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춘하는 방망이 비결이 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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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산 최다안타, 2루타, 득점, 타점, 4사구 등 타격분야에서 한국 신기록을 경신 중인 양준혁. 올해 서른여덟. 그에게서 나오는 힘의 원천은 대체 무엇일까. | ||
# ‘마당발’ 눈이 높다?
90년대 중후반, 양준혁은 가수 엄정화와 친분이 있었다. 당시 삼성 선수 몇 명은 양준혁 덕분에 톱가수를 만나는 행운을 누렸다.
양준혁은 연예계에 발이 넓다. 그러다보니 한때 여자 연예인과 스캔들이 났을 정도였다. 일부 프로야구 선수들이 연예인들과 친분 관계를 자랑하곤 하지만 양준혁에 비하면 새발에 피 수준이다. 그는 역대 미스코리아 출신들과도 다양한 친분이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안정환의 아내 이혜원과도 미니홈피에서 일촌으로 지내며 종종 안부를 주고받는다.
그런데 왜 연애는 안하는 것일까. 왜 서른여덟 살이 될 때까지 결혼을 않고 있을까.
박찬호(샌디에이고)가 LA 다저스에서 뛰던 시절, 포수 마이크 피아자와 호흡을 맞췄다. 이탈리아 출신의 이 선 굵은 외모를 가진 공격형 포수는 30대 중반이 넘도록 결혼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피아자는 동성애자일지도 모른다는 소문을 잠재우고 지난해 인기 TV 시리즈인 <베이 워치>의 알리시아 릭터와 결혼했다.
굳이 피아자 케이스를 언급한 것은 양준혁이 대한민국의 으뜸 신랑감 자격을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결혼할 의사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는 소리를 듣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양준혁은 결혼을 할 것이다. 야구장에서 그를 만나 결혼 얘기를 물어보면 “아직 인연을 못 만났을 뿐이다. 결혼? 당연히 해야지 무슨 소리냐”며 웃는다. 그러면서 기자에게 이렇게 토를 단다. “아~씨, 제발 그런 거 좀 쓰지 말어.”
# 매경기 신기록 경신
양준혁을 ‘걸어 다니는 기록집’이라 불러도 과언이 아니다. 7월 5일 현재 통산 최다 안타(1890개), 2루타(371개), 득점(1083개), 타점(1163개), 4사구(1079개) 등 타격 분야에서 한국 신기록을 보유 중이다. 매 경기 출전할 때마다 신기록을 경신해 나가고 있으니 프로야구의 역사를 매일 밤 갈아치우고 있는 셈이다.
188㎝, 95㎏의 당당한 체격 덕분에 ‘위풍당당’이란 별명을 갖고 있다. 골수팬들은 심지어 ‘양신(梁神)’이라 부른다. 그런 그도 약한 면이 있다. 한때 좋은 성적을 위해 ‘굿판’을 벌인 적도 있다. 지난 2005년 봄이었다. 양준혁은 FA 4년 계약의 마지막 시즌을 앞두고 있었다. 30대 후반의 나이에 행여 성적이 나쁘다면 재계약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꼭 이럴 때면 주변에서 한 마디씩 거드는 사람들이 있다. “굿 한번 해보지 그래?”
결국 팔자에 없던 굿판을 벌였다. 대구 팔공산 근처에서 전형적인 굿을 했다. 양준혁은 당시 얘기를 할 때마다 “돈 꽤 들었다”며 웃는다. 그러나 그해 양준혁은 타율 2할6푼1리, 13홈런, 50타점으로 최악의 성적을 남겼다.
지난해 양준혁은 가뜩이나 성적이 안 좋은 데다 희한한 징크스마저 겹쳐 고생했다. 통산 4사구 등 각종 굵직한 신기록을 세울 때마다 당일 경기서 팀이 자꾸만 패하는 것이었다. 양준혁은 동료들에게 미안해서 신기록 세우고 숨죽이는 일이 많았다.
# 선동열 감독과 불편?
지난해 최악의 성적을 남긴 뒤 양준혁은 삼성과 다시 재계약 협상에 나섰다. 그때 선동열 감독이 양준혁을 따로 불러 넌지시 조언했다. “아무 소리 말고 구단에 모든 걸 맡겨라. 괜히 자존심만 세웠다가는 낭패볼 수 있다.”
사실 양준혁도 새로운 FA 자격을 얻은 뒤 다소 혼란스러워하는 상황이었다. ‘원소속 구단 삼성에서 나를 붙잡아줄까’ ‘거액의 FA 보상금을 주고 나를 데려갈 다른 구단이 있을까’ 등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양준혁은 과감히 삼성 구단에 계약 일체에 대해 ‘백지위임’을 했다. 때마침 한국시리즈서 우승한 삼성은 자신을 굽힌 양준혁에게 2년간 최대 총액 15억 원짜리, 상당히 쏠쏠한 계약을 선물했다.
선 감독과 양준혁은 원래 그다지 매끄러운 관계가 아니었다. 선 감독이 일본에서 귀국한 뒤 2000년부터 KBO 홍보위원을 맡았고 당시 양준혁은 안티-KBO라 할 수 있는 선수협의 핵심 인물로 활동했었다.
2004년 말 선동열 수석코치가 사령탑으로 임명된 뒤 첫 마디가 “이름값만으로 경기에 출전시키지 않겠다”고 공언했는데 이는 양준혁과 같은 고참 선수들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서였다.
이제는 서로를 인정하는 사이가 됐다고 해도 무방하다. 양준혁은 지난해 계약 과정에서의 조언을 비롯해 중요 안건이 있을 때마다 직접 선 감독을 찾아가 상의하곤 한다. 선 감독은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양준혁처럼 베테랑들이 열심히 해서 성적이 난다는 게 얼마나 보기 좋은 일인가”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 괴력의 원천 ‘아침밥’
양준혁의 오늘을 만든 저력은 아침밥에서 찾을 수 있다. 특히 원정 경기를 치르는 동안 선수들은 아침 식사를 거르는 경우가 많다. 이동하는 날에는 새벽 3~4시쯤 원정 숙소에 도착하고 경기 당일에도 숙소에 돌아가 잠시 빈둥거리다 보면 새벽 3~4시쯤 잠들기 일쑤다. 이러다보니 아침 식사를 포기하고 침대에서 달콤한 늦잠을 즐기는 게 다반사다.
하지만 양준혁은 어떤 일이 있어도 아침밥을 먹는다. 최근 인터뷰에서 “체력을 유지하는 특별한 비법은 없다. 아침 끼니를 거르지 않는 게 유일한 원칙”이라고 말했다.
좋은 습관은 따라하는 후배가 있게 마련. 삼성의 최강 마무리 투수로 군림하고 있는 2년차 투수 오승환 역시 반드시 아침을 먹는 것으로 유명하다. 원정 숙소의 이른 아침. 서른여덟 베테랑 타자와 스물다섯살 투수는 식당 문을 가장 먼저 여는 것으로 유명하다.
김남형 스포츠조선 야구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