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 5월 8일 한 스포츠신문은 1면 기사에 통해 ‘강호동 모래판 은퇴’라는 큼직한 글자를 집어넣었다. 지금은 국내 최고의 MC인 연예인으로 유명하지만 당시 강호동은 ‘씨름 황제’ 이만기의 시대를 마감한 스물두 살 최고의 선수였다. 씨름 기술을 무릎 아래로 내려놓았다는 이만기의 시대를 무시무시한 이중허리로 들이대며 마감시켰다. 그해 3월 20일 제24회 천하장사에 등극했으니 말 그대로 정상에서 은퇴를 선언한 셈이다. 통산 12회(천하장사 5회, 백두장사 7회)나 꽃가마를 탔고, 최강 이만기와의 상대 전적도 4승1패로 앞섰다.
은퇴 후 강호동은 받아준다는 대학교에서 갑자기 입장을 철회해 공중에 붕 뜬 상태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93년 이경규의 추천으로 MBC TV의 개그맨으로 데뷔했다. 강호동은 “행님아~”를 히트시키며 단숨에 인기 개그맨이 됐고, MBC 방송대상 코미디 부문 우수상을 받기까지 딱 1년이 걸렸다.
이후 강호동은 철저한 자기관리를 바탕으로 10년이 넘도록 개그맨과 MC로 정상급 인기를 누렸고 현재 유재석과 함께 한국 최고의 쇼프로 MC로 자리 잡았다. 반면 당시 “천하장사 이미지 다 구긴다”고 비아냥거리던 씨름계는 최악의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92년 강호동의 변신은 결과적으로 최고의 선택이었던 것이다.
유병철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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