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여자오픈이 열리는 이곳 파인니들스 골프장을 찾았을 때 선수들은 대개 작년이나 재작년 대회가 열렸던 곳보다 쉽다는 인상을 받았다. 우승 스코어도 언더파가 나올 것으로 전망했다. 언론에 아주 까다롭다고 소개된 것과는 사뭇 달랐다. 실제로 많은 선수들이 연습라운드에서 언더파에 해당하는 좋은 샷을 구사했다. 또 거리가 엄청나게 긴 것을 제외하면 페어웨이가 좁은 것 등 전체적으로 한국 골프장과 아주 유사했다. 그래서 한국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내고, 우승자를 배출하지 않을까 기대를 했다.
하지만 1라운드 뚜껑을 열어보니 선수들로부터 곡 소리가 이어졌다. 한국계인 앤젤라 박이 3언더파로 1위에 오른 것을 제외하면 많은 선수들이 오버파로 고전했다. 특히 제2의 전성기라는 캐리 웹은 12오버파, 미셸 위는 11오버파로 무너져 난코스의 희생물이 됐다.
스코어가 나쁜 이유는 코스도 어렵지만 30℃를 크게 상회하는 무더운 날씨와 높은 습도로 인해 체력 소모가 많았기 때문이다. 햇볕에 서 있기도 힘든 날씨에 여자 선수들이 난코스와 힘겨운 싸움을 펼치는 것이 쉽지 않은 것이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그린 빠르기가 연습 라운드 때와는 달리 훨씬 심해져 적응하기에 어려웠다. 대부분 선수들은 1라운드를 마친 후 “역시 USGA다. 정말 어렵다”라고 혀를 내두르곤 했다.
반가운 것은 올해부터 세계 최고의 대회인 US여자오픈에 한국 투어 선수 중 전년도 상금 랭킹 1~3위 선수가 출전했다는 것이다. 특히 한국 최강인 신지애는 미LPGA 선수들도 놀랄 만큼 침착한 경기 운영으로 1언더파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코스도 한국과 비슷한 만큼 모쪼록 한국 3인방이 좋은 성적을 거둬 미국에 한국 여자골프의 힘을 과시했으면 한다.
끝으로 US여자오픈은 최고의 대회인 만큼 출전 선수들에게 좋은 대우를 해주기로 유명한데 올해는 일본 자동차회사가 제공한 9000만 원 상당의 고급 세단을 선수들에게 무상으로 대여해줘 눈길을 끌었다. 보통 대회의 경우 주최 측이 주요 선수에게만 차량을 제공하는데 정말이지 파격적인 대우였다. 출전 선수들이 세계 최고의 여자골프 선수임을 느끼게 해주는 대회 주최 측의 배려가 너무나 근사해보였다. 이런 작은 것들이 모여 US여자오픈을 골프 선수라면 평생 꼭 한 번은 출전하고픈 대회로 만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에서 열리는 미LPGA대회도 비록 약소하더라도 한국의 전통문화가 깃든 대회 기념품을 하나라도 나눠 주거나 세계 최고 수준의 IT제품을 대여해주면 어떨까 싶다.
서던파인스(미 노스캐롤라이나주)=송영군 통신원