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문재인 패권전쟁 주목…‘호남 변수’가 잠룡들 대권행보 좌우
왼쪽에서부터 문재인 더민주당 전 대표, 김종인 더민주당 비대위 대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김부겸 더민주당 전 의원, 손학규 더민주당 전 고문
우선 가장 큰 관심사는 현재 더민주를 이끌고 있는 김종인 비대위 대표의 향후 거취 문제다. 김 대표는 이미 공개적으로 107석을 마지노선으로, 이를 넘지 못하면 현재의 자리에서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피력한 바 있다. 야권의 정계개편 시나리오는 바로 김 대표가 제시한 ‘107석’ 확보 여부에서부터 갈릴 전망이다.
일단 김 대표와 문재인 전 대표의 관계가 하나의 큰 상수다. 이미 일각에선 김 대표의 ‘자기정치’가 시작됐으며 총선 결과에 따라 문 전 대표와 충돌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다. 김 대표는 이와 관련해 차기 당권 도전을 묻는 질문에 부정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벌써부터 정계 안팎에선 총선 이후 목표 의석수 확보를 전제로 한 김 대표의 당권 도전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분위기다.
이에 대해 김대진 조원씨앤아이 대표는 “선거 막판 문재인 전 대표가 움직였다. 무엇을 의미하겠는가. 이는 곧 총선에서 손해를 볼지라도 더민주의 주인은 김종인이 아닌 문재인임을 명시하는 것”이라며 “예상과 달리 김 대표가 야망을 보였다. 문 전 대표가 움직인 것은 결국 이를 막으려고 한 것이다. 만약 김 대표가 자신의 목표 이상, 또는 의미 있는 결과를 낸다면 문 전 대표가 상당히 어려운 처지에 몰리게 될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그는 “김종인 대표 스스로 이미 문 전 대표를 ‘원 오브 뎀(One of Them)’으로 인식하고 있다”라며 “이미 야심을 드러낸 김 대표는 총선 이후 대선까지 자기 길을 갈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졌다”라고 덧붙였다.
반면 이러한 확대해석을 경계하는 시각도 존재한다. 이재관 마레컴 대표는 “김종인 대표의 역할은 결국 목표 의석 확보 후 차기 대권까지 당권을 잡고 관리하는 역할일 뿐이다. 김 대표는 자신의 아젠다를 실현하는 것 이상의 야심은 없다”며 “더민주가 목표 의석수를 확보한다면 김 대표와 문 전 대표의 동행이 가능하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반면 그는 “문제는 더민주가 목표 의석수를 확보하지 못할 경우다. 그렇게 되면 더민주는 권력공백이 불가피하다. 특히 국민의당이 호남을 장악하고 30석 이상의 의석을 확보해 더민주를 위협할 경우 야권 무게중심의 추는 안철수 대표에 쏠릴 수밖에 없다”라며 “그나마 더민주에서 권력 공백이 발생할 경우, 이를 채울 수 있는 인물은 김부겸 전 의원뿐이다. 이 역시 당선이 절대 요건”이라고 덧붙였다.
야권 정계개편의 핵심 지역은 역시 호남이다. 호남을 누가 장악하느냐에 따라 차기 대권 행보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앞서의 이재관 대표는 국민의당이 호남을 장악할 경우 야권의 대권 레이스는 안철수 대표로 쏠릴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김대진 대표는 이에 ‘손학규’라는 변수를 꼽기도 했다.
김 대표는 “국민의당이 현재 호남에서 상당히 유리한 상황에 있는 것은 사실이다. 또한 차기 야권의 정계개편에 있어서 호남이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도 맞다”라면서도 “다만 호남 유권자들이 과연 국민의당이 호남을 장악했다고 해도 안 대표를 야권 대표주자로 받아들일 것인가가 문제다. 손학규 전 더민주 고문은 결국 호남을 장악한 정당을 통해 정계에 복귀할 것이다. 손 전 고문이 가장 큰 변수”라고 지적했다.
한편, 야권 개편의 또 다른 변수로 유승민, 이재오, 정의화 등 여권 이탈세력들의 야권 합류 가능성이다. 이미 국민의당은 비박계를 중심으로 한 여권 이탈세력과 이탈 예상 정치인들을 상대로 강력한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상황이다. 총선 이후 전개될 국민의당의 ‘이삭줍기’ 실현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