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 앞에선 ‘본업마저 포기’
월드컵 대표팀 감독 선임과 같은 ‘대사’를 앞두고 저명한 에이전트사가 앞다투어 후보자를 내는 대신, 묵묵히 고개만 저은 것은 역시 대한축구협회와 캄(KAM)과의 돈독한 관계 때문.
이미 에이전트 업계에서는 캄 이외의 에이전트는 어떤 후보자를 내더라도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는 게 ‘정설’처럼 퍼져 있다. 이번 감독 선임 과정에서도 국내 에이전트들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결과론적 얘기지만 축구협회가 캄과 접촉한 것으로 알려진 아드보카트 이외에 다른 후보자와는 전혀 접촉하지 않을 것이라는 ‘시나리오’를 국내 에이전트들은 미리 예상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유럽과 한국을 오가며 활동하고 있는 에이전트 D씨는 “하비에르 클레멘테 전 스페인 국가대표 감독이 에이전트를 통해 한국 대표팀 감독직에 관심이 있다고 연락이 왔으나 정중히 거절했다”고 밝혔다.
“캄이 아니면 절대 협상이 안 될 것이라는 판단을 내렸었다”는 D씨는 “괜히 한국 축구에 대한 대외적 이미지만 나빠질 것 같아 포기했다”고 귀띔했다.
클레멘테 감독은 92년부터 98년 프랑스월드컵까지 무려 6년간 스페인 ‘무적함대’ 사령탑을 맡아 월드컵과 유럽선수권, 올림픽 등 큰 대회를 두루 경험한 명장. 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스페인을 우승으로 이끌었고, 94년 미국월드컵 8강을 견인한 바 있다. 이밖에도 스페인 빌바오, 에스파뇰,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레알 베티스, 프랑스 마르세유 등 스페인과 프랑스 유명 클럽에서도 지휘봉을 잡은 바 있어 경험으로만 따지면 협회가 추천한 후보에 전혀 뒤떨어지지 않는다.
또 다른 저명한 에이전트 E씨 역시 “2006년 월드컵 개최국인 독일 출신 유명 감독들도 한국 감독직에 관심을 표명했다”고 전했다. 평소 일본 J리그 클럽들의 물량공세에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던 명장들이 본프레레 감독 경질 이후 한국 감독 자리에 유난히 애착을 보였다는 게 그의 말. E씨 역시 D씨와 마찬가지로 “직 ·간접적 채널로 한국 감독 후보로 나서고 싶다는 제의를 받긴 했으나 솔직히 협회에 추천할 엄두가 나질 않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