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대표의 결정이 워낙 상식밖의 행동이어서 그같은 결정 이면에 공개할 수 없는 무엇인가가 있을 것이라는 추측 때문이다. 이와 관련, <일요신문>은 사건이 발생한 대선당일인 12월18일부터 19일 새벽까지 현장에 있었고 정 대표의 지지철회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던 김행 대변인이 당시의 상황을 시간대별로 세세하게 기록한 A4 용지 10매 분량의 일지를 입수해 전문 공개한다.
이 일지에 따르면 정 대표의 결정은 당시 상황이 빚은 우발적 행동인 것으로 보여진다. 이 일지는 국민통합21 김행 대변인이 직접 작성한 것인 만큼 국민통합쪽의 시각이 그대로 기록된 것이다. 그런 만큼 동일한 사안에 대해서도 민주당 등 다른 쪽에서 보면 해석을 다르게 할 수도 있다. 이 부분을 독자 여러분들은 잘 감안해서 읽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일지가 갖는 특성상 정 대표의 ‘결단 과정’을 생동감있게 묘사하고 있어 그 자체로 재미있을 뿐 아니라 정치사료적 가치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차차기를 겨냥한 정치인들의 행태 등 정치권의 숨겨진 단면을 그대로 드러내 관심을 끌고 있다.
18일 오전 8:30~9:00
정몽준 대표 주재 당직자 회의 ─정몽준 대표는 “오늘이 선거 전날이니 (민주당사 내) 명예선대위원장실을 방문하고, 공동선대위 인사들과도 환담을 나누겠다”며 윤원중 상황실장에게 민주당쪽에 연락토록 지시.
─박범진 전 의원이 김행 대변인에게 “17일자 여론조사에 대해 들은 바가 있는가”라고 물어 “갤럽, TN 소프레스 등을 종합하니 약 6.8%정도 앞서고 있다”고 답변. 이에 박 전 의원은 “어제 이해찬 의원과 통화를 했는데, 그쪽의 분석결과 90만표 ±10만표”라는 답변을 들었다고 보고.
─윤원중 상황실장이 “내일 투표날 대표님의 스케줄을 잡아야 하는데, 투표는 언제 하시겠는가? 기자들이 오도록 해야한다. 약 11:00시경 당직자들과 티타임을 갖고, 출구조사 발표 후 승리가 확실할 때 민주당사를 방문해야 한다” 등의 발언.
─이에 정 대표는 “아침 8:00시에 투표하겠다. 대통령 선거 출마할 것을 고려해 얼마전에 주소지를 평창동으로 옮겼다며 투표소는 이달희 비서실장이 알아보고 김 대변인은 기자들에게 연락해 달라”고 요청. 이상의 아침회의 후 김한규 전 장관이 입당을 해, 당직자들과 인사를 나눈 후 민주당사로 이동.
9:20~10:30 (민주당 내 명예공동선대위원장실) 양당의 공동선대위 멤버들이 환담
─이해찬 의원이 그간의 민주당 여론조사를 그래프 형태를 된 자료를 토대로 보고. 이 의원은 “단일후보가 된 이후 단 한 번도 노 후보가 이 후보에게 진 적이 없다. 일정한 격차를 지속적으로 유지해 75만~1백만표 가량의 승리가 확실하다”고 보고. 그 외 기타 덕담들을 나눔.
10:00~17:00 민주당사 앞에 대기해 있던 유세버스를 타고 안산 출발
─안산 → 부평 → 부천 → 영등포 → 청량리까지 정 대표와 당직자, 기자들이 버스 2대로 이동. 부평에서 민주당 김성호 의원 합류. 유세시 정 대표가 나타나면 해당 지역의 지구당위원장들이 모아 놓은 청중들보다 갑자기 몰려든 청중수가 급격하게 늘며 “정몽준”을 연호. 특히 여성들에게 인기가 폭발적이었음.
정 대표도 매우 기분이 좋아져 단상위에서 춤도 추며 평상시보다 훨씬 더 열띤 톤으로 연설. 특히 노란 스카프(노 후보 진영의 스카프)를 관중석에 던져주어야 하니 매 연설마다 몇 개씩 준비하라고 지시. 연설의 주 내용은 “처음엔 내가 단일후보가 되고 싶었으나 지금 생각하니 노 후보가 된 것이 더 잘됐다고 생각한다.
내가 노 후보를 지지하는 이유는 네가지다. 1) 노 후보는 절대로 사람을 속이지 않는다. 2) 억울한 일은 반드시 풀어준다. 3) 국민들을 제대로 대접받게 할 것이다. 4) 우리 모두의 꿈을 반드시 이루어 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자신을 사랑해 준 것보다 2배~3배 노 후보를 사랑해 달라”고 호소.
유세중 정 대표는 “마지막 날이니 노 후보를 더욱 열심히 도와줘야 한다”면서 18일 아침부터 부산에서 권양숙 여사와 함께 유세를 하고 있는 김영명 여사에게 저녁 때 우래옥으로 오도록 함. 원래 정 대표의 공식 유세일정은 종로가 끝이나, 동대문과 남대문을 두 커플이 함께 자정까지 유세를 더해주기로 결심하고 민주당 측과 사모님께 연락토록 함.
이 내용을 신상돈 국민통합21 유세위원장이 이재정 민주당 유세위원장에게 전하니 처음엔 OK했으나 조금 있다가 어렵겠다고 연락이 옴. 이때 우리 측에서 매우 의아하게 생각했으나 정 대표에게 보고하면 민주당이 마지막 선거운동을 같이 하는 것을 꺼리는 것으로 오해할 가능성이 있어 실무선에서 “정 대표가 원하니 무조건 가겠다”고 통보해 민주당 쪽에서 그대로 받아들임.
17:30~18:00
모두 버스를 타고 명동유세장으로 이동 이 때 누군가가 오늘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를 알 수 있는가 하고 물어 김민석 전 의원이 TN소프레스로 전화해서 확인한 결과 “한나라당이 주장하는 ‘숨은표’를 그대로 인정해 빼내도 4% 앞선다”는 얘기를 들었음. 김행 대변인도 (주)오픈소사이어티에 전화를 해 “중간집계인데 약 8% 앞선다”고 알려줌. 이같은 소식에 버스에 탄 당직자들의 기분은 승리를 확신하는 분위기였음.
▲ 지지 철회 발표를 하고 있는 김행 대변인 | ||
그런데 명동유세는 그 전날까지의 유세와는 확연히 달랐음. 전날의 일산 유세까지는 단상위에 노•정 두분만 올라가서 연설하기로 합의되어 항상 지켜져왔음. 또한 노무현의 연설내용도 단일화의 의미를 강조하고 정 대표의 역할을 높이 평가하는 것이었음.
그런데 명동유세에서는 신기남, 천정배, 추미애, 정동영 의원이 노•정과 함께 등단. 이에 김흥국씨 단상에 올라가려고 시도했으나 경호원들에 의해 밀쳐져 올라가지 못함. 이날 정 대표는 “나를 사랑한 것보다 더 노 후보를 사랑해 달라”고 호소.
그러나 노 후보는 20분 정도의 연설 동안 연단 위의 신기남, 천정배, 추미애, 정동영 의원 등을 잔뜩 추켜세우고 특히 정동영 의원은 차세대 지도자라고까지 극찬. 또한 연단 하의 허운나 의원 등도 찾아내 칭찬을 아끼지 않음. 반면 정 후보에 대해선 일체의 언급이 없다가 말미에 “재벌개혁을 하겠다”며 정 대표를 보고 ‘도와주실꺼죠‘라고 한마디. 또한 대북관련 발언도 정 대표를 특사로 보내 해결하겠다는 그 전날까지의 발언과는 달리 정 대표의 역할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었음.
18:30~19:00 명동에서 버스 종로로 이동
이때 당직자들이 모두 기분이 나빠있었음. 이에 김민석 전 의원이 신상돈 국통21 유세위원장에게 전화를 걸어, “종로 유세에서는 또 다시 같은 사태가 반복되지 않도록 조치해달라는 게 당직자들의 분위기다”라고 전하고 이에 신상돈 유세위원장이 이재정 민주당 유세위원장에게 요청. 이처럼 명동유세는 그 전날까지와 비교할 때, 그 내용(단일화 강조)와 형식(두 분만 연단에 오르기로 합의)이 전혀 달랐음.
19:00~20:00 종로유세
임종석 의원이 찬조연설을 하고 있었음. 그리고 단상 위에는 두 분 말고도 여전히 정동영 의원이 등단해 있었음. 이에 몽사랑(정몽준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사람들이 통합21측 사람들 중 얼굴이 알려진 김행, 김민석, 이철 의원 등을 강제로 들어올려 단상위로 밀어올림.
이를 보고 추미애 의원도 따라올라옴. 연단 위의 인사들이 모두 다 손을 흔든 후 경호원들이 노무현, 정몽준 두 분만 남기고 하단토록 해 모두 하단. 그러나 정동영 의원은 양당간의 합의를 어기고 재차 등단.
특히 그는 정 대표 연설이 끝난 후 마이크를 잡고 정 대표보다 더 길게 연설. 정동영 의원의 연설 내용은 국민경선을 강조하는 것이었으며, 기회주의자들을 척결해야 한다는 얘기로 채워졌다. 이때 원 연설순서는 정몽준, 노무현 순이었으나 예정에 없던 정동영 의원의 연설이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어 갔음.
이로 인해 정 대표는 여러 명의 찬조연사 중 한사람처럼 보였고, 특히 정동영 의원보다도 앞서 연설한 모양새가 되었음. 이로 인해 화가 난 군중 속의 정 대표 지지자들은 “김민석도 연설하라”고 소리쳤고, 이달희 정 대표 비서실장이 신계륜 노 후보 비서실장에게 “약속위반”이라고 강력 항의.
잠시 후 문제의 발언이 터짐. 정 대표의 한 지지자가 ‘다음 대통령은 정몽준’이라는 피켓을 들고 있자, “다음 대통령은 정몽준이라는 피켓이 보이네요. 속도위반하지 마십시오. 추미애 의원을 기억하나, 대찬 여성, 아니 대찬 여자라는 표현이 낫겠다. 대찬 여자 추미애 의원이 있다.
추 의원은 내가 잘못된 길을 가면 멱살을 잡고 제지할 사람이다. 다음에는 여성대통령이 나와야 되는 것 아니냐. 또 국민경선을 끝까지 지켜주고 내 등을 떠받치면서 올바른 정치를 살리겠다고 지켜준 정동영 최고위원도 있는데 어떠냐. 한 사람밖에 없는 것보다 여러 사람이 있는 것이 더 든든하지 않겠나.
서로 경쟁하며 원칙을 지키고 능력을 키우고 국민에게 봉사하려 할 것이다.(이 때 청중들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자) 여보세요. 아니 여러분. 내가 은근히 싸움을 붙였나요. 나는 한국에 희망이 있고, 미래가 있다는 것을 말씀 드리려는 것이다. 싸움을 붙이기 위한 것이 아니다.”
20:00~20:20 우래옥 식당으로 이동
버스에 탄 전 당직자들이 명동 및 종로 유세를 보고 배신감과 모욕감을 느꼈다는 얘기가 많이 나왔음. 특히 김흥국씨가 캔맥주를 마시며 흥분했고 상대적으로 대표 비서실 쪽의 젊은 직원들이 이에 가세. 그러나 신낙균 최고위원 등 고위당직자들은 불쾌하기는 마찬가지였으나 혹시 정 대표를 자극할까봐 언급을 자제하고 쉬쉬하고 있었음.
고위 당직자들은 혹시 분위기가 이상해져서 동대문 유세를 가지 못할까봐 걱정해 이와 관련한 대책도 얘기 했음. 이에 박진원 단장은 혹시 정 대표의 기분이 상했으면 집으로 가시도록 하고, 고위 당직자들만이라도 동대문 가자고 함.
20:30~22:00 우래옥 식당 김영명 여사 도착
정 대표, 김영명 여사, 김성호 의원, 신낙균 의원, 최운지 의원, 허운나 의원 등 약 10여 명은 홀의 맨 큰 테이블에 앉고, 2번째 3번째는 고위당직자들, 그리고 하위당직자 비서실 직원들은 그 외 테이블에 흩어 앉았음. 나중에 들으니 김흥국씨가 대표 테이블에 와서 울분을 토로했고, 합석했던 몇 분도 동조했다고 함.
이에 김영명 여사가 눈물을 흘림. 또한 정 대표가 9시가 조금 넘은 시각, 별실에서 최운지, 조남풍, 이달희, 정광철씨 등 4인만을 불러 얘기를 나눴다고 하고 이 때 이미 기자 회견문 작성을 정광철 특보가 끝낸 상태. 그러나 신낙균 최고위원, 박진원 단장, 김행 대변인을 포함한 다른 전 당직자들은 별실에서 논의가 진행 중이라는 사실과 어떤 논의가 진행됐는지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음.
나중에 정 대표(21일, 22일)가 박범진 전 의원 등 당직자들에게 한 말에 따르면 최운지 의원은 반대했고, 조남풍 특보단장은 최운지 의원의 뜻대로 하자고 했고, 이후 이달희 비서실장, 정광철 공보특보(수행담당)만 따로 불러 얘기했는데 특히 정광철 공보특보가 매우 흥분했다고 함. 이 때 정광철 공보 특보가 회견문을 자신의 수첩에 기록했음.
22:00 정 대표가 김행 대변인을 불러 긴급기자회견 지시
이때 경호원들과 이달희, 정광철, 강철호 비서 등이 김행 대변인을 서둘러 데리고 나가 음식점 밖에 대기하고 있던 김 대변인 차에 동승. 차에 타자마자 정광철 특보가 운전기사에게 연합뉴스로 갈 것을 지시.
가는 도중 강철호 비서의 핸드폰으로 당직자들로부터 ‘당사로 오라’는 당직자들의 입장을 전해들은 김 대변인이 정 특보에게 “당사로 가자. 기자회견을 해도 당사에서 하지 왜 하필 특정언론사냐. 다른 언론사에서 욕한다”하니 정 특보가 “지방판 마감시간이다. 시간이 없다”고 언쟁.
연합뉴스에 전원이 일단 내려 로비까지 들어갔으나 김 대변인이 당사로 가자고 적극 주장해 다시 차를 탔음. 연합뉴스로 가는 도중 정 특보가 여러명의 기자들에게 자신의 수첩에 적은 회견문을 불러주고 있었으며, 기사제목을 ‘정 대표의 노 후보 지지철회’라고 했음.
▲ 노 후보 지지철회 선언으로 이어진 이후 긴박한 시간이 흐르면서 MJ의 집앞에 나타난 ‘측근’ 김흥국씨와 민주당 정대철 선대위장(위부터) | ||
10:30 당사 도착
당사 도착하니 김흥국씨와 또 다른 경호원들이 이미 도착한 상태. 김행 대변인이 5층 기자실에 내리니 이미 카메라 기자들이 대기하고 있는 상태. 그때서야 정 특보가 수첩에 쓰여진 회견문 두 쪽을 김 대변인에게 찢어줘, 마이크 앞에서 읽음. 이 때 김행 대변인은 기자회견문이 두 쪽인 것도 처음 알았음.
그러나 읽기 전 대부분의 기자들이 기사내용을 대부분 알고 있는 상태였음. 우래옥에서는 공보실의 한 관계자가 기자들에게 기사를 불러줬다고 함.
10:40 당사 9층
당사 9층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에서 김 대변인은 정대철 조배숙 이상수 의원 등을 만났으나 서로 얼굴이 굳어진 상태. 김 대변인은 회의실로 직행했고 그 때 연합뉴스 화면에 ‘공조파기’하는 제목의 기사가 뜸.
이를 본 김 대변인은 서둘러 5층으로 다시 내려옴. “방금 연합뉴스에서 봤는데 공조파기는 아니다. 단순히 정 대표의 지지철회다. 국민통합21은 정책공조와 선거공조를 끝까지 지켰다”며 기자들에게 공조파기로 쓰지 말 것을 요구. 기자들이 진의가 무엇이냐고 소리를 지르기도 했음. 다시 9층으로 올라감.
10:50 9층으로 직행
모든 당직자들이 화가 나 있었으며 왜 9층에 올라와 당직자들과 의논도 하지 않고 기자회견을 했느냐고 추궁. 이에 김 대변인은 기자회견문은 정 특보가 작성했으며 그 배경과 회견 경위도 정 특보에게 물어보라고 함.
그러자 정 특보는 당일 프레시안에 실린 노 후보 인터뷰(중요부분이 형광펜으로 강조되어 있었음)를 당직자들에게 보라며 가져 옴. 이에 형광펜으로 줄쳐진 부분을 읽으니 정 대표가 배심감을 느꼈을 내용이었고, 당직자들은 그 내용이 이미 정 특보를 통해 정 대표에게 보고되었을 것으로 짐작,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음.
이에 윤원중, 전성철 위원장 등이 정대철 의원 등에게 “노 후보가 직접 찾아가야 한다. 그래야 문제가 풀린다”고 조언. 이에 정대철 의원 등이 민주당사로 출발, 조배숙 의원이 김 대변인에게 “잘 수습해보자”고 했으나 김 대변인도 너무 황당한 상황이라 이에 대해 묵묵부답이었음.
이후 윤원중 상황실장이 노 후보와 정대철 위원장 등의 위치를 수시로 전화 파악. 그러나 노 후보가 집 앞에서 기다리다가 그냥 집으로 돌아갔다고 하자, 절망감에 빠짐.
19일 새벽 1:00
국민통합21에서 김행, 이철, 서정화, 박범진, 정상용, 윤원중 등이 지지철회를 요청키로 결의하고 정 대표 자택으로 출발, 그 때 경호원이 나타나 정대철의원이 집 앞에서 기다린다고 조금 후 다시 오라고 함. 20여 분 후 다시 자택으로 감. 결국 면담에 실패했으며, 기자들에게 “지지철회를 번의시키기 위해 왔다”는 요지의 인터뷰를 함. 이후 당사로 직행.
새벽 4:00까지 1차로 정 대표집을 방문한 사람들을 포함해 당직자들이 당사에서 2차 회의 후 6:00에 다시 평창동으로 가기로 함. 신낙균 최고의원이 집에까지 다녀 올 시간이 없다고 해 맨해턴호텔에서 김행과 함께 잠.
19일 새벽 5:30
이철 전 의원과 당직자 한사람이 호텔로 찾아와 김 대변인을 찾음. 김 대변인을 만나 “지지철회 번복 촉구에 서명해 달라. 새벽 6:00에 노 후보가 기자회견을 하는데 우리당 당직자들이 배석해 줘야 한다”고 함.
그러나 이에 대해 김 대변인은 “6:00에 정 대표 집을 함께 다시 방문하기로 하지 않았냐. 그 때 정 대표가 마음이 바뀔지도 모르지 않나. 그러니 제발 노 후보의 기자회견에 배석하지 말고 참아달라”며 오히려 매달림. 그러자 이철 전 의원은 되돌아 갔으며 그는 당일 새벽 평창동에 가지 않았음.
19일 새벽 6:30
김행 박범진 신낙균 윤원중 김민석 박진원 전성철 조남풍 등이 정 대표 댁 앞에서 만남. 집으로 들어가 약 1시간여 동안 설득했으나 실패. 이 때 정 대표는 “정 특보는 젊어서 그런지 매우 강경했는데” 하시더니 “개인이나 당만을 생각하면 내릴 수 없는 힘든 결정이다. 그러나 나라를 생각해야 한다. 거짓말이나 배신이 가장 나쁘다. 내가 만약 지지하면 나 역시 5년 동안 국민을 속여야 한다. 오늘은 선거날이라 특별히 말하지 않겠다. 곧 내가 직접 기자회견을 통해 모든 것을 밝히겠다. 그리고 오늘 투표는 하지 않겠다. 만약 내가 투표를 하면 사람들이 내가 이회창 후보를 찍었다고 하지 않겠나”라며 지지철회 입장을 고수.
19일 아침 7:40 최종회견
문 앞에서 대기 중인 기자들에게 설득하지 못했음을 알리고 당사로 향함.
19일 아침 8:10 당사 기자실 도착
<문화일보> 박민 기자 등 몇 사람이 기자실에 있었음. 너무 피곤해 간단히 최종결과만 알려주고 집으로 감.
이상의 상황을 종합하면 1) 명동유세 직전까지 정 대표와 당직자 모두는 노 후보의 승리를 확신하고 그 날 자정인 24시까지 선거운동을 함께 하자고 할 정도로 적극적이었음. 즉, 일부에서 얘기하는 CIA 배후설이니 권력지분 불만족, 또 한나라당이 승리한다는 여론조사 보고 때문이라는 등의 설(設)은 모두 틀린 것임.
2) 이날의 지지철회 결정은 감정적인 돌발사태였음. 그 원인은 노 후보와의 명동, 종로 공동유세시 그 형식과 내용이 그 전날(일산)까지의 공동유세에서 정 대표를 동등한 파트너로 대우하던 것과는 판이하게 달라졌기 때문. 이에 정 대표와 국민통합21 당직자들은 배신감과 모욕감을 느끼기에 충분한 상황이었음.
3) 또한 이 결정은 최고위원인 신낙균 위원이나 김행 대변인 등 당직자들도 전혀 모르는 상황에서 이루어진 정 대표의 결정이었으며, 이를 비서실장과 공보특보(수행) 등 비서들이 집행한 것임.
4) 이 결정 과정에 참여하지 않았던 사실상 모든 당직자들은 이 내용을 뒤늦게 알고, 두 번에 걸친 철회 노력(평창동 방문)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무위로 돌아갔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