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웠을 때 응어리 아직 안 풀려”
▲ 지난 21일 김연아 귀국 때 환영나온 아버지 김현석씨(오른쪽).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김연아의 아버지 김현석 씨(49)는 딸 뒷바라지를 위해 부재 중인 아내의 빈 자리를 메우며 회사와 가정을 돌봐온 지난 시간들에 대해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인천에서 개인 사업을 하고 있는 김 씨는 딸의 재정적인 지원을 맡으며 경제적인 부담이 만만치 않았지만 최근 여러 단체의 지원이 줄을 잇고 있어 한결 마음이 편해졌다고 한다.
“사업이 한때 어려운 위기를 맞은 적이 있었다. 그때 제대로 뒷바라지를 못했다. 1년에 4000만~5000만 원 정도(지금은 1억 원에서 1억 5000만 원 소요) 들어가는 비용을 감당하기 벅차 운동을 그만두게 할 생각도 했었다. 지금도 그때 응어리진 게 풀리지 않고 있다. 가족 모두가 수렁에 빠져있을 때였다.”
‘피겨 요정’ 김연아로 찬사를 받지만 또래 학생들과 같은 평범한 삶을 살지 못하는 것이 아버지 김 씨의 마음을 항상 괴롭힌다고 한다.
“평범하게 사는 게 정상 아닌가. 그런데 어렸을 때부터 남다른 생활을 했으니까, 24시간을 피겨만 생각하고 사니까, 안쓰러울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만약 연아가 국내용으로만 머물렀다면 이렇게 뒷바라지를 못했을 것이다. 다행히 국제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좋은 성적을 내니까 이전의 고생들이 빛을 발하는 것 같다.”
김 씨는 다른 스포츠 종목도 그렇겠지만 피겨 스케이팅은 얼마만큼 투자를 하느냐에 따라 성공과 실패가 좌우된다고 강조했다. 그걸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지원이 넉넉하지 못하면 딸 얼굴 보기가 미안하고 한숨지을 수밖에 없었단다.
“작년 주니어선수권대회에서 2위를 한 이후부터 안정이 됐다. 그때는 온 가족들이 슬럼프에 빠져 있던 탓에 그만두는 분위기로 갔었다. 그러다 2위에 오른 후부터 피겨를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계속 앞만 보고 달려간 것 같다. 연아는 이젠 자기가 개인의 몸이 아니란 걸 안다. 그래서 책임감이 남다르다. 내 딸이지만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자랑스럽고 대견하다.”
이영미 기자 bo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