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라진 발 젊어진 얼굴 변신하는 해결사들
▲ 선구안이 좋은 4번 타자로 거론되고 있는 두산의 김동주. 주장도 함께 맡고 있다. | ||
4번 타자는 그 팀의 중심 타선이면서 무게중심 역할을 하다 보니 경험 풍부한 선수들이 차지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 프로야구는 초창기와는 달리 4번 타자는 이러이러해야 한다는 절대적인 공식이 없을 정도로 타자들의 기량이 상향표준화되고 있다. 득점 기회나 승부처에서 4번 타자에게 거는 기대치는 다른 선수에 비해 훨씬 높다 보니 ‘타격의 꽃’이라는 수식어만큼 어깨도 무겁다.
투수들에게 이름이 주는 위압감의 가치로 따질 때 심정수(삼성)가 7억5천만원으로 4번 타자들 중에서 가장 높은 연봉을 자랑한다. 올 시즌 4번 타자로 깜짝 변신한 이대호(롯데)의 연봉 7천만원과는 무려 10배 이상의 차이가 난다. 억대 연봉이 아닌 4번 타자는 9천만원의 박용택(LG)과 함께 두 선수뿐이다. 이대호는 “연봉 차이가 성적순은 아니지 않느냐”면서 “팀에게 절대적으로 공헌할 수 있는 선수가 진정한 4번 타자인 것 같다”며 나름대로 역할의 중요성을 설명하기도 했다.
‘소총부대’라는 달갑지 않은 수식어를 달고 다니는 롯데가 올 시즌만큼은 이런 놀림을 받지 않고 있다. 적어도 여기에는 이대호(롯데)가 분명 한몫하고 있다. 허벅지 굵기가 34인치로 웬만한 남자 허리 사이즈인 이대호는 체구만큼이나 듬직한 한방으로 달라진 팀컬러의 선봉에 서 있다. 양상문 롯데 감독은 이대호 앞뒤에 외국인 선수 라이온과 팰로우를 포진시키고 여전히 4번 타자만큼은 타순에 변화를 주지 않을 정도로 이대호에 대한 믿음을 강하게 표시하고 있다.
하지만 신인 4번 타자의 원조(?)는 마해영(기아)이다. 마해영은 롯데 프로 데뷔 첫해부터 붙박이 4번 타자에 낙점됐다. 다소 엉성해 보이는 타격폼이지만 배트 끝에 맞아도 힘이 실리는 장타 덕분에 93년 당시 롯데는 거포 부재에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마해영은 “예전에는 연장자(?)가 무게중심인 4번 타순을 꿰찼지만 최근에는 앞뒤에서 노련한 선배들이 이끌어주고 ‘젊은피’의 한방으로 반전을 노리는 모습이 많아졌다”며 달라진 분위기를 전했다.
4번 타자의 진가는 어디에서 결판날까. 일선 감독들은 4번 타자가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항목으로 홈런(장타)과 타점을 꼽았다. ‘클린업 트리오’라는 표현처럼 앞선 주자가 나가 있으면 깨끗하게 ‘청소’(?)해 타점을 올릴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하며 한두 점 피 말리는 승부에서는 결국 ‘한방’으로 해결사 노릇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록에서도 4번 타자들이 20위권 안에 모두 이름을 올려놓은 분야는 ‘장타율’이다. 0.610으로 가공할 만한 장타율을 자랑하는 서튼(현대)이 홈런과 타점에서도 선두를 달리고 있고 마해영(기아)이 0.450으로 8명 중에서 가장 낮은 장타율로 17위에 올라있다.
4번 타자와 인연이 가장 깊은 항목인 홈런 부문에서도 서튼(현대) 심정수(삼성) 이호준(SK)이 나란히 선두권을 형성하고 있다. 타점 역시 서튼(현대) 김태균(한화) 심정수(삼성) 순으로 4번 타자의 영역임을 내세우고 있는 듯하다. 이호준(SK)은 “3번 타자가 정확한 타자라면 4번은 역시 한방으로 통하지 않겠냐”면서 “홈런과 타점은 팀에 공헌할 수 있는 가장 큰 방법이기 때문에 팀의 중심 역할을 하는 4번 타자의 가치는 여기에 따라 달라진다”고 말했다. 8명의 4번 타자들은 부상으로 잠시 쉬었던 김동주가 홈런 부문에서 1개 차이로 20위에 못 든 것을 제외하면 홈런과 타점에서 모두 순위권에 들어있다.
투수들은 적극적으로 나오는 타자들이 오히려 상대하기 쉽다고 한다. 공격적이기 때문에 유인구에 잘 속는다는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이와 함께 투수들이 가장 상대하기 껄끄러운 타자 역시 한방 있는 타자라는 걸 기록에서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무게감이 느껴지는 심정수(삼성)는 현재 ‘삼진왕’을 달리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해 심정수는 “그냥 나가는 것보다는 큰 걸로 나가고 싶다 보니 적극성을 띨 수밖에 없는데 투수들이 이런 심리를 잘 이용하는 것 같다”고 풀이했다. 하지만 심정수는 이와 동시에 볼넷을 가장 많이 얻어낸 선수이기도 하다. 홈런 1위에 올라 있는 서튼(현대) 역시 삼진 부분에서는 근소한 차이로 심정수를 뒤쫓고 있다. 역시 볼넷에서도 3위에 올라 있다.
선구안이 좋은 4번 타자로는 김동주(두산)가 거론된다. 김동주는 7월22일 현재 44개의 볼넷으로 7위에 올라 있지만 삼진에서는 28개로 4번 타자 중에서는 가장 낮은 숫자를 기록하고 있다. 8명의 4번 타자의 평균 삼진이 54개인 것에 비하면 거의 절반 이하인 셈이다.
체격으로 보면 이대호(롯데)가 가장 커 보이는데 실제 몸무게는 심정수(삼성) 김동주(두산)와 비슷하다고 한다. 100kg을 넘나드는 이들은 무더위가 시작되는 여름에는 의도적으로 체중을 살짝 줄인다. 체격이 반드시 파워와 비례하는 것도 아니고 기술면에서 국내 선수들도 상당한 발전을 하다 보니 이제 4번 자리가 덩치 큰 용병을 위해서 기다리고 있다는 것도 옛말이 되었다.
4번 타자 중에서 이대호를 제외하고는 모두 신장에서는 180cm대를 유지하며 체중에서는 80kg대를 형성하고 있다. 이들 8명의 평균 신장과 체중을 내 보면 약 185(184.75)cm와 약 82(81.6)kg이 나온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 수치에 이호준(SK)이 딱 들어맞는다는 것. 이 점에 대해서 이호준은 “KS 표준 4번 타자라고 불러달라”며 “가장 이상(?)적인 4번 타자의 체형을 갖고 있는 것 같아서 기분은 좋다”고 흐뭇해했다.
8개 구단 4번 타자 비교 7월22일 현재(괄호는 순위)
이름 | 키/몸무게 | 연봉 | 타율 | 안타 | 홈런 | 타점 | 득점 | 볼넷 | 삼진 | 출루율 | 장타율 | 도루 |
심정수(삼성) | 82/100 | 7억5천만 | 0.274 | 80 | 18 | 61 | 56 | 63 | 80 | 0.408 | 0.493 | 2 |
김동주(두산) | 180/100 | 3억2천만 | 0.302 | 60 | 9 | 42 | 43 | 44 | 29 | 0.449 | 0.492 | 1 |
김태균(한화) | 184/88 | 1억5천5백만 | 0.317 | 97 | 12 | 63 | 45 | 39 | 46 | 0.398 | 0.523 | 0 |
이호준(SK) | 185/82 | 1억8천5백만 | 0.277 | 72 | 18 | 48 | 45 | 29 | 48 | 0.369 | 0.523 | 3 |
이대호(롯데) | 192/100 | 7천만 | 0.257 | 76 | 15 | 59 | 38 | 38 | 50 | 0.365 | 0.459 | 0 |
박용택(LG) | 185/85 | 9천만 | 0.307 | 99 | 12 | 49 | 68 | 24 | 63 | 0.362 | 0.491 | 29 |
서튼(현대) | 182/82 | 20만달러 | 0.315 | 91 | 22 | 76 | 56 | 58 | 72 | 0.424 | 0.599 | 0 |
마해영(기아) | 188/96 | 4억 | 0.285 | 85 | 11 | 56 | 42 | 33 | 59 | 0.367 | 0.450 | 0 |
김남용 스포츠라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