했다는 점까지 일치한다”고 지적했다.
네티즌들은 정견영상과 순위발표 방식까지 유사하다는 반응이다. AKB48은 총선거에 앞서 공식 유튜브 계정을 통해 모든 멤버들이 짧게 자기소개와 포부 등을 이야기한다. <프로듀스 101> 역시 첫 방송 전인 지난해 12월 18일 네이버 TV캐스트를 통해 각 멤버들의 자기소개 영상을 공개했다. 이밖에도 AKB48 총선거 생중계의 순위발표 컴퓨터그래픽(CG) 구성이나 하위순위 멤버부터 호명해 소감을 묻는 방식 등도 비슷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독감 주사를 맞는 설정도 유사한 AKB48(왼쪽)과 <프로듀스 101>. 사진 출처 : 온라인 커뮤니티
이런 의혹에 대해 <프로듀서 101> 측은 표절이 아니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기본적으로 표절 의혹이 제기된 부분이 타 프로그램에서도 흔한 장면이라는 입장이다. CJ E&M 관계자는 “AKB48은 <프로듀스 101> 같은 방송 프로그램이 아니라 걸그룹 운영시스템이기 때문에 비교하는 데 무리가 있다”며 “두 콘텐츠에 대규모 여성 출연자들이 출연하는 터라 이런 의견들이 나오는 것 같다”고 해명했다. 표절 의혹을 받는 장면들에 대해서는 “여러 서바이벌, 순위, 예능 프로그램에서 보여줬던 보편적인 구성”이라며 “몰래카메라는 많은 프로그램에서 다루는 내용이고 4가지 색깔 역시 팀을 구분할 때 흔히 쓰는 색깔”이라고 밝혔다. 표절 의혹이 집중된 피라미드 구조 무대에 대해서도 “시청자들에게 순위를 명확하게 전달하기 위해 삼각형 형태 로고를 생각했고 여기서 파생된 세트 디자인이 나온 것뿐”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일본 TV 프로그램 표절 논란은 <프로듀스 101> 이전에도 있어왔다. SBS <일요일이 좋다> ‘런닝맨’에서 지난해 12월 6일 방송된 ‘핀볼게임’이 일본 후지TV의 <VS아라시>에 자주 등장하는 게임 ‘고로고로 바이킹’을 표절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당시 ‘런닝맨’을 담당하는 임형택 PD는 “이유 불문하고 프로그램 책임자로서 이번 논란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또한 지난해 2월에는 MBC <무한도전>에서 방송된 ‘인간선물 뽑기’에 대해선 후지TV의 <톤네루즈노미나상노오카게데시타>에 나온 ‘인간 UFO 캐쳐’ 게임과 비슷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당시 무한도전 측은 표절 의혹을 강하게 부정했다.
표절 논란이 불거졌을 때 이를 인정하는 프로그램은 찾기 힘들다. <프로듀스 101> 역시 표절을 인정하지 않았다. 시청자들 입장에서 확실한 표절 여부는 알 길이 없다. 그저 제작진의 양심에 맡길 뿐이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