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전부터 보기 드문 ‘타타’ 대결…이것은 축복이야~
3월 5일(한국시간) 애리조나에서 펼쳐진 텍사스 레인저스와 LA 다저스의 시범경기에 구름관중이 몰려들었다. 추신수는 이날 2번 타자로 선발출장했다.
지난 3월 5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서프라이즈 스타디움에선 텍사스 레인저스와 LA 다저스의 시범경기가 열렸다. 류현진이 재활 중이 아니었더라면 추신수, 류현진의 맞대결을 기대하는 한국 팬들도 꽤 많았을 것이다.
텍사스 유니폼과 다저스 유니폼이나 티셔츠를 입고 나타난 팬들로 인해 서프라이즈 스타디움은 인산인해를 이뤘다. 정규시즌에는 서로 리그가 달라 쉽게 만나기 어려운 아메리칸리그팀과 내셔널리그팀의 맞대결이라 그런지 야구장은 발 디딜 틈이 없이 붐볐다.
시범경기지만 미국 국가와 시구까지 펼쳐지는 덕에 야구장 분위기는 정규시즌 때와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입장권 가격도 홈플레이트 백스톱 뒤쪽의 가장 좋은 프리미엄석이 30달러(약 3만 6000원), 홈에서 가장 먼 1루 쪽 끝자리가 17달러(2만 원) 정도였다. 이날 경기에 2번타자 우익수로 출전한 추신수는 LA 다저스 스캇 카즈미어를 상대로 시범경기에서 첫 안타를 날리며 순조로운 출발을 알렸다.
메이저리그에 도전하는 한국 선수들 중 ‘가장 쓸데없는 걱정이 추신수 걱정’이라고 할 만큼 추신수는 다른 코리안리거들에 비해 비교적 안정된 위치를 선점했다. 팀의 붙박이 2번타자고, 그가 맡고 있는 우익수 자리는 추신수 전용이나 다름없다. 즉, 추신수의 백업 멤버를 키워 경쟁시키거나 추신수에게 출전 횟수로 자극을 주는 행위는 더 이상 찾아보기 어렵다는 얘기다.
그 배경에는 제프 배니스터 감독과 추신수의 서로에 대한 신뢰 구축이 작용한다. 지난 시즌 오해로 빚어진 ‘불화설’에 시달린 후 두 사람은 많은 대화를 통해 서로를 깊이 이해하고 있는 중이다.
추신수는 “지난 시즌에는 수술 후 캠프를 소화하다 보니 컨디션을 끌어 올리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면서 “그러나 올 시즌에는 정말 스트레스 받지 않고 캠프를 소화하는 것 같다. 팀 분위기도 최고다. 올해는 우리 팀이 뭔가 일을 낼 것만 같다”며 활짝 웃었다.
추신수는 올 시즌 많은 한국 선수들과 경기를 통해 만나게 된다. 개막전 상대가 시애틀 매리너스. 텍사스 홈에서 3연전을 치르는데 만약 시애틀 매리너스의 이대호가 메이저리그 25인 로스터에 합류한다면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에 속해 있는 시애틀과 텍사스는 자주 맞대결을 펼칠 수밖에 없다.
추신수는 시애틀과의 개막 3연전을 치르면 LA 에인절스와의 원정경기를 떠난다. LA 에인절스에는 최지만이 뛰고 있기에 또 다시 한국 선수들의 맞대결이 펼쳐진다. LA 에인절스와의 4연전을 마치면 시애틀로 원정을 떠나 또 다시 이대호와의 만남을 앞두고 있다.
흥미로운 부분은 다시 홈으로 돌아온 추신수가 만날 상대가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김현수라는 사실. 볼티모어가 텍사스와 4연전을 치르기 위해 알링턴구장을 방문하는 덕이다. 즉 개막전부터 볼티모어와의 4연전까지 추신수는 무려 14게임에서 친구(이대호) 또는 후배들(최지만 김현수)과 만나게 된다.
5월에는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의 강정호가 텍사스와 원정경기를 치르기 위해 댈러스를 찾게 되고, 6월에는 추신수의 텍사스 레인저스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원정 경기를 갖는다. 이 경기에서 추신수와 오승환의 맞대결이 예상된다. 7월 1일부터는 박병호가 속해 있는 미네소타 트윈스와 원정과 홈에서 각각 3연전과 4연전을 치른다. 같은 지구에 속해 있는 시애틀 이대호와 LA 에인절스 최지만은 가장 자주 만날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한국시간으로 3월 4일 새벽 캐나다 밴쿠버로 비자 발급을 위해 떠났던 이대호. 비자가 없는 상태에선 시범경기에 뛸 수 없는 터라 그의 비자 발급은 취재진들의 중요한 관심 사항이었다. 하루 만에 모든 일을 마치고 5일 비자를 받은 후 통역 박대준 씨와 함께 다시 애리조나로 돌아온 이대호는 한결 홀가분한 표정이었다.
이대호의 ‘숙원사업’이었던 비자 문제가 해결되면서 3월 7일 텍사스 레인저스와 시애틀 매리너스의 시범경기에 이대호와 추신수가 출전할지 여부에 시선이 쏠렸다. 3월 5일 현재, 시애틀의 스캇 서비스 감독은 <시애틀타임스> 등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이대호가 6일부터 시범경기에 출전할 수 있다”고 밝힌 터라 7일 텍사스전에서 ‘부산 사나이’들의 타격 솜씨를 확인할 수 있을 듯하다.
이대호도 정규시즌 동안 여러 한국 선수들을 만나게 된다. 같은 지구인 추신수, 최지만과 가장 많은 대결을 펼치는 것은 물론 5월에는 미네소타 트윈스를 홈으로 불러 들여 3연전을 치른다. 6월 25일부터는 9경기 연속 한국 선수들이 속해 있는 팀과의 경기들이 기다린다. 오승환이 뛰고 있는 세인트루이스와 3연전을 치르고 나면 6월 29, 30일에는 강정호의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 2연전을 갖고, 7월 2일부터 4일까진 김현수가 있는 볼티모어 오리올스를 맞이한다. 이대호로선 기대를 가질 만한 일정들이다.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강속구에 대해 기대와 걱정이 많았던 이대호는 시범경기 출전 횟수를 늘리면서 적응력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시애틀 구단에서도 다른 메이저리그 캠프 초청 선수와는 달리 이대호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은 편이고, 이대호가 하루 빨리 메이저리그에 적응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김현수와 미네소타 트윈스의 박병호도 개막전부터 맞붙는다. 볼티모어 홈에서 치러지는 4월 5일 개막전에 미네소타를 불러 들여 3연전을 치른다. 5월 10일에는 김현수가 미네소타로 원정경기를 떠난다. 3연전을 마치고 홈으로 돌아오면 5월 18일부터 이대호가 속한 시애틀 매리너스와의 3연전이, 그리고 최지만이 뛰는 LA 에인절스와의 원정경기가 기다린다.
김현수는 시범경기가 시작된 이후부터 3경기 연속 무안타로 침묵했다. KBO리그에서 시속 140㎞대의 공에 익숙해 있다가 150㎞대의 공을 보려면 적응할 시간이 필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 볼티모어 벅 쇼월터 감독은 “김현수가 우리가 원하던 선수인지는 5월 중순에 가서야 알 수 있을 것이다. 그 전까지 모든 지원을 해주겠다”는 말로 여유 있는 모습을 나타냈다.
미네소타 트윈스의 박병호는 지난 4일 보스턴 레드삭스와의 시범경기에서 6번 지명타자로 나와 첫 안타와 첫 타점을 기록했다. 전날 보스턴전에서 3타수 무안타에 삼진 3개를 기록하는 등 고전을 면치 못했던 박병호는 두 번째 시범경기에서 첫 안타를 신고하며 마음의 부담을 덜어냈다. 경기 후 기자들과 만난 박병호는 “삼진 3개를 당했을 때보다 마음이 편하다”는 소감을 전한 바 있다.
영어에 대한 두려움이 없는 박병호는 미네소타 동료들과 활발히 의사소통을 한다. 통역이 있지만 영어에 대한 자신감이 있다 보니 선수들과 직접 대화를 나누며 꽤 친하게 어울리고 있다. 무엇보다 미네소타 폴 몰리터 감독과 선수들의 응원을 받으며 메이저리그에 연착륙하려고 노력 중이라 시범경기에서의 성적에는 크게 신경 쓸 필요가 없을 듯하다.
오승환이 뛰고 있는 세인트루이스는 4월 4일부터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 원정 개막전을 갖는다. 부상과 재활, 그리고 재기를 노리는 강정호로선 개막전 출전이 어려운 터라 오승환과의 맞대결은 다음으로 미뤄야 하는 상황. 5월 7일부턴 홈으로 피츠버그를 불러들이는데 강정호의 재활 속도가 빠르다면 강정호, 오승환이 맞붙는 장면이 연출될 수도 있다.
그 경기 이후에는 LA로 원정을 떠나 5월 11일부터는 에인절스와, 5월 14일부턴 다저스와 3연전을 치른다. 만약 류현진이 5월 중으로 복귀하게 된다면 각각 다른 팀 선수로 마운드에 오른 오승환과 류현진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지난 시즌 똑같이 수술대에 올랐던 류현진과 강정호. 두 선수 모두 재기를 위해 오랜 시간 동안 인내와 고통의 시간을 감내해야 했다.
피츠버그 강정호는 지난 5일, 부상 후 처음으로 라이브 배팅을 소화했다. 오랜만에 진행한 라이브 배팅 후 한층 자신감을 찾은 강정호는 재활 속도가 굉장히 빨리 진행되고 있음을 알렸다. 클린트 허들 피츠버그 감독은 이미 강정호를 3루수와 중심 타선에 기용하겠다고 밝혔다. 모든 것이 물음표였던 1년 전과 다른 상황이다. 조디 머서와 유격수 경쟁을 펼쳤던 지난해에 비해 올해는 주전 자리가 보장됐고, 3루수가 유격수보다는 수비 부담이 덜한 터라 타격에 더욱 집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순조로운 재활 과정을 보여줬던 류현진은 두 번째 불펜피칭 이후 왼 어깨 부위에 약간의 쓰림 증세가 나타나는 바람에 며칠 동안 실내 훈련만 소화했다. 1월부터 애리조나에 입성해 개인 훈련을 소화하며 쉼 없이 내달렸던 류현진으로선 잠시 쉬어가는 타이밍이라고 볼 수 있다.
다저스의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감독이나 선수나 재활을 서두르지 않는다”면서 류현진의 복귀 과정이 약간은 늦춰질 수 있다고 암시했다. 이러한 류현진의 상태에 대해 해석이 분분하지만 다저스 클럽하우스에서 만난 류현진은 탁구를 하고 선수들과 장난을 치면서 전혀 이상이 없다는 모습을 나타냈다.
LA 에인절스의 최지만은 시범경기에서 연일 맹타를 휘두르며 메이저리그 데뷔에 청신호를 알렸다. 올 시즌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계약했다가 ‘룰5 드래프트’를 통해 에인절스 유니폼을 입은 최지만은 주전 1루수 앨버트 푸홀스의 부상으로 개막전(4월 5일) 엔트리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샌프란시스코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고 스프링캠프 초청 선수 신분으로 시범경기를 뛰고 있는 이학주는 2009년 시카고 컵스에 입단 후 2011년 탬파베이 레이스로 자리를 옮겼고, 지난해까지 탬파베이 마이너리그에서 활약했다. 2013년 왼쪽 무릎 십자인대 파열로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특유의 빠른 발을 앞세워 유격수는 물론 2루수도 가능한 상황.
이학주가 샌프란시스코 25인 로스터에 진입한다면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라이벌 팀인 LA 다저스와의 격돌은 물론 류현진을 상대로 타석에 들어서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미국 애리조나=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
추신수의 코리안리거 지원 프로젝트 “후배들은 내 아픔 겪지 않기를…” 앞으로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는 한국인 선수들은 추신수와 이대호를 중심으로 한데 모일 전망이다. 코리안 메이저리거가 늘어나면서 추신수는 후배들과 함께 힘을 모아 마이너리그에서 고생하는 한국 선수들을 돕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아직 구체적으로 진행되진 않았지만 추신수는 최근 류현진과 이대호를 만나 이런 생각을 전했고, 긍정적인 반응을 얻어냈다는 후문이다. 추신수가 마이너리그 후배들에게 관심을 두는 이유는 자신의 경험 때문이다. 2000년 19세의 나이에 시애틀 매리너스에 입단, 루키리그부터 단계를 밟아 올라갔던 추신수는 혼자의 힘으로 모든 역경을 극복해냈다. 만약 메이저리그에 먼저 진출한 선배들에게 의지하고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면 훨씬 빠른 시간 안에 메이저리그에 올라설 수 있었을 것이라고 회상한다. 그런 뼈아픈 경험을 잊지 않고 있는 추신수는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는 한국 선수들이 늘어남에 따라 이젠 그들의 힘을 모아서 마이너리그 후배들을 돕는 데 적극 나설 계획이다. “박찬호, 서재응, 김병현 선배들도 후배들을 돕고 싶어 했을 것이다. 그러나 당시엔 휴대폰 SNS 등이 활성화되지 않아 자주 연락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지금은 전화나 문자메시지 등으로 안부를 확인할 수도 있고, 서로의 어려움 등을 공유할 수 있다. 한 사람보다는 두 사람이, 두 사람보다는 세 사람이 마음을 모으면 후배들을 돕는 데 큰 힘이 되지 않을까 싶다. 시즌 때는 경기를 뛰느라 정신없겠지만, 비시즌 때 한국에서 모여 각자의 의견을 들어봐야 할 것 같다. 후배들을 돕는 일뿐만 아니라 사회에 공헌하는 일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아직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진 못했지만 비시즌 때 코리안 메이저리거들의 모임이 마련된다면 추신수를 비롯한 선수들의 생각이 한데 모일 수 있을 것이다. [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