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LPGA투어 개막전(SBS오픈 2월 17일)이 채 한 달도 남지 않았다. 혹시 독자들은 이때가 선수들에게는 가장 한가할 때가 아니냐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휴가는 고작 12월 한 달뿐이다. 1월부터는 각자의 본거지(?)에서 열심히 동계훈련에 임하는 게 보통이다. 오히려 더 바쁘다고 봐도 무방하다.
미국에는 많은 한국 사람들이 살고 있다. 대도시 주변은 물론이고, 정말 이런 곳에도 한국 사람이 있을까 싶은 오지(?)에도 교민들은 어김없이 모습을 드러낸다. 단지 존재하는 것만이 아니라 바쁜 생업에도 불구하고 코스에 나와 미LPGA의 한국 선수들을 열렬히 응원한다. 이들의 응원이 큰 힘이 되는 것은 물론이다.
작년 캐나다 토론토 근교의 런던에서 열린 캐나다여자오픈 때의 일화는 지금도 잊을 수 없다. 골프장 부근에서 일식당을 운영하는 한인 부부가 점심 때마다 김치김밥을 싸들고 찾아와 선수들에게 김밥을 나눠주고 열심히 응원을 했다. 이에 한국 선수들은 너나할 것 없이 저녁 때마다 부부가 운영하는 식당으로 찾아가 매상을 올려주는 의리로 답했다. 상술인지 아니면 순수한 애정인지는 쉽게 안다. 부부는 선수들이 올 때마다 “일부러 찾아올 필요가 없다. 그러면 괜히 미안하고 쑥스럽다”며 오히려 다른 식당을 소개하기도 했다. 그래도 한 번 끌린 동포애는 어쩔 수 없다. 한국 선수는 물론이고 한국 음식을 좋아하는 외국 선수와 캐디들(한국 선수가 많아지면서 미LPGA 내에서 한국 음식의 인기도 좋아졌다)까지 그 식당을 찾았다. 이에 부부는 식당 메뉴에도 없는 음식을 손수 만들어 내놓았다. 이 자리를 빌어 그 한인 부부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
하지만 선수들의 인상을 찌푸리게 하는 장면도 간혹 나온다. 몇 년 전 한 대회 때 스폰서 측 초청으로 모든 한국 선수들이 한인회 행사에 참가한 적이 있었다. 선수들은 피곤한 몸을 이끌고 참가했는데 많은 교민들이 특정 선수들한테만 몰려들어 사진을 찍었다. 이 때문에 다른 한국 선수들은 각자 테이블에서 밤 9시까지 식사도 못하고 기다렸다. 결국 선수들은 자연스럽게 그 자리를 빠져나왔는데 다음날 어이없게도 한인회 측으로부터 한국 선수들이 매너가 없다는 항의 전화를 받아야 했다. 하루종일 연습하고 저녁도 먹지 못한 채 오로지 한국 교민들을 위해 시간을 냈지만 결국 욕만 먹은 셈이었다.
모든 한국 선수들은 대회장에 찾아오는 교민들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주고 한국인으로서 자부심을 느끼게 하기 위해 정말 많이 노력한다. 어떤 한국 선수들은 대회 때마다 선수들에게 배당되는 입장권을 교민들에게 나누어 주기도 한다(미국에서는 한국처럼 공짜 입장권이 별로 없다. 3~4일치를 모두 돈 주고 구입하려면 제법 부담이 된다).
2007년도 미LPGA의 코리안 낭자 부대와 교민들이 힘을 합쳐 코리아의 저력을 멋지게 보여줬으면 한다.
다이아몬드바(CA)에서. 송영군
온라인 기사 ( 2024.12.08 18: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