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공부 하나 해보자.
yip=【의성어·발음 ‘입’】 자동사 (강아지 등이) 깽깽 울다(yelp). 명사 깽깽(거리는 소리). 그럼 골프의 입스(yips)는. 일반적으로 ‘숏 퍼팅시 손이나 손목의 근육에 영향을 주는 불안정한 컨디션’으로 알려져 있다. 심리적인 퍼팅 난조. 쉽게 말해 아주 짧은, 손쉬운 퍼팅을 자주 놓치는 것이다. ‘짧은 퍼터의 병’으로도 불린다.
이런 입스 증세는 퍼팅연습을 거의 하지 않는 아마추어는 물론이고 가끔 국내외 톱프로들까지도 제대로 걸려 혹독한 시련을 겪곤 한다. 주로 절체절명의 승부처에서 극도의 긴장감 때문에 짧은 퍼팅을 놓친 후 이것이 장기화되곤 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국내 여자그린의 정상급 선수로 현재 일본에서 활약하고 있는 한지연이다. 한지연은 호리호리한 몸매에 장타력을 갖췄고 마스크도 예쁘장하고, 성격도 좋아 골프기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2002년 그 유명한 스카이밸리·김영주패션인비테이션널 대회에서 한지연은 마지막 18번홀을 남기고 강수연에게 1타를 앞섰다. 강수연이 어려운 3m 내리막 버디퍼팅을 성공했고, 한지연의 8m 버디퍼팅은 홀컵 80cm 앞에 멈췄다. 당연히 넣고 연장으로 갈 상황. 하지만 한지연은 극도의 긴장감에 이를 놓쳤다.
당시 국내 정상급 실력에도 우승이 없었던 한지연은 이후 심각한 입스에 시달리며 프로 11년차인 올해까지도 우승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국내 정상급의 비거리에 정확한 아이언샷. 하지만 심리적으로 흔들리며 잘나가다가 망쳐버린 대회가 한둘이 아니다.
한지연뿐만 아니다. 2001년 충청오픈에 이어 2002년 유성오픈을 제패한 ‘국내 그린의 강자’ 박도규도 입스로 인해 2003년 이후 약 2년 동안 긴 슬럼프를 겪었다. 93년 마스터스 우승자 베른하르트 랑거(독일)는 3번씩이나 입스 증세를 고친 것으로 유명하다.
갑자기 생뚱맞게 ‘입스’ 얘기를 한 것은 세계 1위가 입스가 걸리는 사상 초유의 사건이 발생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비제이 싱(피지)은 지난 21일(한국시간) 베이힐인비테이셔널에서 공동 준우승을 차지하며 공동 23위에 그친 타이거 우즈를 제치고 2주 만에 세계 1위 자리를 되찾았다.
호성적과 황제 재등극에도 불구하고 싱은 경기 후 인터뷰를 거절할 정도로 화가 많이 나 있었다. 마지막 날 17번홀까지 공동 선두를 달리다 마지막 18번홀에서 더블보기를 범해 우승컵을 내줬기 때문이다. 싱은 이 대회 일주일 전인 혼다클래식 연장전에서 1m도 채 안 되는 퍼팅을 놓쳐 준우승에 그쳤다. 2주 연속 준우승. 그것도 매번 마지막 홀에서 황당한 실수로 우승을 놓쳤기에 충격이 클 수밖에 없었다. 싱은 이에 앞서 지난 1월 시즌 개막전인 메르세데스챔피언십에서도 1∼3라운드를 선두로 달리다 마지막 날 트리플보기로 무너진 바 있다. 지구상에 골프를 가장 잘 치는 사람에게도 입스가 올까. 아주 좋은 구경거리다.
스포츠투데이 골프팀장
온라인 기사 ( 2024.12.08 18: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