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준영 배후 정치세력 염두 표적수사? 김무성 ‘아킬레스건’ 찾기 가능성
용산 국제업무지구 조감도.
검찰은 손 씨가 횡령한 돈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정황을 포착하고 그 흐름을 추적하고 있다. 특히 돈이 허 전 사장에게로 흘러들어갔는지 여부를 집중 규명하고 있다. 수사의 칼끝이 허 전 사장을 향하고 있다는 얘기다. 서울중앙지검 고위 인사는 “허 전 사장이 재직하고 있을 때 벌어진 일이다. 당연히 수사 대상에 포함된다. 손 씨와 허 전 사장이 각별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손 씨는 빼돌린 돈을 사적으로 썼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태다.
검찰이 허준영 전 코레일 사장 측근 손 아무개 씨가 횡령한 돈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정황을 포착하고, 그 돈이 허 전 사장에게로 흘러들어갔는지 여부를 집중 규명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우선 검찰이 본격 수사에 착수한 시점부터 오해의 소지가 있다. 수사팀은 2월 23일 손 씨 사무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단행했고, 이는 언론 등에 공개됐다. 허 전 사장이 출마한 자유총연맹 회장 선거 직전에 벌어진 일이었다. 이를 두고 허 전 사장 측은 회장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라며 불쾌감을 감추지 못했다. 허 전 사장 라인으로 꼽히는 자유총연맹 관계자의 말이다.
“현 정권이 허 전 사장을 흠집 내기 위해서 검찰을 움직였다고밖에 볼 수 없다. 허 전 사장 도덕성을 공격해 친박계로 통하는 김경재 후보를 도우려 했다는 것이다. 선거 판세가 김 후보에게 유리했기 때문에 수사가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 것이란 말도 있지만 결과는 모르는 일 아니냐. 허 전 사장에 대한 구체적인 혐의도 나오지 않았는데 마치 뭔가 있는 것처럼 언론에 흘린 것 자체가 이를 뒷받침한다.”
허 전 사장 측의 이러한 불만을 좀 더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선 지난해 자유총연맹 회장 선거를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전임 회장 공석으로 치러진 선거에서 허 전 사장은 ‘박심(박근혜 대통령 심중)’을 등에 업은 이동복 전 의원을 누르고 승리했다. 당시 이 전 의원 승리를 자신했던 친박계의 충격은 컸다. 한 친박계 의원은 “자유총연맹 회장 자리를 비박계가 밀었던 후보에게 빼앗긴 부분은 뼈아팠다. 그래서 올해 2월 선거를 손꼽아 기다렸다”고 귀띔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대표최고위원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현역 의원이 경선에 참여할 기회를 박탈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공천 결과에 대한 입장을 발표했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허 전 사장 수사를 더 큰 틀에서 보는 시각도 있다. 허 전 사장과 비박계 인사들 간 연결고리를 밝혀내는 게 수사의 종착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의 서울중앙지검 고위 인사 역시 “손 씨가 빼돌린 돈이 허 전 사장, 그리고 정치권으로 흘러갔는지를 확인할 것이다. 용산 지구 사업에서 또 다른 횡령이 있었는지도 살펴볼 것이다. 손 씨 수사는 출발점에 불과하다”고 털어놨다.
4월 총선을 앞두고 친박과 비박이 치열한 공천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러한 관측엔 더욱 정치적 의미가 실린다. 비박계의 한 중진 의원은 “허 전 사장 건이 정치권으로 불똥이 튈 것이란 얘기가 많다. 자유총연맹 회장 선거뿐 아니라 총선이라는 측면에서 이해해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검찰 수사가 진행될수록 비박계가 위축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특히 비박계 좌장으로서 친박과의 총선 전쟁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김무성 대표와 이번 수사를 연관 짓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동안 친박 핵심부가 주도하는 사정라인이 김 대표 아킬레스건을 찾기 위해 주변을 샅샅이 훑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일요신문> 1225호 보도). 허 전 사장 수사도 그 연장선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앞서의 비박계 중진 의원은 이렇게 말했다.
“친박이 김 대표를 못마땅해 하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대권주자로서 김 대표의 입지 역시 만만치 않다. 그래서 꾸준히 ‘김무성 X 파일’을 수집, 확보해놨다고 한다. 이를 활용해 김 대표를 적절히 컨트롤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대표가 결정적 순간에 번번이 꼬리를 내리는 것도 이 때문 아니겠느냐. 총선을 앞두고 친이계가 미는 허 전 사장과 이명박 정부 시절 추진된 사업에 대한 수사를 하는 것은 김 대표에게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고, 이는 곧 김 대표의 운신을 좁힐 수 있는 결과로 나타날 수 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