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 ‘밥심’ 이 폭발한다
김두현의 스승들은 김두현의 성공 요인을 철저한 자기 관리에서 찾는다. 어린 나이에 가정 문제로 어머니와 떨어져 지낸 김두현은 축구를 시작하면서 홀로서기를 해왔다. 특히 몸 관리에 대해서는 타의 주종을 불허한다는 후문. 통진종고에서 김두현을 지도한 오희천 감독은 “전지훈련을 가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내리면 선수들에게 으레 간식을 사먹으라고 5천원씩을 주는데 두현이는 과자나 인스턴트식품을 사먹는 다른 선수들과는 달리 체력 관리를 위해 혼자 설렁탕이나 곰탕을 사먹을 정도로 자기 몸을 챙겼다”며 혀를 내둘렀다.
97년 추계 중·고 축구대회에서 MVP를 받으며 이름을 알린 김두현은 이듬해 16세 이하 청소년대표팀에 선발되면서 일찌감치 재목감으로 평가받았다. 그런 김두현을 주변에서 그냥 놔둘 리 만무했다.
특히 통진종고 2학년인 김두현이 17세 이하 대표팀에 선발될 때 대표팀 감독이던 기영옥 광양제철고 감독이 김두현을 자신의 학교로 전학시키려 했던 것은 축구계에서는 유명한 일화다.
기 감독이 김두현에게 큰 애착을 보이면서 계열 프로구단인 전남에 보내주겠다는 제안까지 하자 통진종고 오희천 감독이 “김두현을 데려가면 내가 그만두겠다”고 엄포를 놓아 김두현 부친과 기 감독이 결국 없었던 일로 했다는 후문이다.
김두현의 장점은 영리함과 넓은 시야다. 고3 시절 춘계연맹전. 상대팀 수비수가 골키퍼를 대신해 골킥을 했고, 골키퍼는 골 에어리어 바깥까지 전진해 있었다. 수비수가 킥한 볼은 하프라인 부근에서 원바운드 돼 김두현에게 흘러갔고 김두현은 골키퍼가 나온 것을 보고 영화 <소림축구>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명장면을 연출했다. 즉 원바운드 볼을 그대로 논스톱으로 골문 안으로 때려 넣었던 것. 현장에서 이 모습을 본 이강조 상무 감독과 한문배 한양대 감독 등이 “저렇게 감각 있는 선수는 처음 봤다”며 입이 닳도록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김두현은 올해 수원 삼성에서 성남으로 이적했을 때가 가장 힘들었던 시기인 것으로 전해진다. 스피드를 강조하는 차범근 감독이 수원으로 부임하자 김두현의 고민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던 것. 이왕 자유계약 선수 자격까지 얻게 된 김두현은 고민 끝에 신태용 등의 공백으로 중앙 미드필더 쪽에 균열이 생긴 성남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유재영 기자 elegan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