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11일 제주도의 클럽 나인브릿지가 한국 골프장으로선 최초로 세계 100대 코스(95위)에 선정돼 큰 화제를 모았다. 각종 언론에 대서특필되고 찬사가 줄을 잇기도 했다.
그래서 이번 주 주제는 ‘골프장’이다. 먼저 세계 100대 코스에 대해 알아보자. 이거 잘 알 필요가 있다. 그래야 안 속고 그 의미를 제대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100대 코스’ 이런 건 논리학 오류론의 ‘권위(숭경)에 호소’로 따질 수 있다. ‘A가 p를 주장하고 있다. 그러므로 p이다’는 식인데 이는 A는 p에 관해 믿을 만한 권위자일 때만 올바른 논증이 된다. 즉 누가(A)가 100대 코스를 선정했느냐가 중요하다. 주말마다 골프를 즐기는 아파트 옆집 아저씨가 나름대로 선정한 100대 코스는 의미가 없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100대 코스를 선정·발표하는 공인된 기관이나 단체는 없다. 완벽한 정답은 없는 셈이다.
대신 워낙 골프에서 미국의 비중이 크다보니 미국의 2대 골프잡지인 <골프다이제스트>와 <골프매거진>에서 선정하는 100대 코스가 많은 사람들로부터 인정받고 있다. 나인브릿지GC의 95위는 2년마다 ‘100대코스’를 발표하는 <골프매거진>의 2005년 9월호에 실렸다(71년부터 평가 시작).
그럼 <골프다이제스트>는? 라이벌끼리는 반대로 가는 것이 인지상정. 뭐 누구도 부인하기 어려운 확실한 상위권의 코스는 두 잡지에 공통으로 포함되지만 나인브릿지(2001년 개장)와 같은 신생골프장이나 60위권 이하의 코스들은 두 선정 기관마다 희비가 엇갈린다. 나인브릿지GC는 <골프다이제스트> 100대코스에는 이름을 올리지 못하고 있고, 또 당분간 어려울 전망이다.
오히려 <골프다이제스트>는 나인브릿지GC보다는 같은 제주도에 위치한 핀크스GC(99년 개장)를 한국 최고의 골프장으로 꼽고 있다. 99년부터 100대 골프장을 선정하고 있는 <골프다이제스트>의 방식은 독특하다. 선발주자 <골프매거진>과 차별을 두기 위해서인지는 몰라도 ‘미국 100대 코스’와 ‘세계(미국외) 100대 코스’로 나눠 발표한다.
지난 5월 발표가 있었는데 나인브릿지의 이름은 없고 핀크스를 미국 외 세계 100대코스 72위에 올려놨다. 순서를 따지자면 나인브릿지GC보다 핀크스GC가 먼저인 셈이다.
‘누구 팔뚝이 더 굵을까’하는 식인데 <골프다이제스트>측은 미국내는 물론 전 세계 골프전문지업계에서 자사가 독보적인 1위를 기록하고 있고, 심사위원의 숫자가 훨씬 더 많다는 사실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반면 <골프매거진>측은 선정 역사가 더 오래 됐고, 평가방식에 있어 다이제스트는 자국 심사위원이 자국 코스를 평가하지만 매거진은 아니카 소렌스탐 등 유명인사로 구성된 1백명이 각국의 코스를 공정하게 평가한다고 자부한다.
어쨌든 이 같은 구도 속에 핀크스는 <골프다이제스트>측과, 나인브릿지는 <골프매거진>측과 절친하다. 해당 잡지의 광고와 기사게재 등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경쟁도 치열하다. 핀크스가 99년 개장부터 여자한일대항전이라는 A급대회를 주최하자, 나인브릿지는 2001년 개장과 함께 한국 유일의 미LPGA대회인 CJ나인브릿지클래식을 준비했다(2001년 9·11테러로 순연. 2002년부터 개최).
문제는 이런 과열경쟁 속에 자칫하면 로비에는 약하지만 정말 좋은 골프장과 골프동호인들이 피해를 볼 우려가 있다는 사실이다.
스포츠투데이 골프팀장 einer@stoo.com
온라인 기사 ( 2024.12.11 11:3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