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그는 분명히 거기 있었다
<일요신문>에선 12월 초 서울 청담동 부근의 한 포장마차에서 만났던 고종수에 대한 짧은 기사를 내보낸 적이 있었다. 고종수 주변인들의 말을 빌려 고종수가 지인들과 함께 음식점을 오픈하고 사업가로 바쁜 생활을 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한때 ‘축구 천재’로까지 불렸던 고종수가 어떤 모습으로 팬들 앞에 다시 나타날지 궁금하다”는 기사였는데 이후 기자는 고종수 팬들로부터 엄청난 원색적인 비난 세례를 받아야만 했다. 심지어 고종수를 너무나 잘 알고 있다는 어떤 사람은 고종수의 말을 빌려 기자가 봤다는 그날은 고종수가 누나 결혼식 때문에 청담동이 아닌 여수에 내려가 서울에 없었다면서 기자에게 막말을 서슴지 않았다.
그 후 고종수는 대전 입단식에서 처음으로 그때의 기사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어느 기자가 ‘일부 언론에서 사업가로 활동한다는 보도가 있었는데?’라고 물었더니 고종수는 “친구들한테 전화로 들었다. 인터넷에 뜬 걸 보고, 나 말고 주위 사람이 기자와 통화를 했는데 본인도 어디서 듣고 기사를 쓴 거라고 하더라. 솔직히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대답했고 식이요법으로 힘든 시기에 입맛이 없을 정도였다는 고백(?)도 곁들였다.
먼저 그 기사가 나간 이후 고종수 주위 사람과 통화를 한 것은 맞다. 고종수의 에이전트인 곽희대 씨다. 하지만 기자는 고종수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지만 ‘음식점’을 한다고 표현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설명했다(에이전트는 내가 알고 있는 업종에 대해 0.0001%도 아니라고 말했다). 그리고 만약 그 기사로 인해 고종수의 K-리그 입단에 차질이 생긴다면(에이전트의 주장이었다) 고종수의 복귀를 간절히 바라는 차원에서 인터넷에서 기사를 내리겠다고 말했다.
청담동에서 본 사람은 분명 고종수였다(고종수를 아는 지인들도 함께 자리했었다). 고종수가 여수에 갔는지 안 갔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날 고종수는 연예인들 사이에서 유명한 포장마차에 나타났었고 그 집 주인과도 친분이 두터웠다. 고종수가 하고 있다고 알려진 일이 기자의 잘못된 판단이거나 주위에서 오해를 받고 있는 부분이었다면 얼마든지 사과할 용의가 있다. 그러나 만남 자체를 부인하고 서울에 없었다고 발뺌하는 부분에선 많은 생각을 갖게 한다.
1997년 프랑스월드컵 대표팀에 발탁됐을 때부터 고종수와의 인연이 시작됐다. 오랜 만남이었고 그 안의 부침과 부대낌 등을 지켜본 기자였다. 이전의 구설수는 모두 뒤로 하고 진심으로 그라운드에서 자신의 끼와 재능을 마음껏 발휘해주길 바란다.
얼마 전 황선홍 전 전남 코치는 소속팀에서 6개월여 고종수와 재활 프로젝트를 함께했던 소감을 털어 놓으며 이렇게 말했다. “고종수의 재기 여부는 전적으로 그 자신의 의지에 달렸다”라고. 전남에 복귀할 당시 허정무 감독에게 한 “죽으라면 죽는 시늉이라도 하겠다”는 약속이 대전에서는 현실로 나타나기를 기대해 본다.
이영미 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