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짱의 ‘예측타법’으로 빅초이 ML을 날려버려
▲ 결혼식 피로연장의 박찬호 부부, 오른쪽은 서재응. | ||
[Q] 박찬호가 결혼하고 달라졌다는데?
[A] 결혼을 하면 주변 환경 등이 변하는 것은 분명하다. 이번 WBC대회에서나 애리조나 스프링 캠프장에서 만나본 박찬호는 한결 부드럽고 여유가 있어 보였다. 그렇지만 결혼을 한다고 사람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심리적인 안정을 찾을지는 모르지만 박찬호가 갑자기 예전의 160km 강속구를 되찾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WBC의 활약에 너무 큰 기대를 걸어서는 안 된다. 그와 상대한 타자들은 모두 박찬호를 잘 모르는 상태에서 대결했다. 특히 투심패스트볼에 익숙지 않은 일본 타자들을 상대로 효과적인 피칭을 한 것이 올 시즌 MLB 경기에서도 그대로 적용될 것이라고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
그렇다고 또 두 차례 시범 경기에서 보여준 내용에 대해 너무 실망할 필요도 없다. 시범 경기는 어디까지나 시범 경기일 뿐이다. 난타를 당한 두 번째 경기에서 브루스 보치 감독은 오히려 박찬호의 땅볼 유도를 긍정적으로 평가했을 정도이며 안 풀리는 한 경기 정도로 가볍게 생각했다.
비록 불펜에서 시즌 개막을 맞게 됐지만 박찬호는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평상심을 유지한 채 마운드에 오른다면 여전히 10승 이상을 거둘 수 있는 구위를 지니고 있다. 가장 큰 관건은 본인의 마음이다. 결혼을 하면서 달라진 환경과 여유가 마음의 안정을 찾아준다면 그것은 분명히 큰 변화가 될 것이다.
[Q] 서재응의 언론 기피증, 남다른 이유 있다?
[A] 활달한 성격을 볼 때 사실 서재응과 언론 기피증은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요즘 서재응은 분명히 기자들로부터 멀어지고 싶은 마음이 있다.
거기엔 두 가지 이유가 있는 것 같다.
첫 번째는 재작년에 귀국하면서 불거진 기아 타이거즈로의 이적설이다. 서재응은 평소에도 빅리그에서 활약하다 마지막 은퇴는 국내에 돌아와 하고 싶다는 말을 종종 했다. 그런데 당시 귀국하면서 공항에서 별 뜻 없이 한 얘기가 마치 기아로 돌아오는 것처럼 확대 보도되었다. 2004년 시즌에 부진했던 것과 맞물려 더욱 가능성이 높게만 들렸다.
또 한 가지는 2003년 좋은 활약을 하고 귀국한 서재응은 TV 등에 상당히 자주 얼굴을 내밀었다. 그런데 다음 시즌에 부진하자 언론과 팬들은 마치 오프 시즌 동안의 방송 외도(?) 등이 부진의 원인인 것처럼 꼬집었다.
▲ 콜로라도의 ‘양김’ 김선우(위)와 김병현. 스포츠투데이 | ||
그러나 성격적으로 서재응은 언론을 기피하거나 불편한 관계를 만들 선수는 아니다. 시즌이 시작되고 자리를 잡으면 또다시 쾌활한 웃음을 지으며 언론과도 즐겁게 인터뷰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Q] 최희섭의 잦은 트레이드 뒤에 숨은 사연이?
[A] 걱정은 된다. 시카고 커브스 시절부터 최고 유망주로 꼽히던 선수가 벌써 3년 사이에 네 번이나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이제 가장 우려되는 점은 다른 팀 관계자들이나 스카우트들이 ‘이렇게 자주 팀을 옮기는 데는 분명히 어떤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지레 짐작하는 것이다. 그러다보면 자칫 ‘저니맨’으로 낙인 찍혀 주전으로 발돋움할 기회를 잃고 떠도는 선수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그동안 최희섭이 소속팀에서 확실한 능력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점이다. 한 경기 3홈런의 괴력을 보이다가도 장기간 슬럼프에 빠지는 등 기복이 심한 타격은 주전 자리를 굳히는데 큰 저해 요인이 되었다.
이제 기회가 많지 않다. 만약 올 시즌을 트리플A에서 시작한다면 새로운 각오로 이를 악물어야 한다. 타고난 힘에 비해 배트 스피드가 떨어지기 때문에 상대 투수의 구질을 예측하고 강력한 스윙을 과감하게 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그런 점에서 예측 타법의 대가인 이승엽에게서 배울 것이 많다.
[Q] 김선우가 WBC 최고의 수혜자다?
[A] 올해까지 병역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김선우는 군대에 가야할 판이었다. WBC 출전은 그에게 가장 큰 고민을 해결해준 대회였다. 도쿄 일본전에 선발로 나선 것이 전부였지만 드림팀의 일원으로 훌륭히 역할을 해낸 김선우는 이제 안정적인 상태에서 콜로라도 로키스의 시즌를 시작하게 됐다.
돌아가는 분위기도 좋다. 친한 후배이자 팀 동료인 김병현에게는 미안하지만 김병현의 햄스트링 부상도 김선우에겐 선발 한 자리를 차지할 수 있는 호기가 되고 있다.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김선우가 일단 선발 로테이션에 들어가 자리를 확고히 굳히고 2주쯤 쉬면서 부상을 치료한 김병현도 합류해 두 명의 코리안 빅리거가 로키스 로테이션에서 활약하는 것이다. 현실적으로도 상당히 가능성이 있는 시나리오다.
작년에 워싱턴으로부터 내침당한 후 콜로라도에 픽업되면서 풀리기 시작한 김선우의 야구 인생은 WBC를 계기로 더욱 상승세를 탈 가능성이 높다.
민훈기 스포츠조선 해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