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족한 시간? 든든한 해외파! 이만하면 해볼 만하다
▲ 아드보카트 감독(왼쪽)과 핌 베어벡 수석 코치. 다소‘독불장군’같은 성격을 지닌 아드보카트 감독을 제어해줄‘참모’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 ||
세 번의 친선전만 치렀지만 분명 앞선 본프레레 감독이 가지지 못했던 탁월한 지도철학도 갖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아드보카트 감독이 히딩크 감독에 비해 주위 조건이 불리한 것은 사실이다. 주최국의 입장이었던 2002년 프로구단들의 전폭적인 지원 하에 1백여 일이 넘는 소집기간의 혜택을 입었던 히딩크에 비해 아드보카트 감독은 1월 전지훈련 40여 일이 전부다. 하지만 세계축구의 흐름을 잘 알고 있는 해외파들이 대거 포진한 것은 아드보카트 감독의 보이지 않는 우군이다. 네덜란드 축구의 거목들인 히딩크와 아드보카트 감독을 들여다보면 독일월드컵에서의 한국 축구의 예상 성적표가 그려지지 않을까.
# 닮은 꼴 vs 다른 꼴
축구대표팀의 A씨는 “아드보카트 감독은 물러서지 않는다”며 자신의 의견을 끝까지 굽히지 않는 성격이라고 전했다. 일단 저질러 놓고 보는 스타일이라는 것. 반면 히딩크 감독은 주위 참모들의 얘기를 경청하며 합리적이라고 판단하면 자신의 뜻을 접는다. 핌 베어벡 수석코치가 인터뷰에서 “히딩크가 생각하고 행동한다면 아드보카트는 먼저 실행에 옮긴다”는 말과 통한다. 하지만 A씨는 “지금까지 세 번의 평가전에서 한 번도 패하지 않아 다행이지만 아드보카트 감독이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제어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그나마 베어벡 코치가 옆에서 조언을 하고 있어 다행스럽다고 밝혔다. 하지만 히딩크 감독이 진작 프랑스와 체코에 5-0으로 깨지면서 한국의 문제점을 빨리 파악해 발전의 동력으로 삼았다는 점을 상기한다면 아드보카트 감독에게 바른 말을 할 수 있는 참모의 존재는 중요하다는 충고다.
# 총론이냐 각론이냐
히딩크 감독은 ‘오대영’ 감독이란 별명을 얻고 난 뒤 총론에서 벗어나 각론으로 대표팀을 손질했다. 전임대표팀 코칭스태프였던 B씨는 “히딩크 감독은 대패 이후 총론에서 각론으로 다시 돌아갔다”고 회상했다. 엉망인 수비를 손보지 않고 전체적인 팀 전술을 짤 수 없다는 점을 깨달았다는 것이다. 히딩크 감독은 수비 조직력 강화에만 두 달 이상을 집중적으로 매달리며 수비를 탄탄하게 만들었다. 이후 한국은 2002년 3월부터 튀니지에 0-0으로 비긴 뒤 핀란드에 2-0, 코스타리카에 2-0으로 각각 이기는 등 월드컵 직전까지 컨디션을 최고조로 끌어올려 4강 신화라는 결과를 낳았다. 하지만 아직 아드보카트 감독은 부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훈련일자도 많지 않은 어려움이 있지만 총론에 집중하고 있다. 선수들에게 전체적인 전술 주입에 힘을 쏟고 있다. 그러나 전체 그림을 한 번에 그리려 하면 이도저도 아무것도 못할 수 있다는 것이 B씨의 말이다. 그는 “1월 전지훈련기간 동안 수비 조직력 강화라는 각론에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 되살아난 압박축구
전임 본프레레 감독과 비교해 한국대표팀에서 압박이 살아났다는 점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바로 히딩크 감독이 월드컵 4강을 이룰 수 있었던 힘은 그라운드 어느 곳을 가리지 않는 압박이었다. 체력 훈련에 중점을 두며 상대보다 한발 더 뛰게 한 히딩크 감독은 미드필드에서 강한 압박을 통해 볼 점유율을 높여 결국 승리 를 따냈다. 그러나 2002 월드컵이 끝나고 쿠엘류와 본프레레 감독을 거치면서 한국축구에서 압박이 사라졌다. 정확히 말해서 선수들의 정신력이 무뎌졌다. 선수들이 적극성을 가져야만 성공할 수 있다는 압박의 전제조건을 보면 히딩크 감독과 같은 강력한 카리스마의 지도자가 필요했었다. 특히 네덜란드 압박축구의 후계자인 아드보카트 감독은 더할 나위없는 탁월한 선택이란 게 축구계의 평가다.
▲ 히딩크(왼쪽), 아드보카트 | ||
# 베일에 싸인 가족사
히딩크 감독의 가족사가 잘 알려져 있는 데 반해 아드보카트 감독의 가족사는 안개 속에 묻혀 있다.
히딩크 감독은 전처와 이혼하고 나서 네덜란드 식민지였던 수리남 출신의 흑인여성인 엘리자베스와 함께 살고 있다. 평소 기자들과도 잘 지내던 히딩크였지만 엘리자베스 얘기만 나오면 극도의 반감을 보였던 터라 히딩크 감독에게 사생활 얘기는 금기였다. 또 개인생활을 존중하는 유럽문화 탓에 히딩크에게 가족사를 묻는 용감한 기자는 없었다. 하지만 모 신문사에서 히딩크의 전처와 자녀들을 취재해 아내와 이혼한 전력 등이 알려지게 됐다.
반면 아드보카트 감독의 가족 얘기는 철저히 베일 속에 있다. 쿠엘류 감독이 아내와 딸까지 한국으로 불러 언론에 공개해 가정적인 남편이란 호평을 얻은 것에 비해 아드보카트 감독은 히딩크 감독처럼 애인이 있는지 혹은 자녀가 몇 명인지도 철저하게 비밀로 남겨져 있다. 히딩크 감독은 힘든 시절 엘리자베스의 도움으로 위기를 돌파했고 현재 암스테르담에 보금자리를 마련해 같이 살고 있다. 그러나 아드보카트 감독은 기자들의 질문에 “나도 아내와 아이가 있다”고 답한 뒤 더 이상의 물음을 막아내고 있다. 하지만 아드보카트 감독의 인기가 올라갈수록 사생활에 대한 관심도 상승할 것으로 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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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현명 스포츠투데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