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가격 2조원…유통업체 시큰둥한 반응 속 매각 성사 여부 주목
킴스클럽 강남점 내부.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바꿔 말하면 킴스클럽만으로는 인수 후보자들이 만족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당초 이랜드는 알짜배기 땅에 있는 뉴코아 강남점을 내놓기 싫어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킴스클럽만으로는 매력도가 떨어진다”고 말했다. 후보자들이 뉴코아 강남점을 함께 요구했고 이랜드가 이를 수용했다는 것은 사는 쪽이나 파는 쪽이나 킴스클럽이 거래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이랜드가 지난해 11월 30일 킴스클럽을 매각하겠다고 밝힌 이후 유통업체들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랜드는 킴스클럽이 연매출 1조 원에 달하는 알짜 사업인 데다 서울에서 한꺼번에 많은 매장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가 흔하지 않다는 이유에서 매각이 쉬울 것으로 예상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사모펀드들만 관심을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유통업체들이 킴스클럽을 외면한 가장 큰 이유는 ‘남의 집’에 들어가 장사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식료품·공산품 위주의 할인마트인 킴스클럽은 서울에 37개 점포를 갖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NC백화점, 뉴코아아웃렛, 2001아웃렛, 동아백화점 등 37개 점포에 입점해 있다. 앞서의 유통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가치도 주요 고려 사항인데 킴스클럽은 주인이 따로 있는 백화점 내에 입점해 있는 상태”라며 “막대한 임대료를 지불해가며 장사를 하라는 건데, 그 정도로 탐나는 매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유통업 전망이 밝은 것도 아니다. 대형마트는 물론 편의점·SSM(기업형슈퍼마켓) 등 유통업계 수익성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굳이 킴스클럽을 인수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 유통업계 관계자들의 생각이다. 업계에서는 킴스클럽 역시 강남점 등 일부 점포만 인기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이유로 킴스클럽 매각이 당초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자 재무건전성 확보가 시급한 이랜드가 뉴코아 강남점을 함께 내놓은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뉴코아 강남점은 부동산 평가액만 5000억 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현대백화점, 신세계백화점 등 유통업체들의 매장별 매출에서 강남지역 매장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뉴코아 강남점은 위치로서도 매력이 있다.
특히 뉴코아 강남점과 가까운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이 최근 증축·리뉴얼 공사를 끝내고 서울지역 최대 규모 백화점으로 재탄생한 것을 계기로 반포동 일대가 유통 메카로 화려하게 변화할 가능성도 있다. 뉴코아 강남점 자리의 가치가 상승할 여지가 충분하다는 의미다. 킴스클럽만으로는 매력을 느끼지 못한 유통업체들이 뉴코아 강남점은 눈독을 들였던 이유다.
이랜드가 킴스클럽 매각에 뉴코아 강남점을 보탬으로써 매각이 용이해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킴스클럽과 뉴코아 강남점을 합한 매각 가격은 약 2조 원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랜드 관계자는 “3월 중에 인수적격후보로 선정된 3곳 중 1곳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될 것”이라며 “매각하는 데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매각 건에서 흥미로운 대목은 유통업체들과 이랜드의 입장이 다르다는 점이다. 이랜드는 3곳의 인수적격후보 중 유통업체들이 재무적투자자(SI) 혹은 전략적투자자(FI) 형태로 포함돼 있다고 전하는 한편, 유통업체들은 참여하지 않았다고 부인하고 있다. 심지어 한 업체 관계자는 “전혀 관심이 없으며 참여하지 않은 것이 확실하다”고 강조하는 데도 해당 업체 이름이 거론되고 있을 정도다. 이랜드 관계자는 “인수합병 건은 최종 결과가 나올 때까지 비밀에 부치는 것이 원칙”이라며 “업체 이름을 구체적으로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임형도 기자 hdli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