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타소녀 ‘옹고집 도전’에 딴 이유가?
# ‘억지 춘향’격?
먼저 스폰서가 미셸 위의 성대결을 강요하고 있다는 지적은 사실과는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나이키와 소니는 각각 연간 500만 달러씩을 미셸 위에게 지원하고 있다. 계속 꼴찌를 하면서도 성대결을 벌이는 미셸 위의 모습을 안쓰럽게 본 일부에서는 ‘강요설’을 흘렸는데 골프 후원 계약을 아는 전문가들은 고개를 젓는다.
타이거 우즈는 상금이 많은 대회만 골라 출전한다. 그러나 후원사가 타이틀스폰서를 맡은 대회는 상금이 적어도 출전한다. 예컨대 뷰익대회가 그렇다.
미셸 위도 마찬가지다. 그가 소니오픈에 출전하는 것은 물 흐르듯 당연한 일이다. ‘강요’로 설명해서는 안 된다. 나머지 대회가 문제인데 미셸 위가 출전한 존디어클래식 84럼버클래식(이상 미PGA) 오메가유러피언마스터스(EPGA) SK텔레콤오픈(KPGA) 등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출전 이면에는 서브스폰서십관계나 엄청난 초청료 등이 있겠지만 이를 ‘강요’로 볼 수는 없다. 미셸 위의 선택인 것이다.
오히려 지난 11월 28일 미국의 스포츠 전문 방송인 ESPN의 ‘미셸 위 성대결 찬반보도’에서 제이슨 소벨이 주장한 것처럼 ‘성대결이 스폰서인 나이키와 소니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 “꼴찌라도 간다”
논쟁이 일고 있지만 미셸 위의 공식 반응은 성대결을 계속하겠다는 것이다. 미셸 위가 출연하는 나이키 광고는 이 메시지를 그대로 담고 있다. 본인도 가장 최근인 카시오월드오픈대회서 꼴찌 성적표를 받은 후 “점점 컷 통과가 가까워지고 있다”면서도 “전혀 포기할 생각이 없다”고 확실하게 말했다.
2006년 한국 초청을 성사시킨 세마스포츠 측도 “샷 감각이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쉽게 위성미가 슬럼프에 빠졌다고 할 수는 없다. 최근 성대결에서만 부진했을 뿐 2006년 미LPGA에서는 단 7개 대회를 뛰고도 상금랭킹 14위에 해당하는 호성적을 거뒀다. 애써 폄하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을 밝혔다.
미셸 위는 아직 미PGA는 물론이고, 아직 미LPGA 투어카드(풀시드)도 없다. 대부분 대회를 초청으로 뛰고 있고, 미LPGA는 연간 7회로 출전 횟수가 제한돼 있다. 성대결을 하지 않으면 경기감각을 유지할 최소한의 대회 출전도 없는 셈이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성대결을 할 수 밖에 없는 처지다.
# 중요한 건 ‘성적’
미셸 위는 내년 가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진학한다. 한때 유력했던 타이거 우즈와의 동문설(스탠포드행)이 다소 수그러들기는 했지만 본토에 있는 명문대학 진학은 확실하다. 대학 진학과 함께 거주지도 하와이에서 본토로 옮길 예정이다(이미 빅혼골프장에 집 마련).
빡빡한 고등학교 학사 일정에서 풀려나고, 또 이동이 편한 본토에 있으면 미셸 위의 대회출전은 한결 편해진다. 프로선수로 2007년 가을부터는 훨씬 더 유리한 상황을 맞게 된다. 따라서 가능한 모든 미LPGA 출전은 물론이고, 성대결도 보다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미셸 위는 특별 초청이 없으면 대회 출전이 어렵다. 미 LPGA대회야 어렵지 않겠지만 남자대회 출전은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다. 지금처럼 계속 성대결 성적이 나쁘면 흥행 파급력이 떨어지고 여론의 비판도 거세질 것이다. 그러면 예전에는 장타소녀를 모시려고 안달이 났던 대회 주최 측이 초청을 포기할 수도 있다. 이 경우 성대결을 강행하려면 미셸 위는 먼데이퀄리파잉(미국 프로골프대회는 결원이 생겼을 경우 출전권이 없는 선수들을 대상으로 월요일에 특별예선을 치른다)을 통해 출전해야 한다. US오픈 같은 메이저대회라면 모를까 매번 이런 힘든 과정을 거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성적이다. 성적이 좋을 경우 성대결은 계속되겠지만 반대 상황에서는 미셸 위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성대결이 어려워질 수 있다.
유병철 골프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