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대 밑밥에 그물 던져 ‘월척’
▲ 서장훈(오른쪽)의 KCC 입단이 거의 확실시 되면서 그 귀추가 주목받고 있다. 연합뉴스 | ||
이후 1년이 지났다. ‘농구명가’ KCC는 ‘스타 감독(허재) 시즌 투(2)’를 맞아 창단 후 처음으로 꼴찌의 수모를 당했다. 마침 서장훈은 삼성을 박차고 나왔다. 그리고 2007년 5월 프로농구 판도를 바꾸는 서장훈의 KCC행이 굳어지고 있다. FA선수를 잡기 위해 100억 원의 돈 보따리를 풀었다는 KCC의 FA영입 대작전을 서장훈을 중심으로 살펴봤다.
‘국보급센터’가 절실한 KCC
지난 4월 3일 KCC는 최형길 전 동부단장을 전격 영입했다. 최 단장은 개성이 강한 허재 감독이 현역 농구인 중 유일하게 따르는 선배다. 여기에 KCC의 정상영 명예회장, 정몽진 대표이사, 정몽익 구단주와 용산고 동문으로 끈끈한 관계를 맺고 있다. 허재 감독과 함께 농구명가 KCC를 가능한 빨리 재건할 주역으로 발탁된 것이다.
최 신임단장의 승부수는 빨랐다. 제 발로 삼성을 나온 서장훈은 아직도 한국 프로농구에서 성적의 보증수표로 최고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보유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플레이오프는 물론이고 곧바로 우승 전력이 되기 때문이다.
KCC에 정통한 한 농구인은 “최 단장이 오너층에 확실한 뜻을 전달하고 OK 사인을 받은 것으로 안다. 역시 용산고 출신으로 KCC 오너가에서 아들로 통하는 허재가 감독으로 있는 동안 우승을 하기 위해서는 서장훈이 꼭 필요하다고 말이다. FA가 된 이상민 추승균을 잡아두고, 서장훈에 임재현까지 영입하는 것으로 총 100억 원 정도의 실탄을 확보했을 것”이라고 자세히 전했다.
100억 원의 비밀
실제로 KCC는 이상민과 연봉 2억 원(2년)에, 추승균과는 3억 5000만 원(4년)에 각각 재계약했다. 이상민은 군말 없이 연봉이 1억 2000만 원이나 깎였고, KCC를 떠나려고 했던 추승균은 이상하게도 소폭 인상(3000만 원)에 ‘쉽게’ 도장을 찍었다. 모두 서장훈 영입을 위한 정지 작업이라는 설명이다. 이상민과 추승균에게는 광고 출연과 은퇴 후 연수 보장 등 다양한 방식으로 연봉을 보전해주는 것으로 양보를 얻어낸 것이다. 실제로 추승균에게는 4년간 연봉 외에 매년 3억 5000만 원의 추가 수입을 보장하고(7억 원×4년), 은퇴 후 2년간 미국연수 그리고 귀국 후 코치직 보장이라는 당근이 건네진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연수 비용을 연간 1억 원으로 계산하면 총 30억 원에 달하는 초특급 계약이다. 이상민에게도 비슷한 방식으로 2년간 10억~15억 원의 실질 연봉이 주어진다.
한국농구연맹(KBL)의 사전접촉 금지 규정에 따라 KCC는 공식적으로 지난 5월 20일까지 서장훈 및 임재현과 만날 수 없다. 하지만 그 이전에 내부적으로 철저한 영입 계획을 세웠고, 그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장훈은 삼성으로부터 3년간 4억 원이라는 ‘조촐한’ 금액을 제시받았다. 1년 전 약속에 따라 액수나 계약기간 모두 서장훈이 다른 팀으로 쉽게 이적할 수 있도록 배려를 받은 것이다. 서장훈은 KCC로부터 총 12억 원 이상만 받으면 된다. 임재현에게도 2억 8000만 원 이상을 줘야 하는 KCC는 17억 원의 샐러리캡(팀연봉상한제)을 맞추기 위해 서장훈과 계약기간을 늘리는 대신 연봉을 낮추는 방식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 물론 이상민 추승균의 예에서 알 수 있듯이 서장훈의 자존심을 지켜주는 커다란 보너스는 따로 지급된다. 전체적으로 최소 40억 원은 보장받았다는 게 소식통들의 분석이다. 임재현에게도 15억~20억 원이 필요하다는 것을 고려하면 KCC는 이번 FA시장에서 총 100억 원의 돈 보따리를 푼 셈이다.
슈퍼 KCC에 대한 우려
KCC는 KBL 규정 때문에 자세한 사정은 밝히지 않고 있지만 서장훈 영입 자체에 대해서는 부인하지 않고 있다. 최형길 단장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선수가 자유계약선수로 나왔는데 꼴찌를 한 팀이 관심이 없다면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구단주에게 보고해 영입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허재 감독도 전력보강을 확신한 듯 차기 시즌 성적에 대해 강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는 후문이다.
반면 각 구단들은 ‘슈퍼 KCC’의 탄생에 크게 긴장하는 모습이다. 서장훈 존재 하나만으로도 위협적인데 가드, 슈터까지 최고의 선수들이 모였고, 여기에 용병까지 좋은 선수를 고르면 가히 천하무적이라는 전망이 벌써부터 힘을 얻고 있다.
특히 서장훈 영입에 큰 관심을 보였던 전자랜드는 KCC에 대해 노골적인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전자랜드의 한 구단 직원은 “KCC가 너무했다. 물증은 없지만 KCC가 미리 서장훈 측과 입을 맞춰 우리가 나서기도 전에 이미 다 얘기를 끝내 버렸다”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연봉 킹’ 대결의 진짜 승자는 서장훈
지난 5월 15일 자유계약선수들의 소속팀 우선협상기간이 끝나자 일부 언론에서는 ‘김주성 연봉킹, 서장훈 몸값 하락’의 이분법으로 보도했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김주성은 현재 농구를 시작한 이래 가장 우울한 감정을 느끼고 있다. 농구 인생에서 가장 많은 돈을 확보할 기회를 맞은 김주성은 KBL이 급히 바꾼 규정에 따라 소속팀 동부가 6억8000만 원을 제시하는 순간 이적 자체가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반면 서장훈은 전 소속팀 삼성의 배려로 낮은 금액으로 시장에 나왔고, KCC와 자유롭게 협의한 끝에 실질적으로는 김주성보다 더 많은 돈을 챙기게 된 것이다. 겉모양새와는 달리 김주성은 울고, 서장훈은 웃는 것으로 올시즌 ‘거물 FA 스토리’는 막을 내리고 있다.
유병철 스포츠 전문위원 eine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