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수야, 도전장 접수했다”
▲ 요즘 제일 잘나가는 투수 손민한. 부산팬들은 그가 승리를 낚는 재미에 푹 빠져 ‘부산 갈매기’를 열창한다고.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
지난 25일, LG와의 잠실 3연전 중 두 번째 날, 경기를 위해 구단버스를 타고 야구장에 도착한 손민한은 상당히 피곤한 모습이었다. 워낙 매스컴의 집중 취재 공략을 받다보니 단 하루도 인터뷰를 거른 날이 없을 정도라고 한다. 배칠수씨가 이례적으로 경기장 밖으로 나와 선수단 버스에서 내리는 손민한 선수에게 다가가 반갑게 인사를 전하니 그의 얼굴이 금세 활짝 피었다. 모처럼 기자가 아닌 야구를 정말 좋아하는 팬과 편한 대화를 나눠 기분 좋다는 손민한과의 인상적인 ‘생생 인터뷰’를 공개한다.
손민한(손): 어휴, 실제로 보니 저보다 몸이 더 좋으세요. 장난 아닌데요?
배칠수(배): (야구선수 만나러 올 때만 ‘쫄티’를 입는다는 기자의 추임새에) 그럴 리가요? 코디가 이렇게 드러나는 옷을 좋아해요. 전 별루인데 하하. 그나저나 하여튼 반갑습니다. 이렇게 대단한 투수를 직접 뵐 수 있어 영광인데요. 요즘 활약이 대단하세요.
손: 좀 하는 거죠 뭐. 성적도 좋고 팀도 잘 나가고 있어 기분은 좋아요.
배: 기분 안 좋으면 이상한 사람이죠. 손민한 선수 인터뷰를 읽어보면 대부분 우승이 목표고, 20승은 관심이 없다고 말하는데, 그건 기자들한테 하는 얘기고, 나한테는 좀 솔직히 말해 봐요.
손: 20승이란 게 결코 쉬운 목표가 아니에요. 이 페이스를 계속 이어간다면 몰라도 분명 중간에 슬럼프가 찾아올 거니까요. 그리고 올해는 경기 수가 줄어서 제가 한 번도 거르지 않고 등판했을 경우 28게임에 나갈 수 있어요. 28게임에서 20승은 너무 어려워요. 특히 요즘 타자들 방망이가 좀 좋아요. 장비도 좋고.
배: 같은 방을 쓰는 이용훈 선수의 ‘교주’라면서요?
손: 하하. 기자분들이 그렇게 붙이신 거죠. 사실 제가 용훈이를 끔찍이 챙긴다고 하는데 별로 챙기는 거 없어요. 용훈이가 워낙 물어보는 것도 많고, 알고 싶어하는 것도 많아서 얘기해주는 것뿐이죠. 용훈이보단 제가 더 많은 도움을 받아요. 공 던지는 스타일이 아주 다르거든요. 가끔은 나도 용훈이처럼 바꿔 볼까? 하는 생각도 해보죠.
배: 두 분이 어떻게 다른 데요?
손: 용훈이는 배영수처럼 파워피칭을 구사해요. 자기 힘으로 타자를 누르는 스타일이죠. 반면에 전 맞춰 잡는 편이에요. 타자 입장에선 용훈이보다 제가 훨씬 상대하기 쉬워 보일 수 있어요. 반반씩 섞으면 딱 일 것 같은데….
배: 어디 기사를 보니까 배영수 선수가 ‘도전장’을 내밀었던데. 한번 맞붙고 싶다면서요.
손: 아, 예. 저도 봤어요. 솔직히 저도 붙어보고 싶어요. 자웅을 겨루기보단 많은 사람들이 원하니까 흥미 차원에서 선발 대결을 벌인다면 재미있을 것 같아요.
배: 삼성 타선이 만만치 않잖아요.
손: 삼성은 하위타순까지 죄다 여느팀 4번타자들 감이에요. 빈틈이 없죠. 쉬어가는 이닝이 없다보니까 집중력을 더 필요로 해요. 그런데 해보니까 의외로 쉬운 면도 있어요. 주 득점요인인 강동우, 박한이 등 발 빠른 선수들을 잘 묶어 놓으면 공략하기가 아주 수월해요.
배: 아니, 그런 노하우를 이렇게 공개해도 되는 건가요? 하하. 올시즌 프로야구의 ‘빅3’로 꼽히는 선수들이 있잖아요. 손민한, 배영수, 박명환, 이 세 선수 중 누가 제일 낫다고 생각해요?
손: 배영수가 제일 낫죠. 나이도 젊구요. 나랑 박명환은 부상 경험이 많아서 좀 힘들어요. 단 경기 운영면에선 제가 두 선수보단 경험을 더 많이 했기 때문에 약간 더 나을 거예요.
▲ 배칠수의 투구폼을 바로잡아주는 손민한. | ||
손: 다른 건 없어요. 변화구 위주의 피칭을 주로 하다 보니까 몸쪽을 좋아하게 됐어요. 몸쪽 승부는 타이밍 싸움이거든요. 실패할 경우 장타로 연결되기 때문에 위험 확률이 크지만 잘만 컨트롤하면 ‘감히’ 방망이를 휘두를 엄두를 못 내죠.
배: 롯데팬들은 손민한 선수만 나가면 그날 게임은 이긴 거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는데 엄청 부담되겠어요.
손: 편하게 받아들이려고 해요. 내 뒤의 불펜진이 워낙 든든해서 내가 이기고 있을 때 마운드에서 내려오면 오늘도 이겼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타자들이 그러더라구요. 내가 선발로 나갈 때는 더 집중해서 치려고 한다고.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준 게 저한테는 가장 큰 행복이죠.
배: 롯데 응원가인 ‘부산 갈매기’가 요즘 유명세를 타고 있는데 경기장에서 그 노래를 들을 때 어떤 기분이 들어요?
손: 소름이 쫙 돋아요. 만원 관중들이 그 노래를 부르면 절로 흥분이 되거든요. ‘아, 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잘 던져야겠다’ 하는 각오를 새롭게 다지기도 하구요.
배: 은퇴하기 전에 꼭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뭘까요. 팀 우승, 이런 거 빼구요.
손: 골든글러브상을 받고 싶어요. 야구선수한테는 최고의 상이니까. 프로 입단한 지 9년짼데 한 번도 받아보지 못했거든요.
배: 글쎄요, 제 예감으론 올해 그 상은 당연히 손민한 선수의 차지가 될 것 같은데요? 하여튼 오늘 고마웠습니다. 어이쿠, 덕아웃에서 인터뷰 그만 끝내라고 성화네요. 얼른 가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