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운드 양박 질주
▲ 지난 20일(현지시각) 잉글랜드 진출 후 첫 골을 넣고 기뻐하는 박지성.로이터/뉴시스 | ||
대학교수들은 2005년 대한민국 사회를 한마디로 ‘상화하택’(上火下澤)이었다고 표현했다. ‘위에는 불, 아래는 연못’이라는 뜻으로 우리 사회가 분열과 갈등을 거듭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지난 한 해를 돌이켜보면 ‘상화하택’의 소용돌이가 극심했고 또 각종 대형 의혹 사건들도 꼬리를 물고 일어났다.
다사다난했던 2005년을 <일요신문>의 특종 기사들을 통해 회고해 본다. -편집자주-
박지성, 히딩크에 7억 보은
2005년 스포츠계 최고의 키워드는 뭐니뭐니해도 ‘박지성’이라고 할 수 있다.
<일요신문>은 685호에서 박지성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이적하는 과정에서 히딩크 감독에 대한 보은 차원으로 60만유로(약 7억원)의 이적료 할당분을 받지 않기로 했다는 내용을 단독 보도했다. 박지성이 에인트호벤과 계약할 당시 타구단 이적시 이적료의 10%를 받기로 돼 있는데 박지성 측에서 이 10%를 히딩크 재단에 헌납하기로 했다는 내용이었다.
이런 계획이 알려지자 많은 언론에서 기사를 받아쓰며 박지성과 히딩크 감독의 사제지간의 정에 초점을 맞춰 엄청난 관심을 나타냈다.
그런데 이 기사가 나가자 박지성 측에선 이적료의 10%를 모두 히딩크 재단에 헌납하는 게 아니라 ‘일부분’이라고 수정해서 밝혔다. 기자가 정확한 액수를 묻자 3억원에서 5억원 사이라고만 답했다.
또한 681호에선 그동안 PSV에인트호벤과 재계약이 확실시되던 박지성이 에인트호벤을 떠날 수도 있다는 내용을 최초 보도했다. 박지성의 아버지 박성종씨는 “6월까지 PSV와 협상이 진척되지 않는다면 7월부터는 타구단과도 접촉할 수 있다”는 폭탄 발언을 했다.
나중에 알려진 사실이지만 박지성 측에서 이렇게 강경한 태도로 재계약 협상에 임할 수 있었던 것은 빅리그에서 접촉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 결국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막판 뒤집기로 손을 잡아끄는 바람에 박지성은 한국 선수 최초로 프리미어리그 진출이라는 대역사를 쓰게 됐다.
▲ 지난 8월 K리그 올스타전 MVP로 뽑힌 박주영. | ||
‘축구천재’로 프로 무대에 데뷔하자마자 제대로 뜬 박주영(20·FC서울)을 만나기란 ‘하늘의 별 따기’였다. 모든 매스컴에서 이런저런 방법을 동원해 섭외 작전에 나섰지만 모두 허사였다. 구단에서 원천적으로 인터뷰를 차단했고 박주영의 매니지먼트사인 스포츠하우스 측에서도 인터뷰를 정중히 거절했기 때문이다.
<일요신문>에서는 창간 13주년 특별 인터뷰로 박주영을 지목했다. 그러나 인터뷰 섭외는 예상대로 여러 가지 난관에 부딪혔다. 구단의 거절 의사를 전달받고 기자가 찾은 사람이 이장수 FC서울 감독. 전남 감독으로 재직할 때부터 남다른 인연이 있었기 때문에 ‘처음이자 마지막’이란 조건을 내세워 박주영 인터뷰를 부탁했던 것.
이 감독은 차마 거절하지 못하고 기자의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 이런저런 시선을 의식하면서도 약속을 잡아줬고 결국 4월 초 구리 FC서울 훈련장에서 박주영을 만날 수 있었다.
박주영은 지금도 인터뷰하기 어려운 선수다. 아니 인터뷰하길 싫어한다. 기자들도 썩 달가워하지 않는다. 대답이 너무 성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직접 만나서, 얼굴 마주보며 얘기를 나누다보면 독실한 신앙 생활이 바탕이 된 흔들림 없는 정신 세계와 축구에 대한 끓는 열정을 제대로 느낄 수 있게 된다.
이영미 기자 bo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