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팎으로 잇단 태클...‘로켓’ 계속 날아갈까
쿠팡이 물류와 유통업계의 융단폭격을 이겨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물류협회 관계자는 “쿠팡은 물류업계를 교란시키고 있다”며 “명확하게 화물자동차 운송업 즉, 택배업을 하고 있으면서 아니라고 주장한다. 운수사업법의 적용을 받지 않고 있는 쿠팡과 다른 택배업체들과의 형평성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제2조 제3호를 보면 ‘화물차 운송사업이란 다른 사람의 요구에 응해 화물을 유상으로 운송하는 사업’이라고 나와 있다. 동법 제56조에는 ‘자가용 화물자동차의 소유자 또는 사용자가 유상으로 화물운송용으로 제공하거나 임대하는 것을 금지’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로켓배송이 택배업인지 아닌지 하는 것은 위의 두 조항에 대한 해석이 쟁점이 될 전망이다. 앞서의 물류협회 관계자는 “이번 소송은 피해 배상이 목적이 아니다. 쿠팡 행위에 대한 위법 여부를 판단받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쿠팡 관계자는 “이미 결론이 난 사안이다”며 “(법원의 가처분 기각 등) 앞서의 사례에 미루어 봤을 때 소송이 제기된다 해도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답했다.
유통업계에서는 이마트 등 오프라인 매장을 주력으로 했던 기존 대형마트들이 온라인 시장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이마트 스스로 부족한 부분을 찾아 경쟁력을 제고하려는 것일 뿐 특정 업체를 타깃으로 삼아 공격하는 것은 아니다”며 “온라인 시장에서 가장 공격적으로 마케팅하고 있는 곳이 쿠팡이다보니 이마트 대 쿠팡의 대결구도처럼 비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유통업계 일각에서는 지나친 가격경쟁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단기적으로는 상품 가격 인하가 소비자들에게 이득이 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가격경쟁으로 인한 제품 품질 저하 등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다”며 “시장 구조를 보면 결국 유통이 제조를 끌고 가는 것이다. 유통업체 간 지나친 가격경쟁은 필연적으로 납품가 인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고 나아가 유통업체가 서로 납품업체에 압력을 넣을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쿠팡은 ‘쿠팡맨’ 처우 논란 등 안팎으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사진은 쿠팡 홈페이지 캡처.
또 다른 유통업계 관계자는 “소셜커머스는 공동구매 형태를 통해 제품을 저렴하게 구입하는 혁신적인 모델이었다. 하지만 지금 쿠팡에게 당시의 혁신적인 모습이 남아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그는 “온라인 유통업체가 물류까지 자체적으로 해결하려면 막대한 비용이 든다. 때문에 택배사와 제휴를 맺는 것이다. 쿠팡의 경우 자체 배송을 통해 고객만족도를 높여 재구매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노리는 것 같다. 하지만 선순환 구조가 형성된다 해도 상당한 시장 점유율을 가져야 한다. 온라인 시장 점유율이 5~6%밖에 안 되는 쿠팡이 물류비용을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쿠팡 관계자는 “온라인으로 상품을 구입했을 때 가장 많은 불만이 나오는 부분이 배송에 관한 것이다. 자체 배송을 통해 소비자 만족도를 높이기 위함이다”며 “현재 쿠팡이 판매하는 모든 상품에 대해 로켓배송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또 로켓배송이 일반 택배를 이용할 때보다 비용이 많이 드는 것은 맞지만, 비용만큼 얻는 게 있다면 투자할 가치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적자 논란에 대해서 그는 “적자 규모가 4000억 원이 될지 얼마가 될지는 이달에 재무제표가 나와 봐야 정확히 알 수 있다. 물론 2014년보다 적자 규모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는 계획된 투자로 인한 것일 뿐이다. 유동성 위기 등 회사가 어려움을 겪을 정도는 아니다”고 덧붙였다.
쿠팡맨에 대한 처우 논란도 쿠팡에게는 부담이 된다. 회사 이미지 제고에 이들이 큰 도움이 됐기 때문이다. 쿠팡맨은 현재 3600명 수준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월 270만여 원의 보수를 받는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쿠팡맨들의 절대 다수는 6개월짜리 계약직 신분이다. 또 엄격한 평가기준 때문에 퇴사율도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쿠팡맨은 “정규직 전환, 이거 한 가지 보고 지원했다. 그런데 막상 일을 해보니 정규직이 되는 일은 하늘의 별따기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고객만족도 등 네 가지 평가항목이 있는데 모든 항목에서 A를 받아야 정규직 전환 ‘심사’의 기회가 주어진다. 대학교에서 전 과목 A+를 받는 것보다 힘들다고 보면 된다”며 “한 지역을 담당하는 본부를 ‘캠프’라고 부른다. 우리 캠프는 70명 정도 되는데 정규직은 3명뿐이다. 또 6개월 넘게 일하면서 퇴사한 동료를 30명 넘게 본 거 같다. 세 번만 지각해도 바로 퇴직당한다”고 설명했다.
쿠팡 관계자는 “정규직 전환은 내부적 기준에 따라 정량적 평가로 공정하게 이뤄지고 있다”고만 짧게 답했다.
정재훈 기자 julia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