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래툰’ 탈출 빅초이 승부수 띄워라
▲ 박찬호는 내년에도 브루스 보치 감독(왼쪽) 휘하에서 시즌을 보낼 것으로 보인다. | ||
그런데 정규 시즌이 끝나면 팬들에게는 화려하고 흥미로운 포스트 시즌이 시작되지만 일부 감독들에게는 수난의 시절이 시작되기도 한다. 정규 시즌에서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거뒀거나 최근 수년간 부진을 면치 못했을 경우 가장 먼저 직장을 잃게 되는 것이 바로 감독이다.
올해도 정규 시즌이 끝나자마자 세 명의 감독들이 해고됐고 한 명은 은퇴를 선택했다. 디트로이트의 알랜 트래멜을 시작으로 오클랜드의 켄 마카, LA 다저스의 짐 트레이시 감독 등이 시즌 종료와 동시에 해고됐다. 그리고 75세로 최고령 감독이던 플로리다 말린스의 잭 맥키언 감독은 스스로 은퇴를 선택했다.
디트로이트의 데이브 돔브로스키 단장은 발 빠른 행보로 6년 전 은퇴했던 노감독 짐 릴랜드에게 3년간 지휘봉을 맡겼으며 트레이시 감독은 역시 3년 계약으로 피츠버그 파이어리츠로 자리를 옮겼다.
이번 감독들의 이동으로 가장 큰 영향을 받을 한국 선수는 최희섭이다. 짐 트레이시 감독 휘하에서 철저한 ‘플래툰 시스템’으로 왼손 투수가 상대 선발로 나오기만 하면 어김없이 벤치를 지켜야 했던 최희섭. 이제는 폴 디포데스타 단장의 전폭적인 지지 속에 다시 한번 풀타임 1루수로 기용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됐다.
물론 1루수 자리가 공짜로 주어지는 것은 절대 아니다. 스프링 캠프와 시범 경기를 거치면서 왼손 투수들과의 대결에서도 절대 열세가 아니라는 것을 입증하는 것은 본인의 몫이다. 결국 올 겨울이 최희섭의 장래를 가늠하는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다.
다저스 입장에서는 올 시즌의 부진을 씻기 위해 거포 1루수가 절실히 필요한 입장이고 FA가 되는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거포 폴 코네코의 이름이 이미 영입 대상으로 거론될 정도다.
결국 새로운 감독에게 강한 첫 인상을 심어줄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줘야만 풀타임 빅리거로서의 길이 열린다.
김병현과 김선우의 경우는 아직 내년 시즌에 어떤 감독 밑에서 뛸지 알 수 없는 상태다. 두 선수 모두 올 시즌 계약이 끝나는데, 김병현은 FA가 되고 김선우는 아직 FA 자격이 없어 구단이 원한다면 재계약을 맺을 가능성이 높다.
클린트 허들 감독에 대한 두 선수의 선호도는 그저 평범한 감독과 선수의 사이 정도다. 본인이 스무 살에 빅리그에 데뷔해 10년간 활약한 스타 출신인 데다 다소 변덕스러운 허들 감독이라 선수들의 입장에서는 실수나 부진이 용납되지 않는 무서운 감독일 수 있다.
▲ (왼쪽부터)김선우 선수, 김병현 선수, 최희섭 선수. | ||
김선우는 일단 쿠어스필드에서 내년 한 시즌을 더 보내도 괜찮을 듯싶다. 물론 아주 어려운 일이 되겠지만 이미 그곳에서 완봉승을 거두면서 한층 자신감을 얻은 김선우가 내년에도 그곳에서 훌륭한 시즌을 보낸다면 앞길이 탄탄해질 수 있다. 완봉승을 거둔 직후 클린트 허들 감독이 보내준 뜨거운 포옹이 계속 이어진다면 김선우에겐 쿠어스필드가 투수들의 무덤이 아니라 재기의 장이 될 수도 있다.
박찬호는 내년에도 브루스 보치 감독 밑에서 계약 마지막 해의 시즌을 보낼 가능성이 높다. 장기 계약 선수가 중도에 트레이드될 경우 FA를 선언할 자격이 생기므로 규정상으로는 박찬호가 FA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내년 연봉 1천5백만달러가 보장된 상태에서 FA를 선언한다는 것은 거액을 포기해야 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결국 또다시 겨울 훈련에 모든 것을 걸고 보치 감독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그에게 주어진 과제다.
내년 시즌이 끝나면 다시 FA가 되는 박찬호로서는 선수 생활의 연장을 위해서도 아주 중요한 해다. 박찬호에게는 또 한 차례의 힘든 겨울이 기다리고 있는 셈이다.
스포츠조선 야구팀 부장대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