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도발→현실서 맞짱’ 짜고치는 동영상 올려…그들에겐 짭짤한 놀이
지난해 개봉한 영화 <소셜포비아>는 ‘현피 원정대’에게 일어나는 사건을 그린 영화다. 한 군인의 자살 소식에 남긴 악성 댓글로 네티즌의 분노를 사며 실시간 이슈에 오른 ‘레나’를 벌하기 위해 온라인으로 ‘현피 원정대’를 모집한다. 하지만 오히려 원정대를 맞이한 것은 이미 죽음을 맞이한 레나의 시체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은 인터넷 방송에 생중계된다. 이후 현피 원정대가 억울함을 풀기 위해 사건의 의혹을 파헤쳐 나간다는 게 이 영화의 내용이다.
영화 <소셜포비아> 스틸컷.
영화에서 주된 테마로 등장하는 ‘현피’란 ‘현실’의 앞 글자 ‘현’과 ‘Player Kill’의 앞 글자인 ‘P’를 합쳐진 신조어다. 온라인상에서 일어난 다툼이 오프라인 싸움으로 이어지는 것을 의미하는 신조어다. 여기서 ‘Player Kill’은 온라인 게임에서 상대방을 쓰러트리거나 죽이는 행위를 뜻한다. 한때 이러한 현피가 익명 커뮤니티 사이트와 일부 온라인 게임에서 실제 발생하기도 해 논란이 됐다. 지난 2012년엔 메신저 단체 대화방에서의 말다툼이 실제 살인으로 이어진 ‘신촌 살인 사건’이 대표적이다. 당시 현피는 사회 문제로 급부상하기도 했다.
요즘엔 ‘현피’보다 현피의 모든 과정을 중계하는 ‘추격전’이 더 핫하다. 2010년대에 들어서면서 스마트폰이 대중화되고 SNS, 인터넷 방송 등이 발달하면서 ‘추격전’이 유행하고 있다. 보통 추격전은 도발, 현피 예고, 물리적 충돌, 결말 순으로 행해진다. 예컨대 A 씨가 B 씨를 저격해 “싸우자”는 ‘도발 동영상’을 남긴다. 이에 B 씨는 “A 씨를 찾아 죽일 것”이라며 현피를 예고한다. 실제로 만난 두 사람은 어떤 물리적 충돌을 한다. 결말은 대개 먼저 시비를 건 쪽이 ‘사과 동영상’이나 ‘사과 댓글’ 등을 남기는 것으로 끝이 난다.
최근에도 인터넷에서 엄청난 화제가 된 추격전이 있었다. ‘페이스북 스타(페북 스타)’인 윤희성 씨(26)와 신태일 씨(23)가 찍은 추격전이다. 신 씨의 지인은 신 씨가 윤 씨에 대해 험담을 나눈 대화를 캡처해 윤 씨에게 전송했다. 이에 윤 씨는 신 씨를 저격하는 글을 올렸고 신 씨 또한 그에 맞서 ‘도발’ 영상을 올렸다.
신태일 씨가 윤희성 씨에게 도발하는 영상 캡처.
그런데 놀랍게도 해당 동영상은 실제 상황이 아니라 당사자들이 미리 합의하고 찍은 것이었다. 이에 대해 윤 씨는 “지난해 9월 한 악플러가 ‘잡으러 오라’며 악성 댓글을 남겼다”며 “처음엔 화가 많이 난 상태였다. 잡으러 가는 과정을 찍어 올리니 팔로어들이 재미있어 했다”며 “워낙 이슈가 되니 ‘추격전’을 콘텐츠로 만드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이에 평소 알고 지내던 신 씨와 ‘추격전’ 콘텐츠를 만들기로 결심한 것”이라고 말했다.
페북 스타들은 이런 동영상을 찍는 이유가 ‘팔로어 수’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팔로어 수를 늘리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대표적인 이유는 ‘수입원’과 ‘인기’다. 페북 계정을 통해 수입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은 페북 스타가 직접 광고를 하거나 페북 스타의 계정을 회사에 파는 방법 등이 대표적이다. 실제로 화제가 되는 동영상을 게시하면 SNS에서 인기 스타가 될 수 있는데 SNS 스타가 되면 매달 1000만 원가량의 수입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윤 씨는 “광고 회사에서 팔로어 수에 해당하는 몸값을 측정하고 그에 따른 수익 분배를 한다. 그러다 보니 돈을 벌 목적인 페북 스타도 있다”고 밝혔다. 자신의 실제 직업을 애견 사업가라고 밝힌 윤 씨는 “나는 사업이 광고 없이도 잘 되고 있어 SNS는 ‘소통의 공간’ ‘재밌는 공간’으로 느끼고 있다”라며 “실제로도 많은 사람이 알아봐주니 재미있다”고 말했다.
신 씨는 “팔로어가 많으면 많을수록 광고가 많이 붙는다”고 말했다. 이와는 별개로 “페이스북 계정 파급력이 좋을 때 팔로어 한 명당 100원으로 계산해 해당 SNS 계정을 팔 수 있다”며 “물론 페이스북을 더 이상 사용하지 않아 필요가 없어질 때 이야기다”라고 말했다.
윤희성 씨와 신태일 씨의 추격전 동영상 캡처.
그렇다면 이런 ‘추격전’이 SNS 상에서 얼마나 자주 벌어지고 있을까. 이에 대해 윤 씨는 “매달 20회 이상 추격전 영상이 올라오는 것 같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이런 추격전의 대부분은 실제 상황이 아닌 조작된 영상이다. 신 씨는 “추격전이라고 올라오는 동영상의 80%가량이 조작일 것”이라고 설명했고 윤 씨는 “거의 대부분이 조작으로 실제 상황은 소수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김경민 기자 mercur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