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드인사가 낙하산이냐’ 여론 부글부글
▲ 유진룡 전 문화차관(왼쪽)이 청와대비서실의 인사청탁을 거부해 경질됐다고 주장해 파문이 일고 있다. 오른쪽 아래 사진은 유 전 차관이 인사를 청탁한 인물로 거론한 이백만 수석(오른쪽 위)과 양정철 비서관. 사진제공=문화일보 | ||
이번 논란의 쟁점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과연 청와대 비서관들이 유진룡 전 차관에게 인사 청탁을 했느냐는 부분이다. 유 전 차관은 “이백만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과 양정철 홍보기획비서관이 아리랑TV 부사장 등의 자리에 대해 인사 청탁을 해왔다”고 실명까지 거론하며 주장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측은 “아리랑TV 부사장 인사권은 아리랑TV 사장이 갖고 있다. 또한 (홍보수석실과 유 전 차관 간 통화는) 일상적으로, 업무상으로 늘 하는 것”으로 ‘통상적인 인사 협의 차원에서 이루어진 통화’라는 주장이다. 특히 청와대 측은 유 전 차관이 신문사들의 공동배달제 추진 등을 담당하는 신문유통원의 정상화 조치를 등한시하고, 직원들이 월급도 받지 못할 정도의 부도 위기 상태로 갈 때까지 방치했기 때문에 경질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양측간에 막말도 오갔다는 의혹이 제기돼 문제가 더욱 꼬이는 양상이다. <중앙일보>는 “아리랑TV 부사장직을 아예 없앤 이후 청와대 홍보수석실 관계자가 유 전 차관에게 전화를 걸어 ‘배를 째 달라는 말씀이시죠. 예, 째 드리지요’라고 위협했다는 말이 부내에 돌고 있다”고 보도했으며 유 전 차관도 인터뷰에서 이를 확인했다.
유 전 차관은 청와대의 인사청탁을 거절한 뒤 민정수석실로부터 두 차례에 걸쳐 강도 높은 공직기강 조사를 받았다고 한다. 조사 내용은 신문유통원 문제도 있었지만 나머지는 모두 인사문제였던 것으로 알려진다. 유 차관은 더구나 한 일간지와의 회견에서 “현 정부 들어 산하 기관장을 외부 공모로 선출하는 경우가 급증했지만 그중 상당수는 낙하산 인사를 공모인 것처럼 포장한 것으로 보면 된다” 인사 전반에 대한 불신을 표명했다.
청와대 측은 인사 청탁 부분을 강하게 반박하고 있지만 정치권의 입장은 다르다. 한나라당 정종복 의원실의 박광명 보좌관은 10여 년 이상 국회 문화관광위에서만 활약해온 대표적 ‘문화관광통’이다. 그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내가 문화부 내에서 확인해본 결과 ‘인사협의가 통상적인 것은 아닌 것 같았다’는 주장에 대체로 동의를 했다. 문광부 사람들은 그 내용을 다들 알고 있었지만 입을 다물고 있는 것뿐이다”고 밝혔다.
청와대 측으로부터 아리랑 TV 부사장으로 ‘추천’을 받은 사람의 자격 문제도 도마에 올라있다. 이 홍보수석과 양 비서관이 ‘밀었다’고 알려진 인사는 최근까지 총리실 정부비서관(국장급)을 지낸 K 씨로 알려졌다. 그는 서울시의회 의원 등을 거쳐 지난 2004년 9월 이해찬 총리 밑에서 메시지기획비서관과 정무비서관 등을 거쳤다. 하지만 한명숙 총리가 들어서자마자 총리실을 그만둔 뒤 마땅한 ‘자리’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유 차관은 K 씨의 경력을 볼 때 아리랑 TV의 부사장으로 가기에는 업무 상 관련이 별로 없어 적임자가 아니라고 보고 청탁을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K 씨 본인은 ‘(추천 여부는) 나도 모르는 일이며 자격 운운은 말도 안 된다’고 반박하고 있다.
앞서의 박광명 보좌관은 “누가 K 씨를 밀었는지 아직 구체적 물증은 잡지 못했다. 이해찬 총리와 같이 일했다는 점에서 그의 지원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 아니면 청와대 고위인사가 호남 인맥을 챙기고 있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는 점에서 호남 출신인 K 씨도 그 고위인사의 지원을 받았을 수도 있다. 그도 저도 아니면 이백만 홍보수석과 양정철 홍보비서관이 개인적 인연으로 청탁을 했을 수도 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청와대 측은 이 부분에 대해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부정하고 있다.
청와대는 또한 유 전 차관을 경질한 사유 중 가장 중요한 이유로 신문유통원 관리 소홀을 꼽았다. 하지만 이 문제에 대해서도 청와대와 유 전 차관의 입장이 극명하게 엇갈린다. 한나라당은 이 부분에 대해 “문화부 시스템을 잘 아는 사람들은 신문유통원이 부도가 날 위기였다기보다 신문법이 그렇게 만들어졌기 때문에 초래된 결과라고 주장한다.
문화부의 한 관계자는 “기획예산처가 올해 신문유통원 예산을 확정하면서 매칭 펀드 방식으로 정해 예산 수시 배정을 못 하는 문제가 생겼다. (매칭 펀드 방식이란 중앙 정부가 지방 자치 단체나 민간에 예산을 지원할 때 자구 노력에 연계해서 예산을 배정하는 방식으로 신문유통원에서 예산을 받을 만한 결과를 내지 못할 경우 예산 지원도 받지 못한다는 의미). 신문유통원의 문제를 차관이 관리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차관 선에서 끝날 문제인가. 당연히 장관이 책임져야 한다. 이런 점에서 유 전 차관이 업무를 방기했다는 것은 억측”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유 전 차관이 업무 방기를 했다고 보기에는 그 동안의 ‘성적’이 너무 좋았다는 점도 청와대 주장의 설득력이 떨어지는 이유다. 유 전 차관은 부서 내 다면평가에서 항상 최고성적을 유지할 정도로 업무 실적이 우수했다고 한다.
한편 야당에서는 청와대와 문광부 사이에 이와 같은 인사청탁 힘 겨루기가 벌어진 배경을 실세 장관의 유무에도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정동채 전 문광부 장관의 경우 노무현 정권 실세 가운데 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청와대에서 ‘함부로’ 문광부에 청탁을 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최근 새로 취임한 김명곤 장관은 연극계 출신이기 때문에 청와대에서 문광부를 ‘만만하게’ 보고 이번과 같은 무리한 인사청탁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이번 문제를 계기로 노무현 정권의 인사 시스템 전반에 대한 국정조사를 추진하는 등 정치 쟁점화할 태세여서 이번 사건의 불똥이 어디까지 번질지 주목되고 있다.
성기노 기자 kin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