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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네덜란드 스키폴 공항에는 쿠웨이트와의 월드컵 최종예선전을 마치고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입국한 박주영을 기다리는 수십 명의 취재진이 있었다. 그러나 박주영은 입국장 문을 열고 나서자마자 인터뷰를 시도하려는 기자들을 본체만체 고개를 숙이고 딴전을 피웠다. 축구협회 홍보담당자의 주선으로 어렵게 인터뷰는 성사됐지만 박주영은 시종일관 어두운 표정으로 묻는 말에는 극도의 ‘단답형’으로 일관했다.
‘3분 역전 드라마’가 펼쳐진 16일 나이지리아전. 경기를 마치고 공식 인터뷰 장소인 믹스트존을 지나가는 박주영을 어렵사리 잡아 인터뷰를 시도했다. 하지만 박주영은 수십 명의 기자들을 피한 채 한켠에서 고개를 떨구고 있었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제정한 “경기 뒤 선수들은 미디어와의 인터뷰를 성실하게 취할 의무가 있다”는 규정조차 무색한 순간이었다. 역시 축구협회 관계자의 주선으로 인터뷰는 어렵사리 성사됐다.
이에 대한 박주영의 입장은 “왜 나만 인터뷰를 하느냐”다. 박주영은 나이지리아전을 마친 다음날 가진 회복훈련 자리에서 또다시 인터뷰를 거부했다. “다른 동료 선수들도 있는데 나만 하면 되겠느냐”가 이유다. 그동안 지나친 언론과의 인터뷰가 부담으로 작용한 듯한 인상이다.
박주영은 소속팀 FC서울에 입단한 이후 미디어의 표적이 됐다. 이전 고려대 재학시절에는 언론의 관심에서 어느 정도 자유로울 수 있었지만 ‘프로’인 FC서울에서는 그럴 수 없었다. 박주영은 경기의 승패와 자신의 득점 여부를 떠나 무조건적으로 인터뷰를 해야 했다. 국가대표팀에서도 마찬가지. 쟁쟁한 선배인 안정환 이동국 등을 제치고 그는 항상 언론의 인터뷰 선호대상 ‘넘버1’이었다. 결과적으로 대표팀을 거치고 난 뒤 박주영의 인터뷰 기피 현상은 더욱 심화됐다. 하지만 박주영이 앞으로 더욱 대형스타로 뻗어나가기 위해서 언론은 결코 피할 대상이 아니라는 점에서 관계자들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엠멘=김기범 스포츠투데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