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만 손에 쥐면 당 얼굴로 부상 ‘정풍아 불어라’
지난 12일 정동영 국민의당 전주병 예비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 모습.
지난 2010년 민주당의 10·3 전당대회를 마지막으로 정 후보는 야권 정치판의 중심부에서 멀어져갔다. 2012년 민주통합당 대선 경선 땐 불출마를 선언했고 이후 재·보궐 선거 때마다 공천설이 나돌았지만, 제1 야당 최대주주인 친노(친노무현)계는 그에게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
제1 야당을 탈당한 뒤 국민모임 후보로 나선 지난해 4·29 서울 관악을 보궐선거에선 야권 분열의 원흉이란 비판을 받으면서 낙선했다. 친노계는 부글부글 끓었다. 범주류 한 관계자는 “정동영은 더 이상 정치판에서 힘을 쓰지 못할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에 대해 정 후보는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공천에 대해 “더민주는 친문(친문재인) 정당으로 재편됐다”고 직격탄은 날렸다. 그만큼 양측 간 감정의 골은 아직도 깊다.
마지막 기회를 맞은 정 후보는 중앙정치와 거리를 둔 채 전주병 선거운동에 올인,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의 일전을 준비 중이다. 선거구제 개편으로 제20대 총선 전북 지역구는 10석으로 줄었다. 전북 한가운데를 관통하는 전주병에서 ‘정풍(정동영 바람)’을 일으킨 뒤 전북 전역으로 확산하겠다는 전략이다.
정 후보는 이와 관련해 “전북 석권이 목표”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19대 총선(총 11곳)에선 민주통합당 9석·통합진보당 1석·무소속 1석 등을 기록했다. 하지만 ‘묻지마식 제1 야당’으로의 쏠림 현상은 약화됐다. 실제 19대 총선 당시 민주통합당 김성주 의원과 이춘석 의원만 각각 62.50%와 78.00%로 높은 득표율을 보였을 뿐, 다수의 당선자 득표율이 50%대에 머물렀다. 김춘진 전정희 의원의 득표율은 각각 39.30%와 39.50%에 그쳤다.
정 후보 측 관계자는 “김성주 의원의 세가 만만치는 않지만, 큰 인물론이 표심을 흔들 경우 우리가 이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내부에선 국민의당 ‘3두(안철수·천정배·김한길) 체제’의 분열로 ‘정동영 역할론’이 부상할 수밖에 없는 만큼, 총선 이후 ‘안철수·정동영’ 투톱 체제를 형성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때마침 17일 김한길 의원이 야권연대 실패 책임을 지고 불출마를 선언하며 사실상 ‘3두’에서 아웃됐다.
‘현장정치는 따라올 자가 없다’는 긍정적 시각과 ‘권력의 화신’이란 명암이 뚜렷이 존재하는 정 후보의 운명에 따라 야권 권력구도가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윤지상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