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이병헌 협박녀 사건을 다룬 <한밤의 TV연예> 방송 캡처
[일요신문] 이병헌을 협박한 여성 모델과 관련된 방송을 내보내면서 상관없는 다른 모델의 영상을 등장시킨 방송사에 명예훼손 혐의가 인정됐다.
22일 대법원 3부(주심 대법관 박병대)는 해외 활동중인 여성 모델 S씨가 MBC와 외주제작업체 등을 상대로 낸 정정보도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팬결을 내린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방송사인 MBC와 제작 업체는 S씨가 나오는 영상을 충분한 편집 없이 그대로 사용해 보도함으로 S씨가 이병헌 협박사건의 피의자라는 오해를 유발해 S씨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MBC 등은 S씨에게 정신적 피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다.
2014년 9월 5일 방영된 시사교양프로그램 <리얼스토리 눈>에서는 배우 이병헌 씨 협박사건을 보도하면서 S씨가 나오는 패션쇼 장면을 6초간 내보냈다. 영상 하단부분에는 상당히 큰 글씨로 ‘또 다른 피의자는 모델 A양’이라는 자감과 작은 크기의 ‘자료화면’이라는 표시하 함께 표시됐다.
이 영상을 본 S씨는 자신이 협박사건의 피의자인 모델 A양인 것처럼 묘사됐다며 MBC와 외주제작업체, 담당 프로듀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1심 판결에서는 “”S씨의 얼굴에 모자이크 처리가 돼 있기는 하지만 그 정도가 미약해 이목구비만을 겨우 가릴 뿐 얼굴과 신체의 윤곽은 전혀 가려지지 않은 채 그대로 노출, 방송됐다“며 MBC 등에 위자료 2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2심에서는 “방송 내용은 피의자 2명 중 다른 1명이 모델이라고 알려졌을 뿐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는 취지를 음성으로 밝히면서 S씨가 등장하는 패션쇼 장면에 자료화면이라고 표시하고 모자이크를 한 점 등을 볼 때 나머지 1명이 S씨라는 사실을 적시하거나 암시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1심 판결을 뒤집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패션쇼 영상을 통해 (프로그램) 최종회의 전체적인 무대 구조가 나타났고, 이 사건 모델 영상은 등장인물인 원고에 대한 모자이크 처리에도 불구하고 얼굴 윤곽, 의상의 종류와 색, 걷는 자세, 머리스타일의 구분이 가능했다”고 판단했다.
한편 이병헌 협박 사건은 2014년 8월께 술자리에서 촬영한 이병헌의 음담패설 등이 담긴 동영상을 이용해 같은 자리에 있던 모델 A 씨가 이 씨에게 50억 원을 요구한 사건이다. 범행을 저지른 A씨와 범행을 함께 공모한 B씨는 지난해 3월 항소심에서 각각 징역 1년 2개월에 집행유예 2년,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주성연 기자 joofeel@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