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최병렬 김덕룡 이부영 | ||
정치권의 관심은 2월쯤 열릴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누가 당권을 잡아 노무현 대통령에 맞서는 야당 당수가 될지에 쏠리고 있다. 차기당권에는 최병렬 김덕룡 이부영 등 2002년 5월 전당대회의 최고위원 경선에 출마하지 않았던 3인방이 가장 근접해 있다는게 당 안팎의 시각이다.
서청원 대표와 강창희 김진재 하순봉 이상득 최고위원 등 현지도부의 대다수가 경선 불출마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최고위원 가운데 경선 불출마를 선언하지 않은 강재섭 의원과 박근혜 강삼재 의원 등이 가세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최병렬 의원은 당의 뿌리인 민정계와 당내 범보수 세력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양정규 현경대 정창화 강창희 박희태 하순봉 서정화 김진재 김기배 김일윤 신경식 이해구 유흥수 윤영탁 의원 등 구 민정계 출신 중진 의원들이 소장파들의 세대교체 바람에 맞서기 위해 최 의원을 옹립할 가능성이 높다.
최의원은 또 당내 보수층의 결집체인 ‘나라의 안보를 사랑하는 모임’의 실질적 리더로 이들의 지지도 이끌어낼 적임자라는 평이다. 이 모임에는 김영일 이강두 강창성 김광원 김기춘 김만제 김용갑 김용균 나오연 목요상 박세환 박승국 박시균 박종근 박헌기 안택수 윤한도 이상배 이재창 이해봉 정문화 정병국 최병국 의원 등 보수성향의 의원 50여 명이 대거 참여하고 있다.
김덕룡 의원은 경륜과 개혁성을 겸비한데다 지난 5년 동안 이회창 전 총재에 맞서 유일한 비주류 계보를 유지해왔다는 점에서 야당 당수로서의 자격을 갖췄다는 평가다. 김덕룡 계보로는 정의화 강인섭 맹형규 박명환 박원홍 이성헌 조웅규 의원 등이 있고, 김동욱 김무성 김종하 김찬우 목요상 박종웅 신영국 이경재 이성헌 정병국 의원 등 구 민주계 의원들도 잠재적인 지원세력으로 꼽힌다.
전북 출신인 김 의원은 특히 호남의 원외지구당 위원장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기대하고 있다. 한 측근은 “이회창 전 총재가 호남의 원외들을 대부분 자기사람으로 심었지만 아직도 김덕룡 계보가 상당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비해 이부영 의원은 서상섭 안영근 의원을 제외하면 계보의원이 거의 없는 정치인이다. 그러나 정치권이 거대한 개혁과 변화의 회오리에 휩싸이면서 한나라당도 진보적이고 개혁적인 인사가 당권을 잡아야 한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어 이른바 ‘이부영 대안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 당권 경쟁의 다크호스 강재섭(왼쪽) 박근혜 의원. | ||
다크호스는 강재섭 의원이다. 대구에서 내리 4선을 한 강 의원은 구 민정계 출신이면서도 올해 나이 54세로 비교적 젊어 그동안 포스트 이회창의 선두주자로 꼽혀왔다. 특히 이번 대선에서 대구•경북에서 이 후보 득표율이 75∼80%를 기록하면서 당내 입지가 강화됐다. 그는 대선 직후 최고위원직을 던지고 잠수, 당내 소장파들의 최고위원단 사퇴 공세를 피해가는 노련함도 보였다.
대구/경북 의원들 사이에서는 “이제는 한나라당의 뿌리인 TK가 당권을 잡아야 한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는 점도 강 의원의 입지를 강화시키고 있다. 강삼재 의원은 지난 98년 강재섭 의원과 손을 잡고 이른바 ‘강-강 라인’을 형성, 이회창 대세론에 맞섰다가 중도하차한 쓰라린 경험이 있다.
그 후 강 의원은 당의 전면에 나서지 못해 비주류로 떠돌았고, 최근에는 96년의 안기부예산 총선자금 전용 사건으로 재판까지 받고 있어 활동의 폭이 좁아진 상태다. 따라서 이회창이 없는 지금 다시 부산•경남의 대표주자로서 대구•경북의 리더인 강재섭 의원과 이른바 ‘영남권 연대론’을 펴 당권에 도전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박근혜 의원의 당권 도전 여부는 당내뿐 아니라 국민적인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을 꿈꾸는 박 의원으로서는 한나라당 당권 쟁취가 대권가도의 주춧돌이기 때문에 이번 전당대회에 나설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하지만 계보정치인이 전혀 없고탈당한 경력이 흠이 되고 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이라는 상징성과 여성 야당당수라는 바람 하나만으로 보수적인 한나라당 대의원들을 설득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분석이다.
이 같은 중진들의 당권경쟁에 새로운 변수가 생겼다. 올 2월 전당대회가 2002년 5월에 있었던 최고위원 경선을 위한 전당대회와는 정치적 환경이 너무나 다르다는 점이다. 대선패배의 가장 큰 원인이 구시대 정치를 탈피하지 못해 젊은층의 지지를 이끌어내지 못했다는 것으로 압축되고 있는 만큼, 전면적인 당의 쇄신과 개혁 욕구가 전당대회에서 분출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정치적 경륜이 많은 중진이 오히려 불리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이와 맞물려 당의 세대교체, 즉 인적청산 바람도 거세게 불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신진세력이 주류를 형성, 당의 구심점이 되고 그 대표가 당권을 쟁탈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한나라당이 올 2월 전당대회를 준비하기 위해 1월 초에 구성할 비상대책기구는 이 같은 당의 시대적 요청을 흡수하는 방향으로 기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비상대책기구는 단순히 전당대회만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최고위원제 존폐를 비롯한 당 지도체제 개편, 당의 정체성과 이념 정립, 당 구조개혁 및 정치개혁 등을 다룰 전망이다.
비상대책기구가 할 일 가운데 눈에 띄는 점은 전당대회 대의원의 인구비율에 따른 구성이다. 인구비율에 따라 대의원을 선임할 경우 20대와 30대 젊은층이 대의원의 절반을 차지하게 된다. 이들의 표심이 한나라당 차기 당권의 향방을 좌우할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초•재선 및 원외 신진세력의 모임인 미래연대와 15대 국회 때 초•재선 및 원외 모임이었던 희망연대 소속 소장파들이 대거 경선에 뛰어들 조짐이다.
이들이 젊음과 개혁을 무기로 젊은 대의원들을 공략할 경우 소장파 돌풍을 일으킬 가능성이 없지 않다. 권철현 안상수 김문수 홍준표 맹형규 이재오 권오을 안택수 의원 등 재선그룹과 김부겸 원희룡 의원 등 초선그룹이 차세대 리더를 자처하며 경선 준비를 서두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연대는 초•재선 의원과 원외 지구당 위원장들이 주축이다. 이들은 대부분 386세대 또는 40대 초•중반의 나이로 대학 총학생회장을 지내는 등 학생운동 경험을 가진 인사도 상당수 포함돼 있다.
이들은 지난 26일 열린 의원•지구당위원장 연찬회에서 최고위원단의 2선후퇴와 당쇄신 특별기구 구성을 성사시킬 만큼 당내에서 ‘태풍의 눈’으로 떠오르고 있다. 희망연대는 무려 56명의 회원을 가진 당내 최대 계보 모임이다. 안상수 의원이 간사로 있고, 권기술 권오을 권철현 김광원 김문수 맹형규 박세환 박원홍 백승홍 안상수 이윤성 이재오 임인배 임진출 정의화 주진우 최연희 황우려 홍준표 등 재선의원들이 주축이다. 김일송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