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게 섰거라...엄마들은 좋겠네
이마트몰 김포 물류센터 전경. 사진=이마트 제공
티몬, 위메프와 함께 국내 소셜커머스 시장에서 혈투를 벌이던 쿠팡은 지난해 명실상부한 1위 자리에 등극했다. 모든 면에서 경쟁사를 제쳤다는 평이다. 소셜커머스를 평정한 후 다른 먹을거리를 찾아 온라인쇼핑으로 눈을 돌렸다. ‘쿠팡맨’으로 상징되는 로켓배송의 성공을 바탕으로 주로 대형마트에서 구매하던 생필품을 ‘쿠팡로켓’에 태운 것. 고객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쿠팡의 유통시장 점유율은 2012년 2.3% 수준에 불과했으나 지난해에는 5.6%까지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쿠팡의 돌풍을 ‘찻잔 속의 태풍’으로 치부했던 이마트 등 유통 공룡들도 더 이상 손 놓고 바라만 볼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 국내에서 대형마트의 오프라인 시장 성장세는 한계에 다다랐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때문에 새로운 유통채널을 찾아 대형마트가 온라인 시장으로 눈을 돌린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올 초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이마트의 온라인 매장 이마트몰 강화를 직접 지시했다. 정 부회장은 지난 1월 22일 “온라인 사업은 전사적으로 추진해야할 핵심 과제”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부회장의 말마따나 최근 유통의 중심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급격하게 옮겨가는 추세다. 실제로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이미 지난해 온라인 쇼핑몰 판매액은 약 53조 9337억 원으로 48조 6354억 원을 기록한 대형마트를 넘어섰다. 이마트와 같은 대기업이라 할지라도 대세를 거스를 수는 없는 셈이다.
그럼에도 아직은 대형마트 업체에서 온라인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한 수준이다. 실제 이마트의 경우에 지난해 전체 매출 중 온라인 유통 채널인 이마트몰이 차지하는 비중은 5.6%에 불과했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그만큼 이마트가 온라인 시장에서 앞으로 보여줄 영향력이 무궁무진하다고 볼 수도 있는 대목이다.
2014년 이마트가 용인에 건립한 보정물류센터는 당시 국내 최초이자 최대의 온라인몰 전용 물류센터로 화제가 됐었다. 보정물류센터는 이마트 점포 15개에 해당하는 물량을 소화할 수 있는 규모다. 여기에 얼마 전 완공된 김포물류센터는 보정의 2배 규모라고 한다. 김포물류센터는 현재 테스트 운영 중이다. 이 두 곳을 합치면 이마트 점포 50개 정도의 물량을 소화하는 셈이다. 이마트가 온라인 시장에 얼마나 역점을 두고 있는지 엿볼 수 있는 단면인 셈이다.
쿠팡 홈페이지
이마트가 이번 최저가 전쟁을 선포하며 가장 먼저 분유와 기저귀에 대해서 최저가 방침을 밝힌 것은 쿠팡 등 소셜커머스 업체를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저귀 등 유아용품은 쿠팡의 시장 점유율 급상승을 주도한 제품군이기 때문이다. 이마트는 분유와 기저귀로 빼앗긴 점유율을 다시 분유와 기저귀로 되찾아 오겠다는 셈이다. 더욱이 연말까지 최저가 생필품 항목을 생수와 휴지 등으로 확대할 예정이어서 경쟁은 한층 더 뜨거워질 전망이다.
이에 맞서는 쿠팡의 물류센터는 현재 전국 14곳에 달한다. 면적을 기준으로 단순 비교하면 보정, 김포 두 이마트 물류센터의 10배가 넘는 규모다. 여기에 추가로 3월 중 인천과 경기도 이천에도 새로 물류센터를 마련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프라인 매장이 없는 쿠팡과 오프라인 중심인 이마트를 직접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쿠팡의 물류센터 규모가 얼마나 큰지 가늠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처럼 두 온‧오프라인 유통 강자들이 온라인에서 정면으로 맞붙자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됐다. 당장은 업체 간 경쟁으로 판매가격이 낮아져 좋을지 몰라도 결국 출혈경쟁의 피해가 나중에 소비자에게 돌아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이마트 관계자는 “이마트 마진을 줄여서 고객들에게 최저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라며 “역마진까지도 감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제품 단가를 낮추기 위해 납품업체에 부담을 주는 것은 아니냐는 물음에는 “납품가는 고정이다”라며 선을 그었다.
업계에서는 이마트가 궁극적으로 유통채널을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재편하는 것이 아니냐는 말도 흘러나온다. 그러나 이마트 측은 “이마트의 유통채널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재편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온라인 경쟁력 제고가 결국 오프라인으로도 이어질 것이기에 온라인 역량 강화에 노력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상경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업체들의 경쟁 끝에 승리자가 나타나는 독점의 폐해를 우려할 수는 있겠으나, 현재 이들이 경쟁하고 있는 제품 대부분이 생필품이기 때문에 소비자가 독점을 크게 우려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쿠팡이 적자를 면하지 못하고 있음에도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왜 1조 원을 투자 했는지를 생각해보라. 오프라인 업체의 혁신적인 유통 서비스 등 미래 가능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며 “이번 경쟁이 건전한 유통업계 재편의 촉매가 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재계 일각에서는 이마트의 공격적 행보를 그룹의 경영구도와 연관 짓기도 한다. 신세계는 지난 연말 조직개편을 통해 이마트부문과 백화점부문을 신설, 백화점부문에 정유경 총괄사장을 앉히고 정용진 부회장은 그룹총괄과 이마트부문을 맡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마트의 매출 부진은 자칫 정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재훈 기자 julia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