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준 재능 스스로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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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와이튼 구든 | ||
미국 메이저리그를 좋아하는 팬들 중에는 아직도 ‘드와이트 구든(40)’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다. 메이저리그 ‘닥터 K’의 계보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80년대 최고의 투수이기 때문이다. 19세이던 지난 1984년 대학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프로(뉴욕 메츠)에 데뷔한 구든은 17승을 올리며 신인왕을 거머쥐었고, 이듬해에도 24승을 올리며 최연소 사이영상을 수상했다.
데뷔 초반부터 ‘야구 신동’이 아니라 ‘야구 신’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렸던 구든. 사이 영이 가지고 있는 역대 최다승(5백11승)기록에 근접할 만한 투수라는 찬사를 들었지만 그 재능은 너무나 일찍 시들어 버렸다.
선수생활 초기의 지나친 혹사, 너무 어린 시절부터 큰 성공을 거뒀다는 자만감 등에 코카인 복용까지 겹쳐 급기야 20대 후반부터 기량이 급전직하했다.
결국 5백승은 고사하고 2백승도 올리지 못한 ‘그저 그런 투수’로 현역 생활을 마감했다. 한동안 언론의 초점에서 멀어져 있던 구든은 이달 중순 전처 폭행혐의로 경찰에 체포되면서 그를 기억하던 팬들을 더욱 낙담하게 만들었다.
올시즌 한국프로야구 한화에 입단을 노크했던 것으로 알려져 화제가 된 ‘찬호 도우미’ 라울 몬데시(34·애틀란타)도 한때 ‘야구 신동’소리를 들었던 인물. LA다저스 소속이던 지난 94년 신인왕을 차지하며 전형적인 ‘5tools player(정확한 타격, 빠른 발, 수비센스, 강한 어깨, 뛰어난 파워)’로 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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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울 몬데시 | ||
결국 야구 외적인 것에 더욱 신경을 쓰던 몬데시는 2003년 이후 받아주겠다는 팀이 없어 이 팀 저 팀을 기웃 거렸고 한국리그에까지 눈길을 돌린 것. 우여곡절 끝에 올 시즌 가까스로 애틀랜타와 1백만 달러에 계약을 맺었지만 그가 스스로의 기량만 제대로 유지했다면 지금쯤 연봉 1천5백만 달러를 넘는 슈퍼스타가 되고도 남았을 것이다.
마이클 조던이 사라진 미국프로농구(NBA)에서 현재 ‘농구 황제’에 가장 가까운 선수로 르브론 제임스(20·클리블랜드)를 꼽는 팬들이 많다. 3월21일 토론토와의 경기에서는 무려 56점을 쏟아 부으며 역대 ‘최연소 50점대 득점’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했다.
그러나 지난 시즌 신인왕 투표에서 1위를 차지한 제임스에 비해 2위였던 ‘라이벌’ 카멜로 앤서니(20·덴버 너기츠)는 이번 시즌 극심한 부진의 늪을 헤맸다. 지난해 여러 차례 마약소지 혐의로 경찰서에 들락날락거리는 등 절제되지 못한 사생활이 문제였다.
이미 ‘신동’이라는 단어를 쓰기엔 너무나 커버린 잉글랜드 프로축구의 웨인 루니(20·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지난주 한 나이트클럽에서 대학생과 주먹다짐을 벌인 혐의로 경찰의 조사를 받으며 또다시 팬들의 원성을 샀다. 이미 지난해에는 창녀촌을 드나든 사실이 언론에 포착돼 망신을 당할 정도로 역시 사생활에서는 낙제점을 받고 있다.
루니의 축구실력을 놓고도 의견이 분분한 상태. 루니에 대해 많은 축구전문가들은 드리블이나 위치선정, 슈팅력 등 어느 것 하나 빠지진 않지만 그렇다고 특별히 잘하는 것도 없는 ‘평균 이상 정도의 선수’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따라서 루니가 지금처럼 ‘게으른 천재’의 모습을 계속 보일 경우 ‘제2의 조지 베스트’가 될 수도 있을 것이란 우려가 크다.
조지 베스트는 펠레, 마라도나, 요한 크루이프, 마라도나와 함께 ‘세계 5대 축구선수’로 꼽히는 축구 대스타. 나머지 4명보다 지명도가 처지는 것은 모국인 북아일랜드가 월드컵 본선과 별다른 인연이 없기 때문이었을 뿐, 펠레조차 “나의 진정한 라이벌은 조지 베스트”라고 공언할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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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웨인 루니 | ||
그러나 음주와 약물에 지나치게 탐닉했고, 음주운전과 경찰폭행 등 무절제한 사생활 등으로 늘 언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훗날 은퇴를 반복하며 미국 프로축구단을 전전하기도 했지만 조지 베스트가 공식적으로 유럽 축구계에서 은퇴를 선언한 것이 그의 나이 겨우 26세 때다.
한편 골프계에도 ‘신동’ 소리를 들은 선수들은 여러 명이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활약을 펼치는 선수들도 있다.
19세 때인 지난 2000년 US오픈에 초청받으며 타이거 우즈의 계보를 이어받을 ‘골프 신동’으로 주목받았던 호주의 기대주 아론 배들리도 2003년 데뷔 당시의 기대와는 달리 아직까지 이렇다 할 성적을 못 내고 있는 상태. 지난해 크라이슬러 클래식에서 2위에 오른 게 최고 성적이다. 배들리는 ‘아론 배들리 주니어 월드 챔피언십’이라는 자체 골프투어 대회를 개최할 정도로 뛰어난 사업수완도 가지고 있는데 오히려 이 같은 ‘딴 일’ 때문에 정작 본업에서는 기량 발전이 없는 것이라는 비판도 듣고 있다.
한국이 낳은 세계적 골프 신동 위성미를 말할 때 꼭 비교되는 남자 선수가 타이 트라이언(21)이다. 지금이야 미국 골프팬들의 시선이 위성미에게 쏠려있지만 불과 3~4년 전만 해도 타이는 미국 최고의 골프 신동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17세 때이던 지난 2001년 고교생 신분으로 PGA투어 혼다클래식 출전권을 따내는 대이변을 연출했기 때문이다.
오늘날의 위성미처럼 ‘대학 진학이냐 프로진출이냐’를 놓고 관심이 집중됐지만 그 이듬해 프로행을 택했다. 그러나 ‘단핵구증가증’이라는 병이 발병하면서 컨디션이 급전직하했고, 결국 2003년 베이힐 인비테이셔널에서 공동 10위에 오른 것을 끝으로 요즘은 PGA에서 얼굴을 보기 힘들다.
이준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