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노바서 ‘판’ 돌리다 딱 걸렸어
▲ 사진은 카지노장의 모습으로 기사의 내용과 관련없음. | ||
두 사람이 이용한 카지노바는 이미 지난해 검찰에 의해 철퇴를 맞았던 곳. 그러다 잠시 분위기가 가라앉자 올해 또 다시 ‘바’를 열고 불법으로 사설 도박장을 운영하다가 적발됐다.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유명 프로 농구 감독과 한때 농구계를 휘어잡은 대표팀 선수 출신의 코치가 도박 혐의로 처벌받게 된 그 사연을 알아본다.
A씨는 팀을 프로리그 우승으로 이끈 적이 있는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다. 특유의 리더십과 화통한 성격으로 기자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많다. 그런데 그는 술을 마시지 못했다. 술자리에 참석해도 체질상 알코올을 흡수하지 못하는 바람에 경기 후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방법이 따로 없었다. 그래서 시작한 게 포커였다. 처음엔 취미 수준이었다. 지역 인사들과 골프나 술 대신 포커를 통해 친분을 다졌고 재미 삼아 돈을 걸기도 했다.
문제는 우연히 알게 된 C씨였다. C씨는 원주 지역에서 유명한 ‘건달’이다. 유흥업소와 성인오락실 등을 운영하던 C씨는 비밀리에 카지노바를 오픈했고 가까운 사람들만 초대해서 판을 키웠다.
A씨도 처음엔 도박장 출입을 자제하려 했다. 이미 지역 사회에선 얼굴이 알려질 대로 알려진 상태라 행여 이상한 구설수에 휘말릴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평소 친분이 있는 C씨가 ‘제발 한번만 나와 달라’고 하는 부탁을 끝내 거절 못해 같은 팀의 B코치와 함께 카지노바를 방문했다가 검찰의 현장 단속에 걸려든 것이다.
이 사건을 담당한 원주지청의 이병대 검사는 지난 16일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A감독과 B코치를 지난 1월에 불러 조사를 마쳤다고 밝혔다. 이 검사는 “A감독과 B코치가 이 사건의 핵심이 아니다. 우리가 관심을 가진 건 불법 도박장을 운영하는 업주였다. (A감독과 B코치가) 현장에서 붙잡히는 바람에 처벌을 하긴 하지만 그 사람들 활동에 피해가 가는 건 원치 않는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이 검사는 두 사람이 행한 도박 자체는 비판받아 마땅해도 현재 농구 시즌 중이고 팀을 맡고 있는 지도자이기 때문에 더 이상 이 문제가 확대되지 않기를 바랐다.
한편 두 사람이 소속된 팀의 구단 관계자는 시즌 중에 선수도 아닌 감독과 코치가 도박에 연루됐다는 사실에 적잖이 당혹한 눈치다. 구단의 고위 관계자는 “아직 정확한 결과가 나오지 않아 구단의 공식 입장을 표명하기가 어렵다”면서 “그러나 A감독이 그곳(도박장)에 갔던 건 인정했기 때문에 구단에서 조만간 어떤 식으로도 대응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 관계자는 워낙 민감한 사안이라 섣불리 판단하기가 어렵다고 털어놓았다.
A감독과 B코치를 잘 알고 있는 한 농구인은 다음과 같은 내용을 전했다.
“공인이라는 신분 때문에 노출된 건 안타깝지만 언젠가 터질 문제였기 때문에 오히려 지금 알려진 게 다행일 수도 있다. 내부에서만 취미 생활로 이뤄진 거라면 문제가 안 됐을 것이다. 밖으로 나가 다른 사람들과 그것도 한창 시즌 중에 어울렸다는 점에서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A감독도 많이 반성 중이다.”
실제 선수들은 경기 후나 여유 시간에 컴퓨터를 통해 게임을 즐긴다. 인터넷으로 포커나 고스톱을 치는 장면도 쉽게 목격할 수 있는 부분이다. A감독 입장에선 ‘킬링 타임(killing time)’용으로 포커를 시작하게 됐고 ‘취미’가 ‘특기’로 변하면서 사회 문제가 된 것이다.
실제로 농구계에는 A감독 말고도 도박이나 파친코에 빠진 감독이나 선수가 여러 명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지난해 농구인 D씨는 수원의 한 ‘하우스’에 놀러간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 하우스가 나중에 수원지청의 단속에 걸렸다. 당시 도박꾼들은 자기들만 걸려 들어간 게 억울했는지 농구인 D씨도 왔었다고 제보했고 검찰에서 D씨를 불러 조사를 한 뒤 그냥 풀어준 적이 있었다.
이영미 기자 bo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