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골프입문 50년을 맞은 한장상 한국프로골프협회 고문(65)이 밝힌 흥미로운 일화 몇 가지를 소개한다.
#박정희 대통령에게 골프 가르쳐
한 고문은 6·25 직후 국내 유일의 골프장이었던 군자리 서울컨트리클럽 주변에 살다가 볼보이 캐디를 거쳐 골프에 입문했다. 60년대 초 군대에 갔는데 한국에 골프치는 사람이 수백명에 불과한 시절인지라 기초군사교육만 받고 육군본부 소속으로 골프장에서 근무했다. 공인 1호 골프병인 셈.
어쨌든 일등병이던 시절 5·16 군사 쿠데타가 일어났고, 이후 최고회의장을 거쳐 대통령이 된 박정희 전대통령에게 60년대 중반까지 골프를 가르쳤다. 일개 사병이 장군을 가르친 것. 함께 라운드를 돈 횟수는 열손가락 미만이지만 누구보다 박정희 골프를 잘 알게 됐다.
“군인답게 백스윙 히트 팔로우스윙을 딱딱 끊어서 절도있게 했어. 스코어는 보기플레이 정도 된 것 같은데 퍼팅을 끝까지 하지 않아서 정확하게는 몰라.”
박 대통령은 볼이 그린 위로 올라가면 첫 퍼팅만 하고 이후는 더 이상하지 않았다. 이유는 ‘허리와 고개를 숙이면 모양도 안 좋고, 고혈압 등 건강에 안 좋기 때문’이라나.
이 퍼팅을 끝까지 하지 않는 ‘박통골프’는 당시 2인자로 불렸던, 또 지금도 살아계시는 노정치인이 아직도 그대로 따라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내기골프는 안할수록 좋다
한 고문은 “내기골프를 한 것이 50년 동안 다섯 손가락이 안된다”고 밝혔다. 요즘 주말골퍼들은 골프를 칠 때마다, 심지어 한 번 칠 때 한 가지 내기만 하는 게 아쉬워 스트로크에 라스베이거스, 후세인, 좌충우돌, 스킨스 등 각종 내기를 섞어서 한다.
내기골프를 넘어 전문 사기골프도 있다. 수년 전 한 사업가가 사기골프단에 걸려 30억원이 넘는 돈을 날렸다는 소문이 장안에 화제가 되기도 했다. 3명이 조를 짜 처음엔 돈을 조금씩 잃어주면서, 술자리까지 함께 하면서 접근했고, D데이가 되자 한 타에 기본 1천만원인 스트로크 내기를 했다는 것이다. 3명은 피해자가 안보는 사이 핸드웨지(손으로 볼을 집어던지는 행위), 알까기(로스트볼인 상황에서 몰래 다른 볼을 떨어뜨리는 행위), 마크옮기기 등의 노골적인 사기골프행각을 벌인 것은 물론이다.
#프로에게 덤비면 안되지
한 고문은 70년대 중반 지금도 이름을 대면 알 만한 사람인 국내 정상의 아마추어골퍼 A와 B씨가 도전해온 일화도 소개했다. 이들은 골프에 미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선수 이상으로 골프연습을 많이했고, 실력도 뛰어나다고 했다. ‘우리 둘이 편을 먹으면 천하무적’이라며 이들이 한 고문에게 도전장을 낸 것. 한 고문은 장타자로 유명한 원로골퍼 김덕주 프로와 편을 먹어 이들와 일전을 펼쳤다.
2번을 대결했는데 결과는 1차전 완승에 이어 2차전은 실력차를 통감한 A, B씨가 9홀을 치고 줄행랑을 치고 말았다. 아마추어가 아무리 잘친다 해도 일본오픈까지 우승한 한 고문에, 국내그린을 평정하고 있는 장타자 김덕주 프로였는데 상대가 안됐던 것이다.
스포츠투데이 골프팀장 einer@stoo.com
온라인 기사 ( 2024.12.08 18: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