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 쨍쨍한 한나라 기상이변 노리는 우리
▲ 정동영 열린 우리당 의장,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한화갑 민주당 대표, 문성현 민노당 대표, 심대평 국민중심당 대표(왼쪽부터) | ||
하지만 선거전이 본격화되면서 여야 정치권의 명암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해 볼 때 한나라당은 수도권을 비롯한 영남과 강원 등에서 절대적 우위를 보이고 있는 반면 열린우리당은 전북과 대전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민주당은 텃밭인 전남과 광주에서 선전하고 있고 민주노동당과 국민중심당은 정당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데 만족해야 하는 형국이다. 선거일을 보름여 앞둔 시점에서 여야 정당의 권역별 기상도를 중심으로 격전지 판세와 막판 변수 등을 점검해 봤다.
▲ 그래픽=장영석 기자 zzang@ilyo.co.kr | ||
서울시장과 경기도지사, 인천시장 선거전이 펼쳐지고 있는 수도권은 5·31 지방선거의 축소판이라 불릴 만큼 국민적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곳이다. 전국 16개 광역단체장 중 수도권에서 어느 정당이 승리하느냐에 따라 이번 선거의 승패가 좌우될 것이란 말이 나올 정도다.
현재(5월 14일 기준)까지 각종 여론조사 결과 한나라당 후보들의 우세 속에 열린우리당 후보들이 대반전을 기대하며 맹추격전을 펼치고 있는 양상이다. 수도권의 중간 기상도는 한나라당은 ‘햇볕’, 열린우리당은 ‘먹구름’으로 대변된다.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국민신당의 경우 후보들이 분전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미풍’ 수준에 머물러 있다.
서울시장 선거는 강금실 열린우리당 후보와 오세훈 한나라당 후보 간의 양자대결 구도로 굳어지고 있는데 현재까지는 ‘오풍’의 위력이 ‘강풍’을 여유있게 따돌리고 있다.
한 달여 전인 4월 13일 실시된 KBS 여론조사에서 오 후보(43.6%)와 강 후보(39.9%)의 지지율 격차는 오차범위 내였다. 하지만 한나라당 경선 직후인 4월 25일 실시된 <중앙일보> 가상대결에서는 오 후보(48.8%)와 강 후보(27.3%)의 지지율 격차는 더 벌어졌고, 지난 2일 발표된 <동아일보> 조사에서도 두 사람의 격차(오세훈 50.2%, 강금실 32.2%)는 줄지 않았다. 지난 11일 발표된 <중앙일보> 조사에서는 두 후보의 격차가 27%포인트 가까이 벌어진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경기도지사 선거 역시 김문수 한나라당 후보가 열린우리당 진대제 후보를 20%포인트 이상 여유있게 앞서고 있는 상황이다. 11일 <중앙일보> 조사에서 김 후보는 42%의 높은 지지율을 보인 반면 진 후보는 22%를 얻는 데 그쳤다.
인천시장은 안상수 한나라당 후보의 독주체제가 지속되고 있다. 열린우리당이 고심 끝에 최기선 전 시장을 후보로 내세웠지만 좀처럼 지지율 격차를 줄이지 못하고 있다. 4월 30일 KBS 조사 결과 안 후보는 46.3%의 지지율을 획득한 데 반해 최 후보는 19.6%의 지지율을 얻는 데 그쳐 두 후보 간 격차는 25%포인트 이상 벌어지고 있다. 11일 <중앙일보> 조사에서도 두 후보의 격차(28%포인트)는 줄지 않았다.
이처럼 수도권 세 곳 모두 한나라당 후보들의 강세가 지속되자 여야의 희비도 크게 엇갈리고 있다.
높은 정당 지지도를 바탕으로 승기를 잡은 한나라당은 큰 이변이 없는 한 이번에도 수도권을 싹쓸이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이면서도 여권의 막판 승부수를 경계하는 분위기다.
반면 ‘수도권 전패’ 위기감에 휩싸인 열린우리당은 처진 지지율을 만회하고 막판 대역전을 이끌어낼 만한 승부수 찾기에 여념이 없다. 한나라당의 공천비리와 성추행 파문을 이슈화시키는 동시에 상대 후보에 대한 ‘인물 검증’을 통해 반전을 노리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여권이 한나라당 세 후보의 개인 비리 등과 관련한 폭발성 있는 파일을 선거 종반에 공개할 것이란 얘기도 나돌고 있다.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의 지지층이 겹치는 호남 표심의 향배 및 젊은 유권자들의 투표율도 수도권 선거의 최대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지난 8일 <서울신문>은 여론조사 결과 강 후보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지지층이 갈라진 호남 유권자들이 부동층으로 분류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했다.
[충청권]
충청권은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의 각축전에 지역 맹주를 꿈꾸는 국민중심당이 합세하면서 치열한 3파전이 예고됐던 곳이다. 현재까지의 기상도는 한나라당 ‘맑음’ 열린우리당 ‘약간 흐림’ 국민중심당 ‘먹구름’으로 요약되고 있다. 한나라당은 충북과 충남에서 앞서고 있고 열린우리당은 대전 한 곳에서 승리를 낙관하고 있다. 반면 국민중심당은 바람몰이의 축으로 삼았던 이인제 의원의 불출마로 세 곳 모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대전시장 선거는 현 시장인 염홍철 열린우리당 후보의 수성 굳히기에 박성효 한나라당 후보가 맹추격하는 양상이다. 두 후보는 지난해까지 시장과 정무부시장으로 ‘한솥밥’을 먹었던 인연을 뒤로한 채 자존심을 건 한판 승부를 펼치고 있다.
4월 30일 KBS 여론조사에서 염 후보는 46.3%의 지지율로 박 후보(17.3%)를 여유있게 따돌렸고 5월 11일 <중앙일보> 조사에서도 두 후보의 지지율(염홍철 46%, 박성효 18%)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국민중심당에선 남충희 대변인을 후보로 내세워 ‘충청권 바람’을 기대하고 있고 박춘호 민노당 후보는 노동자와 농민 표 결집을 시도하고 있지만 선거 대세에 영향을 끼치기에는 역부족인 상태다.
충북지사의 경우 정우택 한나라당 후보가 선두를 굳히는 가운데 한범덕 열린우리당 후보와 민노당 배창호 후보, 국민중심당 조병세 후보가 추격하는 양상이다. 지난달 말 지역 방송사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정 후보는 45.9%의 지지율로 21.9%에 머문 한 후보를 두 배 이상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1일 <중앙일보> 조사에서도 이 같은 격차(정 후보 38%, 한 후보 13%)가 그대로 유지됐다.
이인제 의원의 출마 여부로 관심을 모았던 충남지사 선거는 이 의원의 불출마로 이완구 한나라당 후보와 오영교 열린우리당 후보 간의 양자 대결구도에 심대평 전 지사의 측근인 이명수 국민중심당 후보가 추격전을 펼치는 형국이다. 4월 30일 KBS 여론조사에서는 이 후보 32.7%, 오 후보 21.1%, 이 후보(국중당) 14.6%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일 <동아일보> 조사에서도 이 후보(33.4%)는 오 후보(21.1%)와 이 후보(국·10.1%)를 여유있게 앞섰다. 11일 <중앙일보> 조사에서는 이 후보가 오 후보에 13%포인트 가까이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과거 선거에서도 드러났듯이 선거 당일까지 속내를 잘 보이지 않던 충청권 표심을 감안하면 중간 판세가 선거 결과로 이어질 것으로 속단하는 것은 아직 이르다는 분석도 나온다.
[영남권]
영남권은 경남·북지사, 부산·대구·울산시장 등 모두 다섯 곳에서 광역단체장 선거가 치러지는 최대 권역이다. 이 지역은 전통적인 한나라당 텃밭으로 분류되고 있는 만큼 이번 선거에서도 큰 돌발 변수가 없는 한 한나라당의 ‘싹쓸이’가 예상되고 있다.
한나라당이 강한 햇볕을 쬐고 있는 반면 다른 정당들은 짙은 먹구름에 덮여 있는 형국이다.
한나라당 후보들은 느긋하게 수성을 자신하고 있고 열린우리당은 노무현 대통령의 연고지인 부산과 경남 지역에서 지지층 결집을 시도해 당 지지도를 최대한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부산시장은 현 시장인 허남식 한나라당 후보의 아성에 해양수산부 장관 출신인 오거돈 열린우리당 후보가 도전하는 양상이다. 두 후보는 지난 2004년 보궐선거 때 한 차례 맞붙은 전력이 있다.
현재까지 각종 여론조사 결과 허 후보는 50%대의 높은 지지율로 20% 안팎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오 후보를 크게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0%대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김석준 민노당 후보도 노동계 표심을 등에 업고 선전하고 있다.
경남지사에는 ‘리틀 노무현’으로 불리고 있는 김두관 열린우리당 후보가 한나라당 후보인 김태호 현 지사에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20%포인트가 넘는 지지율 격차를 좀처럼 좁히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경북지사는 구미시장 출신인 김관용 한나라당 후보의 독주에 중앙공무원교육원장 출신인 박명재 열린우리당 후보가 추격전을 펼치고 있지만 전세 역전은 어려울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박근혜 대표의 고향인 대구시장도 한나라당의 압승이 예상되고 있지만 지역 터줏대감들이 대거 출사표를 던져 선거전이 인물 경쟁으로 전개될 경우 결과를 섣불리 예단할 수 없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 후보로는 김범일 전 대구시 정무부시장이 나섰고 열린우리당은 이재용 전 환경부 장관을 대항마로 내세웠다. 또 이연재 전 대구시당 위원장은 민노당 후보로, 박승국 전 의원은 국민중심당 후보로 나섰고 이회창 전 총재의 측근으로 ‘창사랑’ 대표인 백승홍 전 의원(무소속)도 선거전에 뛰어들었다.
김 후보 측은 2위권과의 지지율 격차가 20%포인트 정도라며 압승을 자신하고 있는 반면 열린우리당 이재용 후보 측은 격차가 10%포인트 이내로 좁혀졌다며 역전을 기대하고 있다.
노동자들이 몰려 있는 울산시장은 노옥희 민노당 후보가 선전하고 있지만 한나라당 후보인 박맹우 현 시장을 따라잡기가 버거울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박 후보는 50%대가 넘는 높은 지지율로 이미 당선 안정권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호남권은 뿌리가 같은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간에 치열한 ‘적자’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특히 대권주자인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 입장에서는 고향(전북)인 호남권 선거 결과가 대권 예비성적표로 받아들여지고 있어 사활을 건 승부수를 던지고 있다.
당 재건 의지를 불태우고 있는 민주당도 향후 당 사활 문제와 직결된 이번 선거에 ‘올인’하고 있는 분위기다.
현재 민주당은 전남과 광주시장 선거에서 우세를 점하고 있고 열린우리당은 전북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전남은 현 지사인 박준영 민주당 후보가 서범석 열린우리당 후보를 압도적인 격차로 따돌리고 있다. 4월 20일 <광주일보> 여론조사에서 박 후보는 46.7%의 지지율로 8.5%에 그친 서 후보를 38%포인트 가까이 앞섰고 4월 30일 KBS 조사에서도 박 후보(53.2%)와 서 후보 (16.1%)의 격차는 줄어들지 않았다.
광주에서는 조재환 사무총장의 공천헌금 수수 사건 등으로 민주당 지지도가 열린우리당에 역전되는 등 이상기류가 감지되기도 했지만 각 당 후보의 지지율에는 큰 영향이 없는 상황. 현역 프리미엄을 업고 있는 박광태 민주당 후보가 다른 당 후보들을 압도하고 있는 형국이다.
4월 20일 <광주일보>·광주방송 공동 조사에서 박 후보는 42.2% 지지율로 당시 공천이 확정되지 않은 열린우리당 김재균(13.2%)·조영택(4.9%) 예비후보를 여유있게 따돌렸다. 5월 11일 <중앙일보> 조사에서도 박 후보는 40%대의 지지율을 보인 반면 김재균·조영택 예비후보의 지지율은 각각 24%와 18%에 그쳤다.
하지만 당 지지율 상승에 고무된 열린우리당은 14일 조영택 예비후보를 광주시장 후보로 최종 확정하고 호남표심 잡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민주당이 광주와 전남에서 우위를 보이고 있는 반면 전북에선 열린우리당이 승리를 낙관할 정도로 김완주 후보가 선전하고 있다. 강현욱 현 지사 영입에 실패한 민주당이 4선을 지낸 정균환 전북도당위원장을 긴급 투입했지만 정 의장의 후광을 등에 업은 김 후보를 따라잡기에 역부족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5월 2일 <동아일보> 조사에서 김 후보는 50.4%의 높은 지지율로 10%대에 머문 정 후보를 크게 앞섰고 5월 11일 <중앙일보> 조사에서도 두 후보의 지지율(김완주 36%, 정균환 12%) 격차는 세 배에 달했다.
이처럼 양당이 지역 패권을 놓고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는 호남은 DJ의 복심이 막판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 의장을 비롯한 당 지도부가 연일 호남지역을 방문해 ‘표심 잡기’에 올인하고 있고 강금실 후보 등이 DJ를 방문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특히 정 의장은 “다른 곳 전부를 이겨도 광주에서 지면 선거에서 진 것”이라며 배수진을 치고 있다.
물론 DJ가 선거와 관련한 복심을 쉽게 드러내지는 않겠지만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의 ‘DJ 적자론’을 명분으로 한 ‘김심(金心) 잡기’ 경쟁은 선거 막판까지 더욱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강원·제주]
강원도지사 선거는 3선을 노리는 김진선 한나라당 후보가 선거 초반부터 독주체제를 구축한 상태다. 이창복 열린우리당 후보와 유승규 국민중심당 후보, 강릉시장을 지낸 심기섭 전 의원(무소속)이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지지율 격차를 좁히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시각이 대부분이다.
실제로 5월 11일 <중앙일보> 조사에서 김 후보는 47%로 2위인 이 후보(10%)를 크게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변수도 없진 않다. 강원도는 지리적 특성상 대북문제 등 이른바 ‘북풍’이 큰 변수로 작용해 왔다. 정치권 주변에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6월 방북과 노 대통령의 ‘대북 양보’ 발언 이후 ‘신북풍’이 최대 변수로 부상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한나라당은 벌써부터 ‘신북풍’ 주의보가 내려진 상태고 수세에 몰린 여권은 정국반전을 담보할 수 있다면 모든 방법을 총동원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도 내에서 일고 있는 혁신도시 선정과 관련한 소지역 갈등 조짐도 또 하나의 변수. 선정 과정에서 소외된 춘천과 강릉을 중심으로 김 후보에 대한 반발기류가 형성되고 있어 선거 막판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주목되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노 대통령의 핵심측근인 이광재 의원을 앞세워 서울대 농대 이전 등 강원도 발전계획을 청사진으로 표심을 자극하면 승산이 있다며 끝까지 포기하지 않겠다는 각오다.
제주지사 선거는 5·31 지방선거의 유일한 격전지로 분류될 정도로 ‘박빙’의 승부가 펼쳐지고 있다.
열린우리당 입당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였던 김태환 현 지사가 4월 27일 무소속 출마로 최종 입장을 정리하면서 김 지사와 현명관 한나라당 후보, 진철훈 열린우리당 후보 간의 치열한 3파전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김 지사의 무소속 출마 선언 직후인 4월 30일 KBS 여론조사 결과 김 후보는 35.8%로 여전히 선두를 고수하고 있고 현 후보(19.6%)와 진 후보(13.7%)가 그 뒤를 추격하고 있다.
제주지사 필승 의지를 다지고 있는 여야는 김 지사의 지지율은 선거 막판에 한계 상황에 부딪힐 것이란 자체 분석하에 대역전을 시도한다는 전략이다. 실제로 5월 11일 <중앙일보> 조사에서 김 후보(32%)와 현 후보(28%)의 지지율 격차는 4%포인트 대로 좁혀지기도 했다.
지역 정가에서도 김 지사가 현역 프리미엄을 업고 아직까지 선두를 고수하고 있지만 선거전이 본격화될수록 무소속 한계에 봉착할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따라서 제주지사 선거는 김 지사가 무소속 신화를 연출할지 아니면 여야 후보들이 막판 대역전극을 펼칠지가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홍성철 기자 anderia10@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