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플레이에 녹아드는 ‘대기만성형’스타
김동진은 대기만성형 선수다. 천재적인 감각을 타고난 이천수나 박주영과는 달리 성실한 훈련과 실전을 통해 능력의 한계치를 계속 높인 케이스다.
김동진을 곁에서 지켜봐온 지도자들은 그의 학습 능력을 높게 평가한다. 김동진을 지도한 문영서 전 안양중 축구부장(현 안양 두림초등학교 근무)은 “동진이의 강점은 지도자들의 주문을 빠른 시간 안에 자기 것으로 소화한다는 것”이라고 추켜세웠다. 특히 지도자들이 호평하는 부분은 어린 시절부터 팀플레이의 중요성을 스스로 터득한 점. 지도자들이 김동진에 대해서는 곧잘 “팀에 있는지 없는지 잘 구분이 안 가는 선수”라고 말하는데 바로 김동진의 뛰어난 팀플레이 능력을 우회적으로 칭찬하는 말이다.
김동진은 축구계에서는 모범생으로 꼽힌다. 중·고 시절 동두천 집에서 차로 2시간 거리인 안양까지 학교를 다녔지만 지각을 하거나 빠지는 일도 한 차례로 없었으며 훈련이 힘들다는 불평 한마디 하지 않았다고 한다.
오히려 프로 입단 후 큰 고비가 찾아왔다고. 김동진 주변에서는 그가 두 번의 재기를 거쳤다고 말할 정도로 견뎌내기 힘든 고비였다.
첫 고비는 안양 LG(현 FC서울)에 입단한 다음해인 2001년에 찾아왔다. 어머니가 대장암으로 세상을 떠난 것이었다. 군인이었던 아버지 대신 홀로 아들을 뒷바라지해온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자 김동진은 한동안 슬럼프에 빠졌다.
간신히 마음을 추스르고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에 나선 김동진은 또 다시 좌절의 쓴맛을 봐야 했다. 준결승에서 이란에게 불의의 일격을 맞아 금메달과 병역혜택이 날아가 버린 것. 아시안게임이 끝난 후에는 오른쪽 무릎 부상이 그를 괴롭혔다. 김동진의 상태를 진찰한 의사들이 재활조차 어렵겠다는 소견을 전하기도 했다는 후문. 잠시 선수 생활을 포기할까도 생각했지만 가족과 지도자들의 만류로 강도 높은 재활 훈련에 임한 김동진은 빠른 속도로 부상에서 회복, 2003년 시즌 35경기에서 5골을 터트리며 부활을 알렸다.
생애 첫 월드컵 출전을 학수고해하고 있는 김동진. 이 때문일까. 축구 관계자들에 따르면 김동진은 최근 김을 먹지 않는다고 한다. 학창시절부터 김동진은 경기를 앞두고 김을 잘 먹지 않았다는데 이유는 바로 김이 샐 까봐서라고^^.
유재영 기자 elegan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