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민주의 김종인 대표 영입은 60년 적통 이어온 정당으로서 상상하기 어렵다”
한상진 교수는 야권 통합과 관련한 현재의 내분 상황에 대해 “전혀 예상치도 못한 뜻밖의 상황”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김한길 위원장, 천정배 공동대표의 국민의당 합류를 앞두고 내분에 대한 염려는 없었나.
“얻는 점과 잃는 점이 있다고는 생각했다. (안철수 대표와) 김한길 천정배 의원은 분명 차이가 있다. 특히 본인 스스로 정치적 능력을 자부하는 김 위원장의 욕심과 야심이 신당을 주도하는 안철수 대표의 입장 및 정체성과 서로 조화되긴 어렵다고 염려했다. 이미 2014년 3월 새정치민주연합 창당 당시 공동대표 시절 경험이 있다.”
―그 당시에도 경험을 했다는 얘기인가.
“당시는 김한길 위원장이 안 대표를 영입한 케이스였다. 그런데 그때 안 대표는 대외용 대표였다. 실제 권력은 김 위원장이 잡았다. 다 아는 내용이다. 안 대표는 당시 경험을 고통으로 생각한다. 스스로 실패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번엔 김 위원장이 안 대표 쪽으로 합류했다. 안 대표 입장에선 과거의 경험을 되풀이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자신의 정체성이 살아있는 정당을 만들려고 한다. 과거처럼 김 위원장이 전권을 쥐고 안 대표 본인은 상표 역할을 하는 형태는 당연히 원치 않는다. 그 지점에서 서로 생각이 다른 것이다.”
―김한길 위원장의 의도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김 위원장은 본인이 당을 컨트롤하고 끌고 나가고자 하는 것이고, 안 대표는 그것이 안 된다고 보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합류 이후) 줄곧 당에 대한 불평을 얘기해 왔다. 당을 향해 ‘정치도 모르면서 왜 그러냐. 빨리빨리 일을 진행해야 하는데 속이 탄다’는 식이었다. 자기 뜻대로 안된다고 말이다. 나는 그러한 상황을 쭉 지켜봤고 분명히 알았다. 문제는 (김 위원장의) 권력 욕망이다. 본인이 훨씬 능력과 경험이 있고, 한국 정치를 잘 안다고 생각하니 ‘장악하겠다’는 의식이 강한 것이다.”
―그 염려가 야당 연대 문제로 터질 줄은 알았나.
“이 문제로 불거질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했다. 나로서는 뜻밖이다. 상식을 벗어난 일이지 않나.”
―애초 사람들을 영입한 것은 안철수 대표다. 불명확한 잣대로 지나치게 이질적인 사람들을 한 배에 태운 것 자체가 문제 아닌가.
“수도권 지역 의원들은 스스로 탈당하고 오신 분들이고 우리가 영입한 케이스는 호남 의원들이다. 초창기 안철수 신당의 지지가 전국적이었지만, 가장 강한 곳은 호남이었다. 호남엔 이미 둥지를 튼 세력이 있었다. 더불어민주당 패권에 반대해 나온 그곳 사람들과 또 그 안에서 싸우는 모습을 유권자들에 보이는 것은 도리가 아니었다. 어떻게든 힘을 모아야 했다.”
―기존 호남 정치인들과 안 대표의 새정치가 부합하는지도 의문이다.
“중대한 딜레마이긴 했다. 그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한 내부 토론도 있었고 나의 구체적인 제안도 있었다. 정체성과 구심력을 동시에 살리는 일정한 절차와 방법에 대해 여러 제안을 했지만 결국 이뤄지진 않았다. 이 부분은 나도 아쉽다. 이를 여기서 구체적으로 밝히긴 어렵다. 어차피 실현을 못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선거 일정대로 당이 움직였기 때문에 시간적으로 힘들었다.”
지난 2월 2일 대전 한밭체육관에서 열린 국민의당 창당대회에서 천정배 공동대표(왼쪽)와 안철수 공동대표가 당대표에 선출된 후 당원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현재 내부 갈등의 발단은 더민주 김종인 비대위 대표가 야권 통합을 제안하면서부터다. 국민의당을 향한 일종의 흔들기로 보는가.
“흔들기를 넘어 일종의 공작이다. 정치의 기본이 망각된 행동이다. 적대적 공조의 양당체제로부터 환멸을 느낀 유권자가 많다. 국민의당을 창당할 때도 그렇고 지금도 많다. 이러한 유권자들에게 선택권이 주어져야 하지 않겠나. 양당제는 곧 이들의 선택권을 박탈하는 행위다. 유권자의 선택을 인위적으로 없애고 국민의당을 괴멸코자하는 전략이다. 특히 김 대표는 ‘안철수는 빼놓고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이는 안철수는 고립시키고 국민의당을 괴멸시켜 적대적 공존의 양당체제를 고수하겠다는 것이다. 심각한 문제다.”
―더민주가 김종인 대표를 영입한 것에 대한 견해는.
“진짜 특이한 현상이다. 민주당 60년 적통을 이어온 정당으로서 상상하기 어렵다. 국보위 출신을 데려다 전권을 쥐어줬다. 게다가 김 대표는 정복군 사령관처럼 일하고 있다. 스스로 권위를 부여하고 자기 말이 최고다. ‘모두 내 앞에서 엎드리라’는 멘털리티를 보여주고 있다. 딱 국보위 스타일이다. 내부 의원들이 꼼짝 못하는 이유는 결국 공천과 선거 때문이다. 김 대표에겐 무서운 무기가 또 있다. ‘내 말을 안 들으면 난 그만두겠다’는 폭탄카드다. 이것 터지면 더민주도 풍비박산 나는 거다. 현재 문재인 전 대표는 전권을 김 대표에게 쥐어주고 숨어있다. 내 판단에 김 대표는 결국 국민의당을 괴멸시키고 안 대표를 고립시키고자 하는 것이 일이다. 이를 통해 전권을 쥐어준 문 전 대표를 도울 것이다.”
―다만 한 교수께서도 얼마 전 한 인터뷰에서 더민주의 내부개혁, 특히 문 전 대표의 정계은퇴를 포함한 친노 청산을 전제한다면 야권 연대에 대해 생각할 수 있다고 하셨다.
“진정 통합을 원한다면, 이를 가로막았던 것이 무엇인지 찾아야 한다. 물론 친노세력이 배후에 있지만 그 복판이 문 전 대표다. 통합을 논의하려면 그 책임자(문 전 대표)가 과오를 인정하고 그만두겠다고 하면 통합이 될 수 있다. 왜? 원인이 사라졌으니까. 단지 친노 몇 명이 제거된다고 친노세력 전체가 청산되는 것이 아니다.”
―현재 김종인 대표의 말에 흔들리는 국민의당의 현상을 놓고 봤을 때, 혹자는 윤여준 전 장관의 부재를 꼽기도 한다.
“윤 전 장관께서 몸이 불편하셔서 명목 이상의 일을 하진 못했다. 또 안 대표가 윤 전 장관에게 추후에라도 도움을 달라고 하신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난 그 분을 잘 모른다. 다만 윤 전 장관이 김종인 대표와 대척점에서 국민의당의 정체성을 세우고 싸우실 것이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나로서는 판단 내리기 어렵다.”
―어찌됐건 김종인 대표가 통합을 제안했다. 분열 속에서 국민의당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사정이 급한 건 더민주 쪽이다. 평균적 시민의 상식으로 보면 명확하다. 국민의당은 급할 게 없다. 의연하게 나가야 한다. 저쪽에 통합을 하고 싶으면 방법과 내용을 제시하라고 하면 그만이다. 만약 그 내용과 방법이 ‘공작’이면 안 받겠다고 하면 된다. 물론 받지 않는 이유는 분명히 적시해야 한다. 이쪽에서 그저 의연하게 내부단속하고 나아가면 문제없다.”
―현재의 내분상황에서 참 쉽지 않아 보인다.
“당도 조직이다. 법통이 있다. 현재 국민의당은 안철수, 천정배 대표가 끌고 간다. 절차가 있다. 모든 것은 당 내부에서 합의제에 의해 공식입장을 결정해야 한다. 합의된 것만 발표하고, 개인적 의견 개진은 삼가야 한다. 이는 해당행위로 못 박아야 한다. 빨리 수습해야 한다. 그리고 정체성을 세운다면 국민의당도 살아날 것이다. 여전히 양당제 타파의 국민적 욕구가 있기 때문이다.”
―한 교수께서도 현재 상황에 대해 많이 실망한 것 같다.
“잘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창당 과정에서 나 스스로 방법도 생각했는데 현재로서는 나도 손을 쓸 수 없는 상태다. 실천할 길이 없다.”
―만약 당에서 한 교수께 역할을 다시 주어진다면.
“뭐 내가 얘기할 순 없다. 다만 내가 총선까지는 열심히 해보겠다고 얘기한 것은 사실이다. 난 정치할 생각이 없다. 비례대표를 받을 이유도 없다. 다만 당이 너무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 내부의 핵심인물들이 시민의 상식도 통하지 않는 정치적 판단과 명분 싸움만 하고 있다. 당을 교란시키니 나도 맘이 아프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
분당 ‘키맨’ 천정배 겨냥한 한 교수의 직격탄 “차라리 더민주에 복귀해 친노 청산 역할 하라” 인터뷰 말미에 한 교수는 천정배 공동대표에 안타까움을 표하면서도 그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한 교수는 천 대표에 대해 “천 대표는 광주를 대변하고 있다. 무엇보다 지난 보궐선거에서 무소속으로 문재인 진영과 싸워 이긴 사람”이라며 “아마도 김종인 대표는 천 대표를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분석했다. 이어 “내가 천 대표라면 돌아가서 친노를 혁신하겠다”라며 “만약 김종인 대표도 이에 동의한다면 친노를 혁신하고 문재인 전 대표에게 책임을 묻겠다고 하겠다. 만약 천 대표가 이렇게 과감하게 나선다면 주변에서도 대단하게 바라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그는 현재의 천 대표 행태에 대해 “왜 본선도 치르기 전에 ‘개헌선을 막아야 한다’는 등 당내에서 잡음을 내는지 모르겠다”라며 “상식이 결여된 판단”이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