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억 부동산 자산가에 2억대 주식 부자도…“흙수저 자처보다 대변자로 나섰어야”
민중연합당 윤미연 후보의 페이스북
지난 28일 ‘흙수저 취준생’이라는 명칭으로 자신을 소개해 왔던 동대문구을 윤미연 민중연합당 후보(25)의 재산 내역이 공개됐다. 예상과 달리 윤 후보의 재산 목록에는 예금이 4800만 원, 채권이 4100만 원가량 포함돼 합계 약 8900만 원으로 나타났다. 등록금 대출로 빚만 늘어나는 모습이 연상되는 20대 흙수저라고 하기엔 적지 않은 재산이었다.
더군다나 윤 후보의 조모, 부모의 재산은 고지거부로 공개조차 되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이 재산 내역을 커뮤니티 사이트에 퍼나르며 공격했다. 20대 SNS 사용자는 “청년이 가난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자신을 흙수저라고 밝힌 후보들의 재산이 많은 것은 유권자들을 기만한 행동으로 비난받을 만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윤 후보는 소명글에서 “어떻게 된 건지 어머니에게 여쭤보니 어머니는 제가 중고등학생 때부터 제 이름으로 보험이나 주택청약, 채권 등을 꾸준히 가입해오셨다고 합니다”라며 “이불가게에서 일하시며 한 달에 150만 원도 안 되는 월급을 받아오셨습니다. 엄마가 힘들게 일해 번 돈으로 무남독녀 외동딸 결혼 자금하라고 오랜 기간 모아주셨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이렇게 논란이 되니 당황스럽습니다”라고 밝혔다.
이렇게 흙수저 마케팅이 논란이 되면서 다른 후보들의 재산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현실의 대학생, 30대 전후의 직장인과 이들 후보의 재산이 괴리가 너무 크지는 않을까하는 의혹도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일요신문>은 전체 후보자 중 청년으로 불릴 만한 25세부터 35세까지의 후보자들의 신고 자산을 들여다봤다. 후보자들은 부모의 재산을 독립 생계를 이유로 고지 거부할 수 있다. 따라서 가족 전체의 재산이 전부 공개될 수도 있지만 본인의 재산만 공개될 수도 있다.
일요신문DB
일단 지역구 출마자부터 보면 본인의 재산만 공개한 후보 중 가장 많은 재산을 보유한 후보는 무소속으로 서울 중랑을에 출마한 윤정화 후보(34)다. 윤 후보는 임야, 대지, 주택 등을 포함해 약 15억 원의 재산을 신고했다. 지난 31일 윤 후보는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상속받은 토지 등이 있어 재산이 상대적으로 많이 잡혔다”며 “하지만 이에 대한 부채의식이 마음 속에 오래 있어왔다. 앞으로 정치를 하더라도 최소한 재산을 더 늘리진 않겠다. 흙수저들을 대변하는 정치를 하겠다”고 전했다.
2위는 노원병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 치열한 격전을 벌이고 있는 이준석 새누리당 후보(31)다. 이 후보는 약 3억 5000만 원의 재산을 신고했다. 이 후보는 카카오, 게임빌 등 IT업체와 SK하이닉스, 삼성SDS 등의 주식 약 2억 6000만 원을 보유해 주식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부모 및 배우자를 포함한 재산으로 넓혀보면 순위의 변동이 있다. 1위는 윤 후보로 동일하지만 2위는 약 6억 7000만 원을 신고한 박종훈 부산 금정구 더불어민주당 후보(32)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박 후보의 개인 자산은 오히려 마이너스다. 임차 보증금 등의 재산이 있지만, 변호사 대출 등을 통해 빌린 돈을 계산해 보면 총합은 약 마이너스 76만 원이다.
지역구가 아닌 비례대표로 출마한 청년 후보도 있다. 부모합계 1위는 약 4억 원을 신고한 정은혜 더민주 후보(32)다. 비례대표 16번인 정 후보는 자신의 재산은 거의 없지만 부모의 재산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본인 재산만 신고한 후보 중 1위는 코리아당 비례대표 2번 김상우 후보(32)였다. 김 후보는 강남 오피스텔과 예금을 합쳐 약 1억 4000만 원을 신고했다.
영남지역에서 대학 관련 글을 쓰고 있다는 20대 하인혜 저널리스트는 흙수저 마케팅에 관해 “(흙수저 마케팅이) 그들을 대변하겠다고 내세운 것 같고 그럴 의도 같았지만 사람들이 생각하는 상대적 불평등의 문제를 깊게 생각하지 못한 게 아닐까 싶다”며 “흙수저 문제는 상대적 박탈감과 기회가 균등하지 못한 현실에서 나왔다. 이 지점은 결국 내가 흙수저임을 자처하는 게 아니고, 내가 그들을 대변하겠다로 가야했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게다가 몇몇 후보자의 재산에 대한 문제제기가 나왔을 때 ‘어려서부터 우리집은 가난했었고’가 아니라 그 지점에서라도 차라리 난 재산이 문제가 아니라 흙수저의 대변인으로 이런 정책을 가지고 있다가 나왔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